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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09-'10 India13

첸나이(chennai) 인도에서 머물렀던 마지막 도시는 첸나이였다. 마침 여행에서 만난 친구가 첸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에서 인턴쉽을 하고 있었기에, 친구 숙소에 머무르며 친구 도움을 많이 받았다. 다음 행선지는 스리랑카였다. 지금도 머리 속에 또렷이 남아있는, 습기 머금은 인도 시골길을 함께 달린 바이크를 처분하고 차분히 다음 여행을 준비했다. 집에서 엄마가 보내주신 여러 가지 물건들을 받고 나니 마치 집이 내게 온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내가 참 멀리도 와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중간에 한국에 들어갔다 나오기는 했지만 6개월이 넘게 북에서 남까지 헤집고 다닌 인도가 고향처럼 친숙하게 느껴진지 오래이다. 오랜 친구와 이별하는 것처럼, 오래 다닌 학교를 졸업하는 것처럼 정든 마음과 익숙함을 뒤로 하고, 아무 것도 없.. 2019. 2. 11.
바르깔라(varkala)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 그 날 아침만 해도 일출 보면서 신나서 노래부르면서 가다가 차가 별로 없는 일직선의 고속도로를 운전하는데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정신이 몽롱했다. 그러다 앞 차가 정지한 건 줄 모르고 들이받았다. (앞 차 브레이크등이 나가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저속으로 가다 부딪혀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쌩쌩 달리다 박았으면 훨씬 더 심하게 다치고 바이크도 남아나지 않았을 것 같다. 어쨌든, 차를 들이받고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서는 괜찮냐고 물어봤다. 그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괜찮다고 대답하면서 내가 다쳤는지도 몰랐는데 오른쪽 팔이 부러진 것 같다. 오토바이랑 짐은 내팽개치고 릭샤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천만 다행으로 사고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 2019. 2. 1.
이브와 프랑수와즈 인도 바이크 여행에서 만난 프랑스 커플 이브와 프랑수와즈. 똑같이 바이크 여행을 한다는 동질감에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길에서 온몸으로 배운 노하우를 주고 받기도 하고, 길은 어떻게 찾냐는 물음에 "해를 보고 찾아요." (스마트폰 지도앱이 없던 시절이었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들을 이야기하고, 비싼 오토바이를 타나 (두 사람의 바이크는 혼다였다.) 중고 50만원짜리를 타나 인도에서 바이크 타면 새까맣게 거지꼴이 되는 건 매한가지라 서로의 얼굴을 보며 키득키득 웃기도 했다. 중년의 나이임에도 아이처럼 맑은 표정을 하고 세계를 누비는 두 사람이 참 멋져서 나도 저렇게 나이가 들면 좋겠다 싶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7년인가 지나 이브와 프랑수와즈에게서 메일 한 통이 왔다. 나와 헤어진 .. 2019. 1. 27.
코치(kochi) 바이크 타고 가다 길에서 맞이하는 아침 태양과 저녁 태양은 언제나 옳다. 굳이 해돋이 명소, 석양 명소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을 정도로.kochi(ernakullam), 20100129. 2019. 1. 26.
마이소르(mysore) 어느 도시건 제일 먼저 도착하면 하는 일은 미케닉을 찾는 일이었다. 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움푹 파인 곳을 지났다 베어링이 깨지는 건 늘상 있는 일이었고, 캐리어가 끊어져서 덜덜거리고, 심할 때는 머플러도 떨어져나갔다.번잡한 도시를 뺑뱅 돌며 "불렛 미케닉!"을 외쳐 가까스로 찾으면 서너 시간씩 기다리는 건 기본이었다. 그러다보면 진이 다 빠져서 도시 구경할 생각이 저만큼 달아나 얼른 숙소 찾아서 씻고 눕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는데,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아쉬운 순간들이 참 많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다 엄청난 소재였는데 남기지 못한 아쉬움, 더 다가가도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걱정은 뒤로 미뤄두고 더 더 신나도 좋았을텐데,,그 때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2019. 1. 20.
힌두교 성지 기억이 가뭇가뭇 흐릿해져 이 곳이 하리드와르였는지 바드리나트(Badrinath)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바드리나트는 힌두교 4대 성지(북쪽에 위치) 중 하나라 하고, 하리드와르는 히말라야 설산에서 녹은 물이 흐르는 도시이다.힌두교 성지에 리쉬케쉬(Rishikesh) 가는 길목에 있던 것을 생각해보면 하디드와르였던 것 같다. 내가 갔을 때는 힌두교 최대의 종교 의식이 열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때였다. 어딜 가든 사람이 많았고 남아있는 방도 없었다. 밤만 묵고 바로 떠날 예정이라 어디든 빈 방을 찾아 들어갔는데, 그 숙소는 내가 묵어본 숙소 중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안 좋은 숙소였다. 팬 하나 없는 좁은 방에서, 창문을 열어 놓으면 좀 시원해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밤새도록 시끌시끌 숙소 밖을 지.. 2018.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