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22. 09:50ㆍ바다 밖 여행/'22 Pamir, Silk Road
날짜 2022.11.24.
일정 클룩(호로그) - 지제브(Jizev) - 루샨
아침에 일어나서 씻으려고 하는데 정전이 됐다. 차나 커피 한 잔 끓여마시려다가 그것도 못하고 멀뚱멀뚱 시간을 보내는데 아침 식사를 준비하러 온 이브라힘의 부인에게 물어봤더니 따뜻한 물이 나온다고 해서(순간 온수기가 덥혀 놓은 통만큼 쓸 수 있나보다.) 후다닥 머리 감고 아침 식사를 했다.
아침 식사는 계란이랑 빵이랑 쿠키랑 티. 요거트에 빵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다. 타지키스탄 사람들은 과자나 사탕 같은 디저트를 준비하는 게 예의인가 보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꼭 디저트가 함께 나온다.
8시 반 출발이라 밖에 나갔는데 알리가 안 온다. 알리를 기다리는 동안 지난 번에 걸었던, 이브라힘네 숙소 윗쪽으로 걸었다. 지난 번에 걸을 때도 멋있었지만 오늘도 동네 뒷산 클라스! 너무 멋진 설산을 많이 봐서 이제 보고 나서 이야!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엄청 멋있다.
9시가 살짝 넘어는데도 알리가 오지 않아서 이브라힘 통해서 연락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저기서 알리가 걸어오고 있다.
오늘 코로그에서 타지키스탄 Flag day가 열린다고 했는데 (무르갑과 두샨베는 어제였다.) 그래서 스타디움 같은데 사람들이 그렇게 모이고 다리마다 다 국기를 꽂았나보다.
행사 때문에 길이 막혀서 차 있는 데까지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광장(I love khorog)에 사람들이 길~~다란 국기 들고 엄청 많이 모여있다. 행사가 10시에 시작해서 행진 때문에 그 때까지는 도로가 막혀있다고 한다.
국기 옆에 가서 사진도 찍고 구경하니까 행사 주최측 관계자들이 와서 같이 기념사진 찍자 그러고 조그마한 타지키스탄 국기도 나눠주고, 카메라맨은 카메라를 향해 ‘I love Tajikistan’이라고 얘기해보라고 했다. 나중에 코로그 홍보 영상이나 사진 자료에 우리가 나오겠다. ㅋㅋㅋ외국인 특권으로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 10시가 되어 길이 열려서 우리도 출발했다.
2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지제브(Jizev) 마을 가는 길. 무르갑 보고 나서는 이제 풍경 가지고 감탄할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여기 들어가는 길도 아주 특별했다. 우뚝우뚝 산이 솟아있고, 그 사이에 암바사 색 강도 흐르고. 여기 들어가는 길 또한 아주 특별히 아름답고 웅장했다.
이곳에서부터 하이킹 시작이다.
웅장웅장한 산들이 사방에 있고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가는 코스인데 햇빛에서는 더웠다가 그늘 들어가서 모자 벗으면 더웠다가 난리도 아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J가 힘들어해서 J는 돌아가야 할 것 같았는데 L은 체력은 되었지만 J가 걱정되어서 차키 가지고 알리에게 고프로를 맡기로 돌아갔다.
중간에 개울도 있고, 나무도 있는데 지금이 겨울이라 그렇지 여름에 왔으면 울창한 숲에 물도 훨씬 더 많이 차 있어서 하이킹 코스가 다르다고 한다. 이 거대한 산 속에 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감동스러워서 몇 번을 뒤돌아보고 사진 찍고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정상이라고 해서 산 정상일 줄 알았는데 큰 호수가 하나 있고, 집이 몇 채 있다. 주인분이 나와서 인사를 한다. 우리는 뷰 포인트까지 가서 사진 좀 찍고 집에 들어가서 차 한 잔 마시고 가기로 했다.
나중에 알리가 사진을 보여줬는데 여름이면 이 곳이 다 초록초록해지나보다. 오늘은 황량하고 눈도 군데군데 쌓였는데 그래도 나는 오늘같이 사람 없는 고요하고 적막한 산에 더 끌린다.
집 안에 들어가서 갓 구운 논이랑 티를 마셨다.
그런데 낭만 없이 오븐으로 논을 굽는다. 얘기 들어보니까 길에서 만난 여자분이 주인장의 부인이고, 엄마가 아파서 아내가 떠났고 주인장이 논을 구운 것이다. 아니었으면 화덕에다 구워줄 건데 자기가 구워서 오븐이라고.
그래도 타지키스탄에서 처음 먹는 따뜻한 논이라 맛나게 엄청 배부르게 먹었다. 시간이 3시였으니까 알리도 배가 고팠나보다. 빵 다 먹고 나서 좀 기운차리고, 나는 30 소모니를 내고 출발했다.
일정표에 나와있는 3-4시간이 편도 시간이었나보다. 내가 늦장부리지 않은 것 같은데 올라가는 데만 3시간이 걸렸으니까. 거기에서 주변 돌아보고 차 마시고 어쩌고 하면서 4시에 내려오기 시작했다. 알리는 올라가는 게 오래 걸리지 내려가는 건 금방 간다고 했다. 사실은 하산이 더 어려운데.
언니랑 오빠가 걱정하실 것 같아서 내려가는 길에는 한 번 쉬지도 않고 그대로 쐈다. 중간중간 눈 쌓인 미끄러운 길도 꽤 있었는데 여기에서 자는 거였으면 더 힘들었겠다.
아까 올라올 때도 그렇지만 내려가는 길도 황홀했다. 처음에는 알리가 나 잘 내려오나 확인하더만 잘 따라가니까 쳐다도 안보고 엄청 빨리 내려가버려서 알리 따라잡느라 죽는 줄 알았다. 산이라 해도 빨리 져서 더 서둘렀던 것 같다.
초입 길의 어떤 부분은 올라갈 때도 느꼈는데 아~무 소리가 안 들렸다. 원래는 물이 있었을 자리인데 물로 말랐고 바람도 안 불고 새도 없고 아무 생명체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까 희한한 느낌이 들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정말로 별세계에 있는 느낌이었다. 아주아주 이상하고 희한한 느낌.
게다가 맞은편에 보이는 산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뒤로 뒤로 멀어지는 느낌. 뭐라고 해야 하나.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은 정말로 홀로그램이구나. 지금 보이는 저 산처럼. 기묘하고 특별한 느낌이라 한참이고 거기 서서 바라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체될까봐 빨리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에서 계속 L이 나를 부르는 것 같다. 핸드폰 플래시로 흔들면서 걱정 말라고 나도 소리를 질렀다. 다리 건너기 전, 낙석으로 만들어진 길 바로 옆이 물이라 발을 잘못 디디면 미끄러질 수 있는 곳이었다. 해가 순식간에 지니까 조금만 더 늦었으면 아주 깜깜할 때 도착할 뻔했다.
아니나 다를까 L과 J가 엄청 걱정을 하고 있었다. L은 추운데 바깥에서 계속 소리치면서 부르고 있고 J는 너무 걱정을 해서 속이 쓰리다고 했다. J는 루샨 가는 길에 차에서 내려서 토하고 너무 몸이 안 좋아서 차만 마시고 저녁 식사도 못했다.
루샨의 숙소는 식당 안에 난로도 있고 라지에이터도 잘 돌고 따뜻하고 좋았다.
추워서 밖에 나가기는 싫고 창밖으로 별을 봤다. 이 곳은 고도가 2000밖에 안 되는데 별이 너무너무 예쁘다!
오늘 산행은 적막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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