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안 여행/등산

치악산 산행(황골 - 비로봉 - 원점회귀)

kai.lasa 2023. 6. 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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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9
 

치악산 : 황골탐방지원센터 - 입석사 - 쥐너미재 전망대 - 비로봉 - 원점회귀
 
황골탐방지원센터 도착 7:50 
등산 시작 8:20 
입석사 9:00 입석사
쥐너미재 전망대 10:14 
비로봉 : 한 시간 휴식 10:40
하산 시작 11:45 
도착 13:50 
 


 


 

Everything went perfectly.
Just go with the flow.

계획하지 않고 흘러흘러,

오랜만의 산행!

작년에는 부상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고, 다리가 어느 정도 회복된 이후에는 가까운 청계산만 몇 번 갔다. 청계산은 몸풀기나 산책으로는 괜찮지만 솔직히 산같은 느낌이 별로 안 들어서 국립공원 산들을 기웃거리다가 하이킹 메이트들과 함께 치악산에 가게 됐다.

처음부터 치악산에 가려던 건 아니고 원래는 월악산에 가려 했다. 그런데 일기 예보를 보니 비가 많이 내릴 것 같았다.

Plan A 월악산
Plan B 소백산
Plan C 서울 인근 산(북한산)

계획이 좌라락 있었는데 그나마 치악산은 오후에 비가 그칠 것 같아서 치악산으로 급 선회! (결과적으로 아주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__^)

내 다리 상태를 배려해준 일행들 덕에 + 날씨를 고려해서 최단 코스인 황골코스로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산에 가는 거라 너무 가고 싶어서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랐는데 치악산 가는 길에 비가 엄청 퍼부었다;;

탐방지원센터 도착해서도 비가 좌락좌락 내리길래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차 안에서 커피 마시고 간식 먹으며 살랑살랑 놀았다. 이러다 차 안에서 커피만 마시고 집에 가는 거 아니냐는 우스개소리도 했지만 조금씩 날이 개었다. 야호!! :D
 

 
비가 온 덕에 산이 물기를 잔뜩 머금고 있어 계곡에 물이 많았다. 가는 길에 환타지 영화에 나올 것 같은 풍경들도 보고!! 사실 나는 비도 좋아하고 안개도 좋아해서 안개 낀 숲도 너무 좋다. 산이 안 좋은 순간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
 

 


산 많이 타시는 분들은 어느 높이에서  물어보든 "다 왔어~"라고 하시던데 '다 왔다, 이제 금방이다'는 소리를 초반부터 계속 들으며 올라간 것 같다 ^^;
 

 
이번 하이킹 멤버는 셋 다 각자 산을 타다가 (아! 아니다 10년 전쯤 셋이 같이 북한산에 간 적이 있고, 다른 한 분과는 예전에 한 달에 한 두 번씩 북한산에 꽤 많이 같이 갔었다. 몇 해 전에는 공룡도 같이 가고 ㅎㅎ) 이번에 어쩌다 시간을 맞추게 되었는데 덕분에 무척 즐거웠다. 산은 거의 혼자 가는 편이었는데 다른 사람이랑 같이 가는 것도 꽤 즐겁네 :)

 

 
좋아하는 폭신폭신 숲길도 걷고, 이야기도 나누고, 돌 무더기 가파른 길이 나오면 힘들어서 셋 다 입 꾹 다물고 오르다 보니 비로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간식도 먹고, 새하얀 구름인지 안개인지에 뒤덮여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예쁜 운해가 깔렸다 :)
 

 

 
 


치악산 비로봉이 운해가 잘 생기고, 360도 사방이 트인 곳에서 운해를 보면 뛰어들고 싶은 느낌이 든다고 하셨는데 보니까 구름바다에 다이빙하고 싶은 마음이 뭔지 알 것 같다. 너무 예뻐서 한참을 사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신나 하면서 봤다. 처음 산에 올 때만 해도 비가 안 오고 등산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비도 봤고, 등산할 타이밍에 딱 맞춰 비도 그쳤고, 동화 같은 숲길도 걸었고, 정상에 올라서는 날이 개어 구름바다도 보았다. 하루 동안 여러 날씨와 다양한 산의 얼굴을 선물 받았다 ^^

 


올라가는 거야 별 상관 없는데 무릎이 약한 나로서는 말도 안되는 경상의 내리막길은 솔직히 좀 너무했다. 무릎에 부담 안 주려고 한참을 뒤로 내려갔는데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였다. 아아,, 콘크리트길 너무 싫다;; 그나마 뒤로 내려왔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진즉 무릎 다 나갔을 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본 하늘은 높다랗고 지글지글한 여름 하늘이었다. 어느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이구나! 더 신나게 즐기고 놀아야겠다 ㅎㅎ 집에 가기 전에 커피 한 잔 하러 커피숍 가는 길에 살짝 오프로드도 맛보고!
 


아예 정기 모임을 결성하자고 해서 내친 김에 모임 이름도 정했다. 이름하여 “Plan B” 오늘 원래 월악산을 가려다 치악산에 가게 된 것이라서 이름이 그렇게 정해졌다. 우스갯소리처럼 정했지만 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처음 계획했던 월악산이 아니었어도 사람, 날씨, 산, 식사, 커피 모든 것이 조화롭고 완벽했다.

 

이런 완전함을 인간이 계획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을까? 월악산이 아니어도 가장 좋았던 것처럼 흘러가는 대로 두면 이리 편하고 좋은 것을 선물받는다. 내 삶의 모든 순간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 내가 아등바등 계획하고 애쓰는 것보다 순응하고 맡겼을 때 가장 좋은 곳으로 간다는 것을 아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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