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0
야딩(亚丁)→ 따오청(稻城)
아침 식사를 하고 또우디가 재촉하는 바람에 황급히 떠나느라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차에 올랐다. 다음에 다시 오라는 어머님 말이 무척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내가 과연 여기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아니, 설사 올 수 있다 하더라도 그 때에도 이 좋은 사람들이 계속 이 곳에 살고 있을 수 있을까?
가는 길에 장족 아가씨 둘이 큰 트렁크 두 개를 들고 탔다.
또우디는 가다가 사원에 들러 큰 짐에 가로막혀 내리지 못하는 아가씨들 몫까지 기도도 해준다. 건실한 줄만 알았는데 신심도 깊은 청년이었군! 이란에서도 그랬지만 생활이 되어있는 이들의 신앙심, 신앙 생활을 정말 본 받고 싶다.
여전히 눈 덮인 길을 달려 무사히 따오청에 도착했다. 며칠 전의 눈 내릴 때와는 달리 도시가 활기차고 파란 하늘에 빛이 너무 좋다~
오빠 친구네 숙소가 열었나해서 가봤는데 비수기에는 아예 문을 닫는지 안 열었고, 터미널에 가서 다음 날 캉딩으로 가는 표를 사고, 며칠 전 묵었던 숙소에 가서 방을 잡았다. 일하는 아가씨가 또우디 아는 동생이라 처음과는 달리 더 친절하게 잘 해준 것 같기도 하고 ㅎㅎ
또우디는 산에 있는 온천이 있다며 우리를 온천에 데려가줬다. 가는 길이 전부 다 그림이다~!!!
가족탕 같은 온천칸이 10개 안되게 있었는데, 며칠 동안 못씻다 씻으니, 그것도 자연 온천에서 씻으니 정말 천국이 따로 없다~~~
뜨거운 물에 신나게 몸을 담궜다 나오니까 최고로 상쾌하다!!!!
오빠는 그 사이 벌써 애기들한테 카메라 주고 사진 찍게 하고 있었다. ㅎㅎ
애기들이랑 사진놀이 하다 식당에 가서 또우디랑 같이 점심 먹고, 123개 불탑이 있다는 바이타(100m가 넘는다 한다.)에 갔다. 가서 마니차도 한 번 돌리고,,
한국 돌아간 다음에 여기에서 찍은 사진을 꼭 보내주고 싶었기에 야딩 가기 전에 만났던 활불 아저씨? 만나서 여관 주소를 여쭤봤다.
그리고 나서 당구 치러 갔다. 이름이 들장미 당구장이다. ㅎㅎ
나랑 또우디랑 같은 편으로 해서 두 판 치고, 오빠랑 또우디랑 둘이 치고, 동네 꼬마들이랑 오빠랑 쳤는데 오빠가 참패를 당했다!!
이럴 수가! 아주 꼬맹이들이 꾼이더구만 ㅋㅋ
또우디랑 헤어지며 우리 방 229호니까 놀러 오라고, 같이 저녁 먹자고 했는데 이 녀석이 8시가 되도록 안 온다. 기다리다 프론트에서 전화해보니 이 녀석이 자기는 벌써 저녁 먹었단다. 아마도 우리가 놀러 오라고 한 말이 그냥 한 말인 줄 알았나보다. 데리러 오겠다는 걸 됐다고 쉬라고 하고 우리끼리 먹으러 갔는데 얘가 우리 찾아서 뛰어들어왔다. 음식 주문하려니까 자기는 먹었다고 하지 말라하고. 우린 너 기다리느라 안 먹었는데! ㅋ
그렇게 작별 인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또우디 덕분에 이번 여행이 정말 풍성하고 감사했다. 짜시디리!!
전기가 당연히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40분 가량 나왔다. 마지막 남은 카누도 한 잔 마시고. 전기 장판에 누워 몸 지지는 호사를 누리는데,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들어온 전기가 어찌나 고맙고 호사스럽던지.. 씻지 못한 날과 전기 없이 산 날이 같다. 그 동안 당연시 여기던 것들이 얼마나 고마운 것들이고 편리하게 해 주는 것들인지 따뜻한 물의 소중함, 전기의 소중함을 다시금 깊이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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