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2024.7.21.
건즈(Gunj) - 자르자르콧(Jarjarkot)
 
 
 
 
 
4시 반 린지가 방문을 두드리며 깨웠다. 주팔행 비행기는 아침 일찍 6시에 뜬다고 한다.
 
부랴부랴 머리감고 (오늘부터는 못 씻으니까 물로 씻는 마지막이 될 것 같았다.) 짐싸고 5시쯤 내려갔다. 



짐 무게 때문에 계속 걱정이었는데 린지의 편법성 아이디어대로 하고도 15kg 정도 오버라 추가 금액 4,000Rs를 내고 기다렸다.

비행기 연착에 기다리는 게 일상이라고 하셨는데 여기 오니 진짜 그렇다. 주팔에서 비가 많이 와서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주팔은 9시쯤 갠다 하고 이쪽은 9시쯤 바람이 분다고 했나? 구름이 많다고 했나? 자연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 한다.

천정에서 돌아가는 팬으로 더위를 누그러뜨리며 (그나마도 이것마저 없었으면 정말 쪄 죽었을 거다.) 하염없이 기다렸다. 더우니까 나른해져서 졸리기까지 했다.

비행기가 뜨려나? 주팔에 무사히 도착해서 산행 시작할 수 있을까? 
내려놓고 지켜봐야지. 이끄는대로.

결국 비행기는 캔슬됐다. 9시까지 기다려보고 취소되면 어떻게 할지 정하기로 했는데 내일도, 모레도 날씨가 안 좋다고 한다.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고. 비행기 캔슬이 확정되기 전에 접근한 지프 드라이버(회사였다)에게 연락했다. 
 
비행기 타고 가서 오늘부터 산 타면 안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나? 아니면 차 타고 가면서 가는 길에 경험해야 할 일이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게 뭐든 받아들이는 일뿐이다. 목적지는 같은데 비행기를 타고 가느냐 차 타고 가느냐. 결국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고 이룰 것은 확실한데 그에 달하기까지의 세세한 방시과 시간은 내 뜻대로 할 수가 없다. 믿고 따라가는 수밖에.
 
묵었던 숙소로 돌아가 간단히 짜빠티와 계란을 먹었다. 예전 인도 여행 때 늘 먹던 메뉴라 그런지 반갑다 맛있기도 하고 ^^ 

9시 반경 출발. 엄청 더웠는데 차가 달리니 좀 낫다. 짐 싣고 네 명이 뒤에 앉아서 지그재그로 앉아야 한다. 
 
마을을 달리다 산길을 달리다 여러번의 검문 포스트를 지나고 풍경이 여러번 바뀌었다. 


중간에 주유하고 간단히 식사하고 (우리는 배가 안 고팠지만 기사가 점심 식사를 해야 했으므로) 다시 길을 떠났다.


얼마간 갔을까? 차가 철커덩한다. 뭔가 심상치 않은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기사가 차를 엄청 험하게 운전하더만.. 차가 원래도 오래된 차였지만 그렇게 험하게 밟아댔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근처 마을에서 잠시 차를 보는데 좀 더 가면 큰 마을에 정비소가 있다고 한다.

차가 고쳐지길 기다리며 주위에 앉아 죽치고 있는데 미선 언니가 꽃을 꺾어오셨다. 머리에도 꽂고 부케도 만들며 놀다보니 시간이 갔다. 이제 차에 말썽이 안 생기기를.
 
또 얼만큼을 갔을까? 차 교대하는 곳이 나오기 전에 차가 또 퍼졌다. 기사가 사우지(사장)한테 전화하고, 2km 지나 있는 마을에게 정비하기로 했다. 그래서 들르게 된 예정에 없던 마을 자르자르콧. 

높은 산에 형성된, 비 온 뒤 습기를 잔뜩 머금은 마을이었다. 산 등성이에 다닥다닥 붙은 건물. 인도에서 수도 없이 본 산간 지방 마을과 너무 비슷하다. 우기 때 진흙탕 물 밟지 않으려고 껑충껑충 다녔던 길 느낌도 너무 비슷하고 :)


차 고치는 동안 린지가 옥수수를 사 왔다. 옥수수 먹고, 밀크티 마시고,

건물 위 포토존에 가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차가 고쳐질 생각을 안 한다. 가뜩이나 계획한 일정과 어긋났는데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시간이 더 늘어진다.



정비 기다리는 동안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달밧 주문했는데 나오는데도 한 시간은 넘게 걸린 것 같다. 차 정비하고 밤에 떠나면 위험하기도 하고 너무 늦어져서 결국 하루 묵어가기로 했다.

내일 일찍 떠나기로. 어차피 여기 묵을 거라 마음을 비우고 나니 차라리 편해졌다. 맥주 한 병을 넷이서 나눠 마시고 천천히 달밧 먹고 숙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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