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2024.7.25.
폭순도 레이크 - 폭순도 콜라 캠프 - 칸지로바 캠프 사이트 3,800m
어제는 무슨 괘종 시계였다. 9시 반쯤 졸려서 잤는데 11시, 12시, 2시, 3시, 4시.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깼다. 12시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머리맡으로 들리는 비소리가 어마어마했다. 텐트에서 빗소리 듣길 바랐는데 오늘 하루 동안만도 징글징글하게 듣는다.
밤사이 내린 비가 무색하게 아침이 되니 그쳐 설산이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날이 맑으니 폭순도 호수는 어제와 또 다르게 너무 예뻤다.
3,600m 이상 올라가면 안 더울 줄 알았는데 오늘도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그래도 어제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어제는 숨도 차고 열 걸음 걷고 쉬고를 반복했는데 오늘은 힘든 거지 숨이 차지는 않는다. 다행이다. 하루 더 있었다고 적응이 더 됐나 보다.
그래도 저만치 앞서 가는 원숙 언니와 미선 언니를 보면 더 힘들어진다;; 언니들은 어쩜 저렇게 힘도 안 들이고 샥샥 잘 올라가실까?
폭순도 호수가 보이는 정자에서 잠시 쉬고 나서도 오르막이 이어진다. 4,100m 넘어서는 평지였다. 희숙 언니 말씀으로는, 이제 오늘 더 올라가는 일은 없다고 한다. 한국에서 산 탈 때 나는 내가 오르막을 잘 오른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 보니 전혀 아니다.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ㅠ
콜라 캠프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힘드니까 쉬는 시간, 점심 시간이 기다려진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언니들 정말 대단하시다.
콜라 캠프 바로 옆이 물이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스탭들은 벌써 밥 먹고 머리 감고 빨래도 했다.
점심은 비빔밥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타프 덕에 비 피하면서 각자의 반달이들 다 데리고 식사를 했다 ^^
점심 식사 후에 걸은 길은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광활하게 펼쳐진 길을 걷는데 너무 예뻐서 계속 사진 찍고 싶었다. 평지라서 길도 편하고 쉽고. 룰루랄라 엄청 신나게 걸으며 산이랑 언니들 찍고 즐거웠다 ^^
그러다 또 물을 건너야 했다.
스탭들이 세 번에 걸쳐 다리를 만들어줬다. 물살이 세서 나무가 자꾸 떠내려가서 세 번만에 성공했다.
나무로 만든 다리를 건너는데 물살 때문에 스틱을 짚으면 균형 잡기가 더 어렵다.
예전에 언니들은 솔밭 있는 데서 캠핑 하셨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우기라 물이 맑지 않아 상류 쪽으로 더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그 다음에 한 번 더 도하할 일이 있어 스탭 친구들이 가방 들어주고 손 잡아주고 도와줘서 쉽게 넘었다.
드디어 오늘의 캠핑 장소가 나왔다. 칸지로바(칸지로와) 설산이 보이고 말들이 풀 뜯어먹고 있었는데 너무 평화롭고 아름답다.
해가 좋아서 빨래도 하고 축축한 옷도 널어 말렸다. 식당 텐트에서 차 마시고 누워서 칸지로와와 주변 풍광을 둘러봤다. 신선 놀음이 따로 없다 :)
일찍 도착했는데 비가 안 오니 이런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가 있구나!
내일은 캉라 가는 길이 안 좋아서 옆으로 돌아서 간다고 한다. pass를 못 넘으니 조금 아쉽긴 하다.
이 날은 보송보송한 텐트에서 쾌적함과 여유를 맘껏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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