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4.10.-13.
오랜 친구들과 함께 한 제주 봄 나들이. 다같이 이렇게 여행 간 건 처음인데 같이 다니면 아무래도 내가 가고 싶은 곳에는 갈 수 없으니까 양해를 구하고 하루 먼저 출발했다. 무리해서 이틀 먼저 출발할까도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안 하길 잘 했다. 전날 날씨 때문에 하루 종일 비행기가 취소됐다고 하니까.
암튼, 내가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비가 내리다가 제주에 내리니, 비록 바람은 많이 내렸지만 점차 날씨가 좋아졌다. 차를 렌트하고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절물자연휴양림!
Day 1.
절물자연휴양림

절물 진짜 오랜만이다! 마지막에 간 게 2017년이었으니 거의 십년만인가? 그때 휴양림에서 묵었는데 노루 가족도 보고 숲에서 묵는 기분이 좋아서 이번에도 절물에서 자고 싶었는데 어, 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예약이 차버렸다.

무시무시한 까마귀. 자리에 앉아서 간식 먹고 여유롭게 쉬려고 했는데 지나치게 적극적이고 성취지향적인 까마귀 때문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까마귀 보면 느낀 점 : 원하는 게 있으면 저렇게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나?
교래흑돼지 본점
친구랑 나랑 엄청난 P라 비행기랑 숙소랑 차량만 간신히 예약했다. (이마저도 혼자였으면 안 하고 당일이나 전날 부랴부랴 했을텐데 친구 때문에 했다;) 당연히 뭘 먹을지 같은 건 전혀 생각 않고 있다가 동선 사이에 있는 식당 추천해달라고 GPT한테 물어서 가게 된 곳.
근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고, 외국인들이 무척 많았다. (외국인들이 보는 정보란에 올라와 있는 곳인가 봐)

시간이 애매해서 어딘가 걸으러 들어가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근처 카페는 휴무이거나 곧 문 닫을 시간이고 해서 바다나 살짝 보고 들어가자고 함덕으로 향했다.
함덕해수욕장

근데 바람이 엄청 불어서 추워서 얼마 걷지도 못하고 살짝 구경만 하고 자리를 떴다.

Day 2.
곶자왈 거문오름 펜션

숙소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져서 얼핏 봤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보니까 숙소 정원이 장난이 아니었다. 솔직히, 숙소 자체는 특별할 게 없는 경제형 숙소였지만 정원이 숲이랑 연결되어 있고, 어마무시하게 넓다.


사장님 내외가 가꾸시는 것 같았는데 - 아침 일찍부터 사모님이 곡괭이? 호미? 같은 것 들고 다니면서 손질하고 계셨다. - 정원사를 쓸 여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본인들이 좋아서 하시는 느낌? 그 넓은 땅에 숙소 건물도 달랑 세 채만 지으신 것 보면 숙박업도 비워두느니 조금만 하지? 싶어서 하시는 것 같고.

여기는 만끽해야 답이다 싶어 방에 들어가서 커피 타서 들고 와서 햇살 받으면서 마셨다. 나도 이런 데 쳐박혀서 살고 싶다.

숙소 바로 옆에는 말이 뛰어다닌다.


다랑쉬 오름
체크 아웃하고 간 곳은 다랑쉬 오름. 오후에 다른 친구들과 합류하기로 해서 한라산에 다녀올 시간은 안 되고 오름에 오르기로 했다. 근처에 산굼부리, 거문 오름도 있고, 비자림, 사려니숲길, 삼다수숲길 등 내가 좋아하는 곳들이 몰려 있는데 안 가본 곳에 가려고 다랑쉬 오름에 올랐다.

시작하자마자 와~ 나무 멋있다~ 가 끝나기가 무섭게 계단 지옥이 펼쳐진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코스인데 1월 이후로 팔이 자꾸 굳어서 산 한 개도 못 타고, 운동도 아무것도 못했더니 체력이 정말 말이 아니라. 올라가느라 죽는 줄 알았다.

