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실크로드 #7> 무르갑 - 클룩(호로그)

2025. 5. 17. 23:04바다 밖 여행/'22 Pamir, Silk Road

 

날짜 2022.11.23.

일정 무르갑 - 불룬쿨 - 야실쿨 - 클룩(호로그)

 

 

밤에 난로가 꺼지니 너무 추웠다. 그래도 란가르에서 추웠던 것에 비하면 훨씬 괜찮았지만.

 

5시가 조금 넘고 6시쯤 되니까 동이 텄다. 마르씽이랑 제니는 오늘 7시에 식사하고 7시반에 떠난다고 했는데 7시 반이 되어도 너무 조용해서 몰랐는데 7시 반쯤 되니까 차에 시동 거는 소리가 나서 우리도 나가서 배웅했다. 이번 파미르 여행길에 처음 만난 여행자인데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반가웠다.

 

아침 식사 전에 오무르벡네 가족 사진을 찍어줬다. 대가족이라 아이들이 갓난 아기까지 다섯이나 있었다. 전체 가족 사진 한 장 찍고, 아이들만도 찍고, 부모님이랑 갓난 아기 한 장 찍어서 프린트해서 인화해주었다. 사진사인 우리들이 여행하는 방식이다.

 

 

8시 반쯤 되니까 알리가 재촉해서 짐 싣고 출발! 라프팀!

 

중간에 알리가 어딘가에 들르고, 스탬프를 받아와야 한다고 우리보고 잠깐 내려서 35분 동안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고 있으라고 했다. 

 

밖이 영하 14도라 발이 조금 시리긴 했다. 장갑도 꺼내들고 광장부터 동네 쪽으로 걸었다. 생각해보니 몸만 달랑 내리고 내 가방도 안 들고 내렸다. 가방 안에 달러랑 내 여권이랑 다 들어있는데. 참, 사람을 믿는다는 게 ㅋㅋ

 

 

폐 자재들로 만든 다리도 건너보고,

 

 

마을 구경하다 망원경 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이랑 인사하고 (들어와서 밥 먹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 우리는 이미 밥을 먹었기에) 망원경도 봐 보고, 같이 사진도 찍고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다 보니 35분이 금방 갔다.

 

 

 

다시 무르갑 센터로 가니까 알리가 우리를 찾으러 다니고 있었나보다. 우리 어디 있나 걱정하면서 사방 팔방으로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고맙네.

 

 

만약 가는 길이 괜찮으면 오늘은 불룬쿨(Bulunkul)에 가기로 했다. 어제 무르갑 오는 길에 불룬쿨 팻말을 보았는데 거기에 가나보다.

 

 

그런데 참 이상한게 어제 무르갑 올 때 보았던 풍경이 말로 담을 수 없을만큼 황홀 그 자체였는데 오늘은 딱히 어제만큼 멋있어보이지 않았다. L도 알리에게 어제랑 다른 길이냐고 물어보았다. 우리는 어제 오후에 무르갑 디스트릭트에 들어왔는데 어제와 오늘의 햇빛이 다르고 앵글이 다르니 완전히 다른 길인 줄 알았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길이 새롭게 느껴져서 처음 가는 길 같았다. 빛과 시간대, 방향에 따라 이렇게 달리 보이는 길이라니.

 

 

Bulunkul 뜻은 blue lake라 한다. 지금은 얼어서 white lake였지만 ^^ 물 색깔이 상상이 되기에 여름이나 다른 계절에 왔으면 무척 예뻤을 것 같지만 우리는 운 좋게 frozen lake를 봤다. 생각해보니 여름에는 성수기니까 랜드 크루저가 끊임없이 다닐 것이다. 스피티 밸리도 그렇고 칭하이후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성수기에 간 게 아니라 인적 없는 고요함을 즐길 수 있어서 참 좋다. 

 

 

 

이 곳이 세계에서 제일 추운 곳 중 하나라고 한다. 가장 추울 때는 영하 57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알리가 예전에 여기 왔을 때 시동이 안 켜져서 밤에 모닥불 피우고 트럭에 차 싣고 빠져나온 일화도 얘기해줬다.

 

야실쿨

 

 

야실쿨(yashilkul) 뜻은 green lake. 야실쿨이 불룬쿨보다 더 크다고 한다. 여기까지 보고 이제 다시 코로그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발음을 클룩이라 듣고 블로그나 다른 곳에서는 호로그라고 하는데 알리는 콜로-ㄱ로 발음한다.)

 

 

 

 

돌아가는 길에 어찌나 졸린지 시체처럼 머리 꺾으며 잤다. 잠 들어서 설산 놓치는 게 아까워서 잠 깨려고 노력해봤으나 어제 새벽에 계속 깨고 잠을 못 잔 여파가 있다. 거의 한 시간 넘게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정신 차리고 풍경을 보았다. 무르갑에서부터 고도가 낮아지니까 울적해진다. 물론 지금 가는 길에 보는 설산도 장관이었지만 고도가 낮아지고 코로그 도시에 가까워질수록 실망스럽다고 해야하나? 흥이 안 난다고 해야 하나?

 

 

4시 반에 코로그 라이크 홈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숙소에서 쉬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 6시 반경 저녁 식사하고 8시쯤 나는 뻗어버렸다. 저녁 먹고 나면 왜 이렇게 노곤노곤해지고 졸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