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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안 여행/지리산둘레길

지리산 둘레길 9코스(덕산-위태)

by kai.lasa 2024.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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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9코스 : 덕산 - 위태(10.9km)

 

코스 덕산시장(덕산터미널) - 천평교 - 중태안내소 - 유점마을 - 중태재 - 위태

일시 2024.05.25.

거리 9.7km

소요 시간 약 3시간(휴식 25분 포함)

 

 

 

지리산 둘레길 9코스 지도

 

이미지 출처 : (사)숲길

 

이미지 출처 : (사)숲길

 


 

지리산 둘레길 9코스인 덕산-위태 구간은 남명조식선생의 유적도 둘러보고, 덕천강을 끼고 걸으며 지리산 천왕봉과 두방산 경치를 감상하며 걷는 일이다. 산청 시천면에서 시작해 하동으로 넘어가는 구간이다. 

 

둘레길 8코스(덕산-운리)와 9코스(덕산-위태) 시종점은 남명조식기념관 맞은편, 산천재 담장 옆이다. 하지만 나는 지난번에 덕산-운리 구간을 걸으면서 남명조식기념관과 산천재를 들러 덕산터미널까지 걸어갔다. 그래서 이번에는 덕산터미널(덕산시장)에서부터 걷기로 했다. 

 

서울 남부버스터미널 - 원지버스정류소(소요시간 3시간 15분)
원지버스정류소 - 덕산터미널(소요시간 20분)

 

원지, 덕산은 워낙 여러번 오기도 했지만 지난번에 8코스 걸으며 왔다 가서 그런지 길이나 건물이 눈에 익다.

덕산 장날은 4일, 9일. 내가 갔을 때는 장날이 아니라(전날이 장날이었다.) 썰렁했던 덕산 시장. 오전부터 걷기 시작했는데도 5월의 햇볕이 여름 같았다. 시장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아이스라떼 하나 사다 물고 걷기 시작했다.

원리교

원리교를 건너 좌회전 해 천평교를 건넜다. 사실 원리교와 천평교를 안 건너고 덕산시장쪽에 있는 덕천강 산책로에서 다리(징검다리)로 덕천강을 건널 수도 있다. 

 

양단수

 

대원사 계곡물과 중산리 계곡물이 합쳐지는 곳. '두류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는 지리산 중산리에서 흘러오는 물살이 화살처럼 빨리 흐른다는 뜻의 시천(矢川)과 대원사, 내원사 계곡에서 내려오는 삼장천이 만나는 덕천교 일대를 가리킨다. 덕산고등학교 앞에는 조식 선생의 시비가 세워져있는데 선생은 이 곳을 무릉도원이라 노래했다.

 

두류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를 녜 듯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말근 물에 산영조차 잠겼셰라.
아희야 무릉이 어디메오 나난 옌가 하노라.

 

복숭아꽃이 둥둥 떠 있는 맑은 물에 산 그림자 비친 모습이라. 상상만해도 아름답다 :)

덕천강 따라 걷는 길. 날씨도 좋고, 눈에 들어오는 초록색도 좋고. 라떼도 맛있고. 차도 사람도 거의 지나지 않는 길을 유유자적 걸었다.

송하마을을 지나 중태마을을 향해 갔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이 근방은 감나무가 참 많다. 아! 맞다! 여기가 곶감으로 유명한 곳이었지!

 

중태안내소와 정자

오는 길에 있었던 중태정자쉼터는 패스하고 조금 더 걸으니 중태안내소가 나왔다. 안내소에 직원분도 계시고, 깔끔한 화장실도 있고, 정자도 있다. 과일이랑 토마토 먹으면서 잠시 쉬기.

다시 길을 떠나본다. 해가 지글지글해서 날씨가 진짜 여름같다. 아직 장마 전이라 다행히 습하지는 않아서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한, 걷기에 나쁘지 않은 날씨다. 

마을을 지나며 약간 오르막이 나온다. 유점 마을을 향해 간다. 

 

유점마을은 산골짜기 깊숙한, 경사 가파른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교회 앞 벤치에 잠시 앉아 쉬어주고 ^^

유점마을은 예전에 유기(놋그릇) 만들던 마을이라 놋점골이라 불렸다고 한다. 지금은 유기를 만들지는 않고 안식교 교인들의 집단 거주지라 '안식교 마을'이라 한다고 한다. 

 

 

 

대나무 숲길^^

이 부분에서 하마터면 길을 잘못 들 뻔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직진하면 위와 같은 '지리산둘레길 아님' 표지판을 만난다. 이 표지판 아니었으면 길을 완전 잘못 들거나 한참을 되돌아올 뻔 했지.. 아래 사진에 보이는 산길로 들어가 중태재로 가야 한다.

아~ 숲길! 너무 좋다~! 이 날 컨디션이 그닥 좋지 않아서 9코스처럼 난이도가 낮은 임도 걸은 게 딱 좋긴 했는데 숲길 들어와서 폭식폭신한 흙 밟고 키 큰 나무들 사이에 있으니 진짜 힐링된다 : )

9코스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중태재. 산청 사람들은 중태재, 하동 사람들을 위태재라 부르며 이 고개를 넘어 산청과 하동을 오갔다고 한다. 

이제 오르막 구간은 다 끝났다. 중태재 벤치에 앉아 사과 먹으며 쉬었다 갔다. 

이제부터 내리막길이다. 

너무 멋있는 대나무숲을 지났다. 이 지역은 예전에 화전민들이 살던 곳이라 곳곳에 논밭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죽순?이 자라는 것을 처음 봤는데 신기해!

 

예쁜 저수지가 있어 봤더니 중택지.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여기에 고여 위태 마을의 물 공급원으로 쓰인다고 한다. 

 

위태마을 도착! : D 9코스는 평이해서 놀멍쉬멍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에 꽉꽉 잠겨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걷기만 했는데 지금 와 다시 생각해보니 어떠한 길도 아름답지 않은 길이 없고, 어떤 마을도, 어떤 삶도 이야기를 간직하지 않은 것이 없더라.

 

같이 바닷가에 가서 어떤 사람은 쓰레기만 보고 오고, 어떤 사람은 예쁜 조개 껍질을 주워 예쁜 기억과 함께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똑같은 길을 걸으며 누군가는 그 곳에 담긴 시간과 역사, 아기자기한 매력 포인트와 재미를 찾아 큰 선물을 받아가고, 누군가는 마음이 분주해 몸만 걷고 있고 머리속은 다른 생각으로 꽉 차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나름 과정을 즐긴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순간순간에 집중했을까? 둘레길을 도장깨기하듯 걸을 생각은 없었지만 너무 목적지만 보며 걸었나? 가만 생각해보면 나는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 는 마음이 늘 있었던 것 같다. 

 

전혀 아무런 기대 없이 걸은 덕산-위태 구간에서 너무나 큰 배움을 얻었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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