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8 산이 좋아서, 산이 그리워서 네팔로 날아갔다.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그렇게 산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어떤 작은 마을에서 영국인 청년을 만났다. 몇 마디 인사밖에 나누지 않았지만 그 청년은 산행에 부적합해 보이는 큼지막하고 우스꽝스러운 밀집 모자를 배낭에 달고, 마찬가지로 불편해보이는 무지개색 장우산을 가방에 꼽고, 면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었으며, 얇지만 편안해보이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 청년 주위를 감싸고 있던 공기는 누구보다 가볍고 자유로웠다. 갑자기 스스로가 웃기게 느껴졌다. 우기에 대비한 고어텍스 쟈켓과 등산화, 땀 흡수와 배출을 도와주는 기능성 티셔츠와 바지 그리고 스틱. 자연을 닮고 싶어서 뛰쳐나왔으면서 산에서조차 나는 온갖 가식과 인위로 무장한 채 아닌 척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