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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안 여행/등산

제주 스쿠터 여행 #01

by kai.lasa 2018.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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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나홀로 제주 여행 

 

그렇듯 여행 떠날 때에는 심신이 너덜너덜해져서 하나 까딱하기 싫어질 떠난다

이번에는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소멸된다고 알림이 와서 갑자기 오게 거긴 하지만, 때문에 오는 연락도 귀찮고 싫었다

공항 가는 길, 꽉꽉 막힌 택시 안에서 그제서야 숙소 알아보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 왔다.

자전거로 도는 건 너무 힘들 것 같고 스쿠터 빌려서 도는 건 할만할 것 같아서 떠나는 당일 스쿠터 대여 업체에 예약하고,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스쿠터를 빌리러 갔다. (업체에서 공항까지 픽업을 나와준다.)

2박 3일간 스쿠터 빌린 업체. 몇 군데 검색해봤는데 검색해보니 빌려주는 모델이랑 가격이 대동소이했다. 다만, 나는 저녁 8시에 도착하는데 그 때까지 여는 곳이 이 곳밖에 없어서 여기로 했다. 2종 소형 면허도 있지만 바이크 안 탄지 완전 오래돼서 ㅠ 사장님이 80cc 요타로 빌려주시려 했는데,,,, 시동이 안 걸린다. 나 혼자 타다 시동 꺼지면 어쩌나 불안해서 물어보니까 예열이 안돼서 그렇다며 다른 스쿠터를 빌려주시려 했는데 그것마저 시동이 안 걸렸다. 겨울철 자동차 엔진도 아니고 80cc 스쿠터에 무슨 예열 ㅋㅋㅋㅋ 어처구니가 없긴 했지만  결국 내가 빌리게 된 125cc 스쿠터. 

근데... 125cc가 이렇게 무거웠던가... 고작 125cc 주제에 이렇게나 무겁다니 깜짝 놀랐다,, 스쿠터 빌리고 나서 10 정도밖에 걸리는 연동 숙소까지 가는데 30분이 넘게 걸려서 갔다. 완전 가관이었다. 운전도 운전이지만 처음 가는 길은 네비를 못봐서, 뒤에 오는 차들한테 세상 민폐 끼치고, 잘못 들어서 으슥한 골목길을 한참 가고.. -여기도 낮에 왔으면 우와! 하며 예뻐했을테지만 밤에 가니까 무서웠다. ㅠ-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도 조용하고 한적한 데 있는 예쁜 곳 하고 싶었지만, 일정이 금요일 밤에 도착인데다 떠나는 것도 월요일 아침 일찍이라 제주 시내 쪽에 잡는 것이 나았다. 공항 근처 게스트하우스는 알아보니 죄다 파티있는 게스트하우스들 뿐이라서 결국 연동에 있는 호텔에 묵었다.

 

숙소에 도착하고 나니  문제가 발생했다. 오토바이 세우는 안되는 거였다. 혼자 낑낑대다 로비에 계신 직원분께 도와달라고 해서 세웠다.  분도 힘을 다해서 당겨야 세워졌는데 다음날부터 혼자 있을까?,,,, 갑자기 스쿠터가 애물단지처럼 느껴진다.

저녁을 먹어서 주변을 도는데 단란주점, 노래방 천지이고 혼자 마땅히 간단하게 먹을 데가 없다. 햄버거가 먹고 싶었는데 ㅠ 저녁 식사 찾느라 제주 시내를 한참 걷다 스타벅스를 발견했다. 제주도에만 파는 우도 땅콩라떼 먹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시즌 상품이라 이제  판단다;;;

 

 

 

먹을 것들 가지고 와서 호텔에서 TV보며 먹는데 (집에 TV 없어서 모든 것이 새롭다.) 중화 TV 틀어놓았다. 

스물 두 살 때인가? 혼자 중국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젊은 여자가 혼자 여행하는 걱정됐는지 한밤중에 로비에서 전화가 왔는데  꼭  잠그고 자라고 당부하던 기억이 났다. 그 때는 피식 웃어버리긴 했지만 고맙기도 하고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예전에는 간도 컸던 같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찾는 데는 꽝임에도 훌쩍훌쩍 떠나서는 가는 사람들한테 길 물어보고, 그렇게 친구가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요즘처럼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구글맵으로 여행하는 세상이 되다보니 예전 같은 여행의 소소한 재미들이 없어지는 같다.

 

예전에는 헤매다 나만 , 내가 만난 사람들로 여행이 채워졌는데 (온전한 여행이었는데) 이제는 검색해서 나온 곳을 가면 뭔가 빠뜨린 것 같고. 여행마저 열심히 다른 사람한테 뒤쳐지지 않게 해야하는 세상인가 싶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구글맵보다는 종이 지도로 방위 맞춰가며 보는 좋고, 글도 컴퓨터로 쓰는 것보다는 종이에 연필로 쓰는 좋다. 

 

밤에는 신나게 쓸데없는 TV 프로그램 보다가 엄청 늦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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