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2024.7.24.
돌마 티하우스 - 레치 - 폭순도 레이크
5시 40분. 빠상이 모닝티를 가져다줘서 마시면서 다른 분들 짐싸기와 아침 식사를 기다렸다.

식사를 끝내고, 언니들이 길을 아셔서 린지보다 먼저 출발했다. 출발 시간은 6시 40분-50분경. 배낭에서 바람막이랑 경량 패딩을 뺐더니 배낭 무게가 훨신 더 가벼워져서 기분이 좋았다. 몸이 가벼우니까 산을 더 잘 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실제로도 발걸음이 훨씬 가벼웠다. 어제 하루 산타고 이틀째라 적응이 더 된 건지 가방이 조금 가벼워져서 그런지 모르겠다 :)



계곡 사이를 걷는데 높은 산과 키 큰 침염수림이 계속 이어진다. 콸콸 흐르는 물은 흙탕물이었다.







점심 식사 장소 도착이 12시. 신발 벗고 축축해진 잠바(바람막이), 배낭 말리는 사이 식사가 왔다.

미선 언니 타프 덕에 뙤약볕을 피해 식사할 수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시원해서 좋았는데 타프가 자꾸 날아가서 나중에는 화분을 집어다 무게를 더해 올려놓았다.

그 다음부터는 계속 오르막이다. 오늘 1,000m를 치고 올라가야 하는데 점심 이후 올라가는 거니까 600m 가량 올라가야 한다. (점심 식사한 곳이 3,000m 정도 됐었다.)

고도가 높아지니 해는 쨍하고 덥긴 하지만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진다. 습해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날씨보다는 훨씬 낫다. 언니가 알려주신대로 호흡 맞춰서 걷는 연습을 하니 발이 가볍다.

계속해서 오르막이 이어졌다. 가파른 경사의 오르막이 치달으니 아까 연습한 호흡과 발걸음 맞추는 것도 소용 없고, 원숙 언니가 알려주신 1부터 100까지 세는 것도 소용 없고 네팔어로 1부터 20까지 세는 것도 소용 없고, 한걸ㅇ름 한걸음 다른 사람 위해 기도하는 것도 소용 없고 다 소용 없었다.

저만치 앞에서 린지랑 원숙 언니, 미선 언니가 가시고 내 앞에서 가시는 희숙 언니가 멀어지면 불안해져서 잠시 쉬었다 다시 올랐다.


이 오르막이 언제 끝나려나 아득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중간에 린지랑 언니들이 앉아서 쉬고 계신 것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그래도 풍광은 정말 아름다워서 몇번이고 계속 뒤돌아봤다. 폭순도 호수에 걸린 무지개도 아름다웠다.

계단을 오르고 어느만큼 지나니 드디어! 평지가 나왔다! 여기에서부터 꽃밭이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걸었다. 희숙 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아까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하다.

연밥같이 생긴 흰 꽃. 후크티도 너무 예뻤다.

드디어 마을이다!

흰색과 보라색의 감자꽃도 예쁘고, 유채도 예뻤다.

무엇보다 산 아래 자리잡은 마을이 예뻤다.

호수 앞에 텐트 칠 줄 알았는데 마을 사람들이 못 치게 한단다. 마을 사람들 숙소에서 머물어야 장사가 되어서 못 치게 하는 거다.



스탭들이 텐트 치는 동안 원숙 언니 미선 언니와 호수 보러 다녀왔다.

옥빛 물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는데 2년 전에는 이 앞에 텐트 칠 수 있었다 하니 너무 좋았을 것 같다. 게다가 가을철에는 물색이 잉크 풀어놓은 것처럼 파랗게 된다고 한다.

내일 날이 맑아서 예쁜 파랑색 호수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여기도 저녁이 되니 어김 없이 비가 온다.

이제 6일인가? 단절되고 고립되니 한국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생활이 단순해져서 짐싸기, 풀기, 먹기, 걷기, 자기, 보기 외에는 신경쓸 게 없다. 지극히 평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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