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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밖 여행/'25 Mongolia

내몽골 - 사막, 초원, 그리고 사람

by kai.lasa 2018.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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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여름 방학 때 갑자기 초원에 가고 싶어졌다. 당장 북경행 비행기표를 끊었는데, 내몽골 사막과 초원에 갔다 따통(大同)을 거쳐 다시 북경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북경에 도착하자마자 북경역으로 가서 내몽골 투어 상품을 알아보고, 밤기차를 타고 후허하오터 (呼和浩特)로 갔다. 

실은 후허하오터는 그 전년도에도 왔었다. 그 때도 내몽골에 가고 싶어서 주말을 이용해 짧게 떠났는데 사막 가는 도중에 교통 사고가 났다. 앞차가 졸음 운전이었는지, 우리가 탄 버스 운전사가 졸음 운전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다친 사람들도 있었고 승객들은 모두 인근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나는 다치지 않았지만 같이 간 친구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여행을 그만두고 돌아와야 했다.


꼭 일 년만에 다시 간 후허하오터. 

꼭 일 년 전에 갔던 패스트푸드점에서 밥을 먹고 익숙함이 남아있는 거리를 둘러보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이 돌고 있는데 돌고 있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나만이 시간을 뛰어넘어 날아온 것 같은 묘한 이질감과 그 안에 미세하게 남아있는 익숙함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날씨가 그닥 좋지 않아서 하늘이 새파랗지 않았고 밤하늘의 별 하나 보지 못했음에도, 이 때 처음 본 초원의 감동은 너무나 특별하고 강렬해서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늘과 바람과 초원. 눈 안에 들어오는 것은 딱 그 세 가지 뿐이었다.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장대하게 펼쳐진 초원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두 뺨을 스치는 바람이 한없이 자유로워서 나도 그 안에 들어가 하나가 되고 싶었다. 나라는 존재가 더이상 쪼개어질 수 없을 정도로 작게 쪼개어져 풍경 속에, 바람 속에 녹아들어가, 애초에 내가 바람이었던 것처럼, 애초에 내가 하늘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영원히 있고 싶은 느낌. 무척이나 아름답고, 그립고, 서글픈 감정 때문에 한참 동안을 그렇게 서 있었다.

지금 나는 그 때 내몽골에서 만난 언니의 나이만큼 나이를 먹었다. 그래서인지 다시 내몽골 생각이 났고, 언니 생각이 났다. 지금은 이름 석 자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언니는 평생 단 한 번만 만난다 하더라도 잊을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었다. 언니에게 나는 진작 잊혀졌을지도 모른다. 그 때의 우리는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을 지속시키는 게 얼마나 어렵고 의미 없는 일인지 서로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떠날 때 연락처 하나 주고 받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에 손 한 번만 꼬옥 잡고 헤어졌다.


그 때 지금의 나만큼 나이를 먹은 언니가, 한참 어렸던 나에게 해줬던,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말들이 살면서 어느 순가 문득문득 떠오르곤 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겠지. 변명이나 핑계는 일절 늘어놓지 않고 올곧게 자기만의 길을 가고 있겠지. 우리가 서로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 다시 만나게 된다면 고마웠다고, 그리고 당신의 자유로움과 강함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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