중간에 쉬면서 본 풍경. 맞은편 보이는 게 아끈다랑쉬오름이다. '아끈'은 제주어로 '작은'이라고 하는데 어떤 블로거의 표현을 빌면, 저 곳에서 보는 풍경이 마치 혼자 동떨어진 기분이라고 했던 것 같다. 아끈다랑쉬에 오를 때도 '다랑쉬 오름'으로 검색하고 와서 주차하고 올라가면 된다.

이제 하늘이 보이겠거니, 다 왔겠거니 했는데 끝없이 이어지던 오르막. 게다가 경사도 꽤 높다. 여기에서 앞서 올라가시는 분 뒷모습 보고 하도 멀어서 친구랑 하염없이 웃었다 하하..

드디어 정상! 와~! 진짜 멋있다! 과연 오름의 여왕이라고 할 만하다. 올라온 포인트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고 온 길로 내려갔다. 오르막만 조금 힘들지 정상 올라오면 산책하듯 가볍게 걸을 수 있다.

섭섭이네
공항 가는 길에 있는 식당 중에서 골라서 간 섭섭이네. 아무 기대 없이 간 곳인데 대기표도 뽑고, 유명한 곳이었나 보다. 카레돈까스였나? 이거랑 국수 맛나게 먹었다.

남는 시간에 카페 한 군데 들렀다 가려고 했는데 여기에서부터 공항까지 한 시간이나 걸릴 줄이야! 도대체 뭘 믿고 둘 다 시간 계산도 안 해 보고, 당연히 시간 남을 줄 알고 카페까지 갈 생각을 했을까. ㅋㅋ 결국 완전 딱! 맞게 도착해서 렌트카 반납하고 친구들 만나러 공항으로 갔다. 다른 사람들은 여행 끝내고 돌아가는데 우리는 다시 시작이다.
Day 3.
런던베이글뮤지엄 제주
친구들이 가자고 해서 간 런베뮤 제주. 사람들이 아직도. 줄 선다 하던데 우리는 그렇게 일찍 간 것도 아닌데 줄이 없어서 슝 금방 들어갔다.

말 캐릭터 너무 귀엽다. 여기에서 파는 말 인형이 너무 갖고 싶었는데 살 때만 좋지 사고 나면 예쁜 쓰레기가 될 게 뻔하기 때문에 꾹꾹 참아서 안 샀음. 결과적으로 안 사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카페 앞쪽으로 바다도 보이고, 꽃도 보이고, 아주 짧은 산책로도 있다.
++ 주차는 바로 맞은편에 있는 주자창에 하지 말고 인근의 공영주차장에 할 것! 당연히 런베뮤 주차장인 줄 알고 했는데 카카오에서 하는 주차장이라 요금 따로 지불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들은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오면서 꽃 구경하더라.
유채꽃밭
앗! 여기 위치가 어디었더라? 사실 전날 내 체력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이 날은 하루종일 머리가 띵하고 제정신이 아니었다. 몸은 따라다녔는데 무슨 말하는지 얘기도 제대로 못 듣고, 다이소에서는 안 내리고 자고.
유채꽃이 끝났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예쁘게 피어 있어서 다들 여기서 신나서 사진 찍었다.

서우봉
숙소에서 서우봉이 무척 가까워서 들어가기 전에 올라가 보기로 했으나, 체력 이슈로 여기까지만 올라가고 내려갔음.


Day 4.
동문 시장 다녀가는 길. 고인물, 동네 갱스터들 같다. ㅋㅋ

도두봉
여기도 공항 가기 전에 시간 남아서 간 곳인데 생각보다 예뻤다. 서울은 진작에 끝났는데 아직 벚꽃이 있었고. 말라가는 동백도 있었다.

꽃길만 걸어야지~

오랜 친구들이랑 다같이 한 여행이라 좋았기도 한 반면 체력 때문에 괴롭기도 했던 제주 나들이. 그래도 너무 즐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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