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pal - Trekking/'10 Annapurna circuit

<안나푸르나 라운딩>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마치고

kai.lasa 2010. 12. 1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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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박 16일간의 트레킹을 마치고 어제 포카라로 돌아왔다.

아스팔트 위를 걷는 느낌이 낯설고, (무릎에 부담이 상당히 간다.)
차소리, 오토바이 소리, 건물 짓는 소리가 달갑지 않고,
심지어 쾌적한 숙소와 맛난 음식들을 봐도 시큰둥한 걸 보니 벌써부터 산이 그립고 아쉽나보다.
이런 마음이 들까봐 침낭이고, 모자고, 물 세정제, 손전등, 물통 등등 쓸만하지만 당장 필요가 없는 녀석들을
모두 기증해버렸는데 안타깝게도 난 여전히 산을 그리워하고 있고, 산 속에서 더 있을 수 없음을 아쉬워하고 있다.

떠나기 전 가장 걱정한 건 비와 고산병이었는데 감사하게도 걷는 동안 폭우가 쏟아진 적은 많지 않았다.
오후에 숙소에 도착하면 세차게 비가 내리다가도 아침이 되면 비가 그쳤고,
보슬비를 맞고 걸은 적은 있지만, 빗줄기가 거세어지면 차 한 잔 하며 비를 피했다 갔다.
(하지만 lower mustang 쪽으로는 오후에 비가 정말 많이 내린다.)

라운딩 코스는 ABC와는 달리 숲 속을 걷는다기보다는 계곡 따라, 마을과 마을 사이를 잇는 길을 걷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와는 달리 단 한 마리의 거머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서 물과 차를 많이 마셨고, 체온 유지를 위해 옷도 따뜻하게 입었고,
다이아막스(이뇨제 성분 고산병 약)는 3,000m부터 아침 저녁으로 삼분의 일, 사분의 일로 쪼개어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3,900m부터 한 알씩 먹고, 브라카에서 고도 적응하면서 아스피린 한 번 먹었다.

매일 해가 쨍하고 나지 않은 덕에 걸을 때에는 오히려 덥지 않게 걸을 수 있었고,
그러다 반짝 하고 해가 나면 신나서 빨래 말리고, 사진도 찍고 했다.

트레킹 3일 째에 빼꼼하고 잠시 얼굴을 보여주었던 설산은 묵티나트에서 화창한 날씨와 함께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주었다.

하루 온종일 산 속에서 걸을 수 있었음에,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었음에,
안나푸르나가 너그러이 날 받아주었음에,
그 소중한 시간 속에 내가 존재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며..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어본다.

- 감사함과 아쉬움을 담아, 포카라에서
 

Special thanks to :
고도 3,000m 이하에서는 내 페이스에 맞춰준 일행들,
모든 풀과 나무, 흙, 돌, 깨끗한 물, 파란 하늘, 흰 구름, 시원한 바람, 특히 소담스런 야생화,
숙소나 음식 걱정 없이 오로지 트레킹만 할 수 있게 해 준, 아주 오래 전부터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물자를 실어나르느라 숨이 가쁜 당나귀와 노새들, 그리고 사람들.
16일간 나와 한 몸이 되어 준 배낭과 신발, 그리고 스틱.
무엇보다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트레킹을 끝마칠 수 있게 해 준 건강한 나의 몸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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