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안 여행/등산

덕유산 1박 2일 산행 - 첫째날(구천동 - 향적봉)

kai.lasa 2023. 6. 2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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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1-12

덕유산 1박 2일 산행 : 구천동 향적봉 대피소 - 인월담 - 안심대 - 백련사 - 향적봉 (총 거리 8.5km)
 
Day1.
 
9:30 구천동탐방지원센터 도착 
9:40 등산 시작
11:45 백련사 
14:25 향적봉 대피소 도착 
 
 


 


 

모든 것은 선택

Plan B 등산 메이트와 함께 하는 두번째 산행! 덕유산! 덕유산은 한 번도 안 가봐서 대피소를 예약해 두었는데, 2주 전에 Plan B 멤버와 함께 치악산에 갔을 때 덕유산에 같이 가기로 급 정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삿갓재 대피소로 예약했는데 루트 찾아본 일행이 얘기해 줘서 향적봉 대피소로 다시 예약했다. 삿갓재는 남덕유산 갈 때 다시 가기로!)

향적봉 대피소는 사설이라 다른 국립공원대피소와는 달리 네이버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향적봉대피소 예약창


  

 


배낭을 십년 넘게 쓰니까 다 삭아서 새로 사야 했는데 감사하게도 멤버 오빠가 여분 가방이 있다며 오스프리 40리터 가방을 줬다. 꺄~~~~ 배낭을 필요한데 사기는 귀찮았는데 하늘에서 배낭이 뚝 떨어졌다! 그것도 오스프리로! (오스프리 가방 안 써봐서 한 번 써보고 싶었다 ㅎ) 가기 전날 배낭 팩킹하고 어찌나 설레든지^^ 소풍 가기 전날 어린애처럼 너무 설레고 기대됐다! (정작 나는 어릴 때 소풍 전 날 설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구천동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해서 산행 시작! 날씨도 너~무 좋고, 하이킹 시작하시는 분들도 무척 많다 :) 구천동 - 향적봉까지 코스는 난이도가 높지 않은, 비교적 편안한 등산 코스이다. 특히 백련사까지는 잘 닦인 산책로와 같아서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올랐다. 가는 길에 구천폭포, 월하탄, 비파담을 지났는데 소소하게 경치 구경하는 맛도 있다. 

 

 


백련사부터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솔직히 많이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이 날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았다;;; 컨디션 난조 때문에 자주 쉬어가며 올라서 향적봉 대피소에 도착하기까지 쉬는 시간 포함 5시간가량 걸렸다.
 
향적봉 대피소 도착!! 우와!! 대피소가 영화에 나올 것 같이 생겼다. 분위기 굿!! 평일이라 그런지 대피소에 묵는 사람이 우리 3명과 다른 분들 2명 총 5명 밖에 없어서 대피소를 완전 전세내서 썼다 ^^
 

 
혼자 산에 다닐 때에는 무게 줄이는 게 최우선이라 지리산 종주 때 빼고는 버너랑 코펠을 가지고 다녀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등산 메이트들과 같이 온 거라 도착하마자 점심으로 컵라면도 먹고 향적봉에 올랐다.
 

 


저기 아래쪽에 보이는 게 대피소이다. 대피소랑 향적봉이랑 엄청 가까워! 

 

 

저녁에는 남들 하는 것처럼 삼겹살도 구워 먹었다. (산에서 고기 구워먹는 것 처음! ^^) 고기 별로 안 좋아하는데 산에서는 뭐든 다 맛있다 ㅎㅎ

 

 

한창 식사하다 보니 밖에 비가 퍼부었다. 우리가 대피소에 도착한 다음에 비가 내려서 다행이기도 하고, 대피소에서 비 내리는 것 보면서 커피 마시고 싶어서 실은 내심 비오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한참을 쏟아붓더니,

 

 

하늘에서 무지개를 선물 받았다!!! 다들 완전 흥분해서 밥 먹다 말고 뛰쳐나와서 무지개 구경하고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렇게 크고 완전한 모양의 무지개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본다!!! (늘 고층 건물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니깐,,) 비가 내린 직후, 딱 맞는 시간에 높은 곳, 딱 맞는 공간에 있을 수 있던 덕에 이렇게 크고 예쁜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덕유산은 또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안겨주는구나 ^__^

 

 

 

 
무지개 구경하고 커피 내려마시고, (일행이 드립 커피 준비를 다 해와서 감사히, 맛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 

 
 

 

혹시나 노을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다시 한 번 향적봉에 올랐다. 비 온 다음이라 하늘이 더 맑고 예쁘게 보인다.

 

 

 
매번 산 탈 때마다 너무 좋은데 이번 덕유산이 너무 좋아서 다음 번에는 덜 좋으면 어쩌냐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번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덕유산에 오기 한참 전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번 산행이 좋을 것임을 알았다. 산에서는 비가 와도 좋고, 눈이 와도 좋고, 안개가 껴도 좋고 모든 것이 좋다. 산은 뉴트럴하게 다가오는데 그것에 대해 반응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일뿐 외부의 대상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이건 똑같이 외부 대상이 사람일 경우에도 적용이 되고,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 때 내 태도와 감정은 전적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좋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좋을 수밖에. 아직 마음 속이 소란할 때가 있어서 일상 생활에서는 가끔씩 안될 때도 있지만 산에서만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저녁무렵 안개가 가득차서 노을은 볼 수 없었지만 나는 안개도 좋아해서 전혀 아쉽지 않았다. 안개는 안개대로 운치 있고 멋있다. 마치 추리 소설의 배경 같달까? 그러고 보니 추리 소설이랑 딱 맞는다! 인적 없는 산, 산장, 자욱한 안개, 등산객 몇 명. 물론 우리는 고립되지는 않았지만 ㅎㅎ
 
 

 
요기가 내 자리! 원래는 몇 명이 같이 써야 하는 공간인데 이 날 2층에 묵은 사람이 우리 셋 밖에 없어서 각자 한 구역씩 차지하고 넓게 쓰는 호사를 누렸다~ 평일 산행은 이래서 좋다. 
 
언제나 그렇듯 산에서는 행복하게 잠이 든다. 깊이 못 자고 선잠을 자도 기분이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