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14 China-云南, 四川

윈난쓰촨(云南四川) #7 샹그릴라(香格里拉) → 乡城 → 따오청(稻城)

kai.lasa 2018. 11. 25.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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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217


샹그릴라(香格里拉) → 乡城 → 따오청(稻城)


새벽에 숙소에서 나와서 터미널까지 걸어갔다. 차 시간은 8:00 a.m.이었다. 비좁은 버스에 타서 짐을 넣고 출발! 사람이랑 짐이 잔뜩 쌓여서 가는 걸 보니 네팔 로컬 버스 생각이 났다.


기사 아저씨가 운전을 아주 잘 하시기는 했지만 눈이 무척 많이 내렸다.. 이런 눈길을 뚫고 갈 수 있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로 길이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설경은 정말 끝내줬다!!!! 하늘도, 땅도, 산도, 나무도, 계곡도 모두 하얗다~~ 새하얀 세상을 오래된 버스가 달달거리며 지나갔다. 눈꽃이 휘날리고, 무릎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내렸다. 온통 하얀 세상이다. ^ㅁ^


가다가 작은 차 두 대가 눈 때문에 못 가는 걸 보고 우리 버스 기사 아저씨가 도와주었다. 좁은 절벽 길에 마주오는 차 두 대가 지나가는데, 눈길에서 멈췄다가 다시 가면 슬립되기 십상이다. 탄력 받아서 출발해야 하는데 한 번은 왼쪽 도랑에 빠져서 남자 승객들이 모두 내려서 버스 뒤에서 밀고 난리도 아니었다. ㅋㅋㅋ 



눈이 그치는가 싶더니 또 어느 지점에 가니까 눈이 미친듯이 더 내렸다. 앞서 가던 버스가 도랑에 빠진 것 도와주다가 우리 버스도 오른쪽으로 빠졌는데 상황이 더 심각했다. 

뒤에 감은 체인 끊기는 소리 들리고. 뒷바퀴 앞 차체가 휘어서 바퀴가 공회전만 했다.  

또 다시 승객들 모두 내려서 남자들은 밀고, 차체는 망치로 두들겨서 폈다.

차는 거의 만신창이가 됐고, 눈은 무릎 가까이까지 쌓이고, 칼바람은 수평으로 부는데, 밖에 서 있자니 진심으로 이러다 얼어죽겠구나 싶었다. 발이 얼고,, 다리가 얼고.. 이가 덜덜덜 떨리고 온몸이 후덜거리는 게 정말 정말 추웠다. ㅠ_ㅜ 어쨌든 나무판 대고 버스 띄워서 뒷바퀴에 체인 감고 다시 떠났다.


눈 쌓인 길 지나고 산 위로 더 높이 올라가니 그다지 눈도 많지 않았고, 오히려 해도 강하고 나무, 풀도 있었다. 

설경은 설경대로 멋졌지만, 높은 산 위의 풍경은 또 그대로 멋지고 아름다웠다. : D

이런 높은 산까지 굳이 길을 뚫어서 다니다니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옛날에 인도에서 오토바이 타고 이렇게 험한 길 다니던 때 생각이 나기도 하고.. 


한 가지 분명한건 나는 고산이 너무나 좋다는 것이다. 풀 한포기 나지 않을 정도로 척박한 땅에 오면 숨이 차오르고, 여기에서 이렇게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으면서 나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하게 된다. 경이로운 대자연에 감탄하게 되고, 나의 작음을 직시하고 인정하게 되면서 자연 앞에 넙죽 엎드리게 된다. 무한한 감동을 느끼면서.


→ 乡城

뒷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비포장 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니 샹청(乡城)이 나타났다! 꽤 큰 마을인데 작은 마을들이 떨어져 있다. 원래도 4-5시쯤 도착한다 했으니 8-9시간 걸리는 길이었는데, 이래 저래 오래 걸려서 7시에 도착했다. 샹그릴라에서 샹청까지 오는데 11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우리의 베스트 드라이버! 고생한 기사 아저씨랑 사진 찍고, 점심 같이 먹은 스위스 여행객 크리스티나도 같이 사진 찍고 인사하고 싶었었다. 그런데 수많은 기사들이 몰려오고, 차에서 만난 장족 아저씨가 타고 따오청까지 가는 차 같이 잽싸게 타고 가야해서 경황없이 헤어졌다. ㅜ 산 속 눈길 이동은 최고의 운전사와 협력 가능한 승객들이 없었으면 살아서 못 나왔을 것 같다. 진짜 재미있었다. ㅋ


→ 따오청(稻城)

계속 환하게 웃던 사람 좋아보이던 장족 아저씨 아들이 빵차를 끌고 왔다. 셋이서 180위안 주기로 하고 따오청까지 갔다. (약 3시간 소요) 아까 온 길에 비하면 이건 뭐 옆집에 놀러가는 수준인 것 같다. ㅎ


따오청은 정전이 잦다. 그래서 자체 전력이 있는 큰 숙소로 갔는데 그나마도 11시도 안되어 정전됐다. 감기 때문에 콧물에 머리가 띵하다. 이게 감기 때문인지 고산병 때문인지 모르겠다. 길고 긴 하루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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