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8
따오청(稻城)
따오청은 영원한 샹그릴라, 마지막 샹그릴라라고 불리는 야딩(亚丁)을 가기 위한 관문 같은 곳이다. 이전에는 가장 가까운 공항이 캉딩(康定)에 있었는데 야딩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따오청에도 공항이 생겼다. 따오청부터 야딩까지 들어가는 90km의 길은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승합차(빵차)를 타고 들어갔었는데, 그마저도 중국 정부가 셔틀 버스를 만들어 그 버스만 타야 들어갈 수 있게 만든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야딩, 따오청에 다녀온지 4년이 지난 지금으로써는 어떻게 변해있을지 모르겠다.
밤새 눈이 내렸다. 꽈배기라도 살 요량으로 나갔는데 가게가 문 연 곳이 거의 없다. 터미널 찾기도 쉽지 않고..
오빠가 예전에 왔을 때 묵었던 곳을 찾아가봤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문이 잠겨있었다. 그 다음에 터미널에 갔는데 매표소도 닫았다. 돌아가는 비행기를 쿤밍에서 타야했기 때문에 우리의 원래 계획은 야딩까지 왔다가 다시 샹그릴라, 따리 지나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제 내린 폭설 때문에 샹그릴라 가는 길이 막힌 것 같은데 그러면 캉딩으로 가야하나?
전기가 나온다는 큰 호텔에 들어가서 가격 흥정하다 180위안으로 하기로 하고 들어갔다. 원래 숙소로 돌아가서 짐 싸고 식당에서 밥 먹고 새 숙소로 갔는데 차 한 잔 끓여마시고 나니 전기가 또 끊긴다. -_-+ 1시에는 발전기 돌린다 해놓고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안된다 그러질 않나, 그럼 언제 나오냐니까 4-5시에 나온다 했다가 6시라 하고. 밤새 나온다 했다가 12시면 또 끊긴다 하고 나중에는 내가 잘못 들은 거라질 않나 그럴 거면 나가라 그런다;;;;;!!! 어이 없게!!!
열받아서 나와버리고 비행장 호텔로 가려는데 가방도 무겁고,, 빵차들이랑 흥정하다 결국 300위안 부르는 장족 기사 청년 차를 타고 야딩으로 가버리기로 했다.
가기까지의 과정도 엄청 길었다. 우리를 태워주기로 한 장족(藏族) 기사 말이 이랬다 저랬다 계속 바뀌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이 청년이랑 그렇게 친해지고, 그렇게 고마워하게 될지 이 때에는 미처 몰랐지...
운전하기 어려운 곳 운전 잘 하고 나서는 칭찬을 원한다는 듯이 쳐다보고, 길 가는 동네 할머니들 다 태워주는 모습 보면서 (알고보니 그 안에 이 청년 어머님이 계셨다. ^^;;) 건실한 동네 청년인데 내가 사람 정말로 잘못 봤구나 싶었다. 언니는 길가에 있는 강아지 보고 돌아서 운전하는 것 보고 괜찮은 애구나 싶었다고 한다. ㅎㅎ
오는 길에 길이 막혀서 한참을 기다리는데 그 동안 얘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오빠도 예전에 여기 왔었다고, 그 때 찍은 사진들 보여주니까 그 안에 자기가 사람들 있다고, 올라가는 길에 사람들한테 사진도 대부분 찾아줬다.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서 뒤에서 차들이 와도 아랗곳 않고 한 장 한 장 사진 찾아가고 있다. ㅋㅋ 그 모습이 엄청 귀엽고 기분 좋았다.
우리가 오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야딩 매표소가 문을 닫아서 오늘은 산에 못 가게 됐다. 기사 청년이 자기네 집으로 가자길래 이 때 아니면 언제 티베탄 집에서 자볼까 싶어서 냉큼 그러겠다고 했다. ㅋㅋㅋ
주방이 완전 세트장이다!!!! 사방에 식기들이 늘어서 있는데 모두 영화 소품 같다~!
빈 집에 애가 혼자 서 있었다.
아까 뵌 할머니가 아기 신발 사오시고,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할아버지가 처음 우리를 보시고 지은 표정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있는 줄도 모르셨을텐데, 집에 웬 낯선 사람들이 와 있는데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주셨다. 정말 정말 감동 받았다..
할머니가 사 오신 분홍 신발이 좀 작아서 '또우디/따오껀(장족 기사 청년 이름이다.)'이랑 같이 차 타고 나가서 좀 더 큰 사이즈로 신발 바꾸고, 장도 봐 가지고 집에 돌아오니 부인이 돌아와있다. 얼굴이 어려보이는데 벌써 엄마다. ^^
손님이 왔다고 한참을 난로가에서 요리를 하는데 (집에 전기가 안 들어와서 분위기가 더 좋았다 ^____^) 간식이랑 주전부리를 계속, 잔뜩 주셨다. ^^; 그릇마다 정성스레 담아주신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불러서 그렇지 ㅎㅎ 쑤요차(酥油茶)도 주셔서 마셨는데 역시나 희한한 맛이지만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옛날 시골에서 정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챙겨주시던 때의 느낌과 똑같다. 채소 사러 갔을 때도 사람들이 쟤네들은 누군가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빤~히 쳐다보는 것도 있었지만 눈이 마주치면 무조건 환하게 웃어준다.
식사가 끝나고 옆 방에 이부자리를 마련해주셔서 잤는데 정말 정말 춥다. ㅋㅋㅋ 그래도 마음만은 따뜻하게 잤다. 그 동안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 같다.
+ 남초 다음으로 많은 별을 본 야딩의 밤하늘. 이런 하늘과 별을 보며 사는 사람들은 마음이 예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별 보며 볼 일 보는 황궁 화장실 ㅋㅋ 화장실이 따로 없고 집 뒤 담벼락이 화장실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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