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pal - Trekking/'10 Annapurna circuit

<안나푸르나 라운딩> 3. Jagat(1,300m) - Tal(1,700m) - Dharapani(1,860m)

kai.lasa 2010. 12. 2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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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14

Jagat(1,300m) - 참체(Chyamche, 1,430m) - 탈(Tal, 1,700m) - Karte(1,850m) - 다라빠니(Dharapani, 1,860m)

오르막에 익숙해지기


아침에 비가 내려서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출발할 때즘엔 그쳤다.


(점심 식사를 한 Tal에서 잠깐 맞은 것 이외에는 계속 비를 피해다니고 있다. 감사합니다! ^^)

자갓에서 참체가는 길, 그리고 참체에서 탈까지 가는 길은 지도에서 'steep climb' 또는 'steep stone trail'이라고 나와있을 정도로 상당히 가파르고 힘들었다. 너무 힘들어서 자꾸 쉬고만 싶어지는 마음을 추스려 가며, 또 한 걸음을 옮긴다.

드디어! 저 멀리 '탈' 마을이 보인다.

'배산임수'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지형. 계곡 사이의 평지와 퇴적층.

일광욕 즐기기

트레킹 내내, 정말 많이 먹었던 '달밧'(왼쪽)


식사하고 힘을 비축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또 다시 만난 오르막에서 힘들어하며 쉬는 중.


오늘 하루 힘겹게 걷고 나서야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결국 다 같은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르막이 있으면 언젠가는 내려가기 마련이고, 내리막이 있으면 또 오르막이 있기 마련이다.
그저 오르막은 오르막대로, 내리막은 내리막대로 느끼고, 즐기고,
평지에서는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에 감사하며 걸으면 될 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오르막을 오를 때는 보폭을 줄이고, 낮은 계단이나 지형물을 하나씩 밟으면서 올라가면 에너지 소모가 적다. 이것 또한 산이 가르쳐 준 진실이다.

Karte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카르떼에서 만난 할아버지 - 십 여분이 넘게 정성들여 포장하던 어린이용 자전거는 손자를 위한 선물일까? ^^



괴상하게 생긴 커다란 모자를 배낭에 매달고, 알록달록한 무지개 우산을 옆에 끼고,
트레이닝복에 면 티셔츠, 편한 운동화만 신고도 무지막지하게 빨리 쫓아오는 영국 청년을 만났다.
걷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아마 다시 보기는 힘들겠지만, 간만에 보는 참 괜찮은 western이다.

이 청년을 보면서 생각한 건데, 꼭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트레킹 하는 동안 최대한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고, 몸이 필요로 하는 적정량만을 섭취하고, 소모하고, 그렇게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자연' 속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챙겨온 옷가지들은 대부분이 가볍고, 빨리 마르는 합성 섬유의 옷들이거나 기능성 제품들이다.
고도가 높아졌을 때와 비가 내릴 때 효과적으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기능성 옷을 입는 것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자연을 찾아 들어왔는데 몸은 비자연적인 것으로 무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셋째날 묵은 '다라빠니'

숙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 물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

하루 종일 고생한 신발도 쉬고,

나도 쉬고.



겨우 삼일 걸었을 뿐인데 벌써 몸의 변화가 나타난다.
무릎 주변과 허벅지 바깥쪽의 근육이 단련된 덕에 바지가 헐렁해지도록 라인이 잡혔고, 종아리에는 알통이 큼지막하게 생겼고, 스틱을 많이 잡는 왼팔에도 근육이 생겼다.
인간의 신체란 정말 신비하다. 기계에 기름칠을 하는 것처럼 몸을 써주면 신체 능력이 더 향상되고 건강해진다. 아껴주고 잘 쉬어주고, 잘 먹어주며 돌보아준만큼, 몸은 활력으로 답해준다.

첫째날 배낭과 신발에 익숙해졌다면 (사실 둘째날까지 계속해 본 뒤, 오늘에서야 내 몸과 하나가 되었다.) 둘째날 오르막에 대한 느낌을 잡았고, 셋째날 조금은 편해졌지만 아직은 다리가 조금 당기는 채로 걸었다.
아마도 내일이면 몸이 더 적응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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