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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2.11.26.
일정 칼라이쿰 - 두샨베

 

 

새벽 3시에 잠이 깼다. 그 다음에 계속 잠이 안 와서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다가 찍은 사진도 좀 보고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겼다. 오늘이야 두샨베로 가는 것밖에 없는 날이니까 약간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8시 반에 식사하고 9시에 출발하기로 해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짐도 천천히 느릿느릿 싸고 여유 부리다가 식사하러 나갔다. 

 

알리가 두샨베로 돌아간 이후 일정을 물었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냐고 묻기에 두샨베에서 하루 더 있고 우즈베키스탄으로 가서 열흘 정도 더 있다가 한국에 간다고 얘기해줬다. 판지켄트에서 사마르칸트 넘어가는 방법을 물어봤더니 무척 쉽다고 영어 가이드인 동료를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블로그에서 두샨베에서 판지켄트까지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봤는데 셋이서 120불이라고 했다. 한 사람당 5만원 정도씩이라고 하면 엄청 비싼 거긴 하다. 그냥 운전만이 아니라 가이드라 이 곳 저 곳 쉬면서 설명해줘서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언니랑 오빠한테 얘기했더니 비싸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신경쓰는 대신 그 돈 내고 타고 가버리자고 해서 그렇게 결정!

 

알리한테 인터넷도 얻어 쓰고 정보 듣고 나가려는데 방에 있던 어른들이 나가니까 아이들이 습격했다. ㅋㅋㅋㅋ 마흐드도 그렇고 엄청 열심히 온갖 심부름을 다 해서 너무 예쁘고 착했는데 어른들이 나가니까 날뛰는 게 아이 같고 너무 귀엽다 ㅋㅋㅋ

 

마흐드, 로비아, 포티마, 그리고 귀염둥이 막내. 애기들이 들어와서 소파에 앉아있길래 사진 찍어주고 나도 같이 앉아서 셀카를 찍었더니 마흐드가 자기가 찍겠다고 했다. 마흐드가 우리 네 명 찍어주고 얘들 너무 귀여워서 왼쪽에 있던 포티마를 안아줬더니 오른쪽에 있던 로비아도 나를 안아주고 앞에 있던 마흐드도 우리 전체 안아주고 깔깔깔깔 웃고 너무 귀엽고 예뻤다. 아이들이 나를 안아준다는 게 이런 거구나. 아이들이 활짝 웃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가슴이 몰랑몰랑해지는 느낌이다. 

 

여기 얘들은 게스트하우스에 있어서 외국인들을 매일같이 볼텐데 어떻게 아직도 이렇게 애기같이 순수하고 예쁘지? 특히 마흐드는 10살이나 됐는데! 활짝 웃는 마흐드도 너무 귀엽고 어제 우리가 도착했을 때 멀리서 궁금해서 살짝살짝 보던 포티마도 귀엽고 활기찬 로비아도 예쁘고 막내 애기는 말할 것도 없이 예쁘고. 아이들이 나한테 기대고 웃으면서 안아주는 게 이렇게 행복하고 기쁜 거구나 싶다. 

가는 길은 잠깐 잠깐 뷰포인트에서 사진 찍은 것 외에는 특별할 것 없이 두샨베로 쐈다. 칼라이쿰 오는 길에는 비가 내렸고 막판에는 해가 져서 못 봤는데 칼라이쿰에서 나가는 길도 꽤 멋있었다. 이번에도 똑같은 길인데 기억을 못해서 알리의 비웃음을 샀다가 나중에 윈도우 배경화면 구릉같은 게 나오니까 기억이 난다 ㅋ

 

알리가 중간에 겉보기에도 안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사길래 멍멍이들한테 빵 주듯이 지역 주민 살리기인가 했는데 웬걸,,, 이제껏 먹었던 사과 중에 제일 맛있다!!!! 지금까지 먹은 사과들도 맛있었지만 이건 정말 대박!!! 작고 못생기고 심지어 어떤 것들은 푸석푸석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맛있지?

알리가 사과 파는 아주머니 옆에 있던 애기 둘한테 사탕 두 개 주라고 해서 “두 개밖에 안 줘?” 한국말로 했더니 알아듣고 두 개 더 주고 우리도 비스켓 꺼내서 줬다.(탈레반 깃발 있다고 해서 “어디?” 하고 한국말로 하니까 “There”라고 하고. 한국말 알아듣는 게 틀림 없어 ㅋㅋ)

가는 길에 알리가 목화밭에 내려서 이게 목화라고 진짜 목화를 보여줬다. 목화 실제로 보니까 너무 보송보송 귀엽다. 집에 가지고 가서 정원에 심으라는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내가 문익점도 아니고. 그 전에 우즈베키스탄이나 가지고 갈 수 있을까?

노락 댐에 들러서 석류 쥬스를 마셨다. 눈 앞에서 그 큰 석류를 바로 착즙해서 쥬스를 만들어주는데 진짜 너무너무너무 맛있다. 우리 나라의 설탕 든 단맛과 달리 과일 본연의 단맛과 상큼함이 살아있는!!! 진짜 너무 맛있다. 그리고 석류가 엄청 커서 우리 나라 배만큼 크다. 아기 머리통만하려나?

노락댐에서 한 시간 정도 더 가면 두샨베인데 알리는 두샨베 들어가기 전에 세차를 한 번 더 했고

잠깐 차를 세워서 따뜻한 난을 사줬다. 화덕에서 바로 나오는 따뜻한 난이었는데 이제까지 우리가 따뜻한 걸 한 번도 못 먹어봐서 (그나마 jiev에서 먹은 건 오븐에서 나온 거라) 사준 것 같다. 

 

숙소에 도착했다. 어쩐지 숙소가 너무 좋더라니 다른 곳으로 잘못 간 거였다. 짐을 풀 뻔했다 다시 짐 싸서 원래 예약한 호텔로 갔다. 그래도 이 호텔도 엄청 좋다! 오자마자. 

 

 

6시 반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해서 알리 만나서 식사하러 갔다. toki라고 (토키는 타지크인들이 쓰는 모자) 고급스러워 보이는 현지 식당이었는데 이렇게 안 갔으면 우리끼리는 절대 가지 않았을 분위기 좋고 호화스러운 현지 식당. 

샐러드를 두 개 시켜서 생 토마토랑 오이에 언니랑 오빠는 환장하고 나는 사실 다 좋았다. 고수도 좋고 빵도 좋고 국물도 덜 느끼하고 맛있었고. 원래 밥을 안 좋아해서 그런지 정말 여기에서는 한국 밥 생각이 1도 안 난다.

 

알리가 다시 숙소에 데려다줘서 그 앞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내일 하루는 두샨베 돌아보는 거니까 타지키스탄 일정이 끝났다고 생각하니 몹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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