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2024.7.26.
칸지로바 3,690m 캠프 - 4,200m 캠프

아침 식사하고 짐 정리하고 기다리는데 당나귀 두 마리가 내 쪽으로 스륵스륵 왔다. 마부가 내쫓아서 다른 곳으로 가는가 싶었는데 황토색 당나귀가 다시 왔다. 쓱쓱 기대길래 머리랑 얼굴을 만져줬는데 기분이 좋다. 아침부터 동물 친구들이랑 놀고 시작이 좋다 ^^

오늘 가는 길은 너무 멋졌다.


캉라를 오르지 않기로 했기에 우리는 오른편으로 가지 않고 계곡 따라 가서 물을 건넜다. 나는 물 건너면서 바지가 폭샥 젖었다.

9시 반쯤 언니들이 캠핑하면 좋겠다고 하신 곳에서 식사를 했다. 아침 먹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올라가는 길에 밥 먹을 데가 없다고 한다.



희숙 언니는 막간을 이용해 밀린 일기를 쓰고 계시고, 빠상과 펨바는 나무를 깎아 무언가를 만들기에 물어보니 찌아(티) 만들 때 섞는 도구라고 한다.


이후에는 차근차근 협곡을 올랐다. 앞을 봐도 장관이고 뒤를 봐도 장관이다.

앞으로는 칸지로와, 뒤로는 우리가 지나온 길이 보이고 올라갈수록 폭순도 호수도 보였다.

아침 시간이 가장 컨디션이 좋아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진다. 계속되는 오르막이지만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살살 올라가기 나쁘지 않았다. 오후에는 오르막, 평지 할 것 없이 힘들지만..

풀바리(꽃동산)가 나왔을 때는 너무 아름다워서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후크티, 파란색 작은 꽃, 노랑색, 보라색, 온갖 꽃들의 향연. 너무 예뻐서 가파른 오르막에도 힘든 줄 모르고 올랐다.


꽃동산 지나서는 내리막이다. 오늘 캠핑은 계곡 따라 옆에 있는 야영장에서 한다고 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에 나무가 없어지고 삭막해지는 것이 너무 좋다. 비록 오후에는 체력이 방전돼서 터덜터덜 영혼 없이 걸었지만 가는 길이 무척 아름다워서 다른 건 아무 생각도 안 들었다.

희숙 언니와 경관에 감탄하며 가다 보니 어느덧 캠프 사이트에 도착했다.


최고다 최고! 이제까지는 주인이 운영하는 곳에 텐트를 쳤는데 오늘은 그야말로 대자연에 텐트를 쳤다. 고도를 보니 4,200m가 넘었다. 4,000m가 넘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이제야 산에 온 것 같다.

희숙 언니랑 반달이 데리고 꽃밭 구경 다녀오고, 밀크티 마시며 쉬고, 빨래 널고 하는 사이 텐트가 다 쳐졌다.

원숙 언니 방에 놀러 갔는데 목도 마르고 머리도 띵해서 고산병이 오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비니를 쓰니 한결 나아졌다. 체온 뺏기면 고산병이 바로 온다던 말이 사실인가보다. 옷 얇게 입었다고 원숙 언니한테 혼나고 ㅋㅋ 바지 안에 히트텍을 껴 입었다. 내일부터는 다운이랑 솜바지를 챙겨 입어야겠다.

캠프 사이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 번 더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도 했다.
침낭 안에 날진병을 넣으니 따뜻하고 좋다. 오늘은 침낭에 쏙 들어가서 자야지. 감기 걸리면 안돼! 민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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