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
트레킹만을 목적으로 네팔에 온 사람들과는 달리 나에게는 미얀마에서 우박 섞인 비가 쏟아질 때와, ABC 트레킹 때 함께 해 준 고어쟈켓 이외에는 트레킹에 적합한 물품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네팔에 온 처음 4~5일간은 트레킹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들을 구입하고 준비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구입 물품과 비용>
긴팔 남방 600Rs
반바지 1,450Rs
방수되는 긴바지 600Rs
모자 200Rs
폴라폴리 상의 500Rs, 하의 250Rs
배낭 레인 커버 150Rs
도톰한 등산용 양말 150Rs/켤레
버프 125Rs
물세정제 17Rs
모기기피제 48Rs
살충제 156Rs
트레킹슈즈 10,999RS
40L 배낭 11,500Rs
물병 300Rs
중고 책 170Rs
<Tims Card와 퍼밋>
Kathmandu Tourism Center에 가면 발급받을 수 있다.
- check list:
여권 복사본, 여권 사이즈 사진 4장, 비자 복사본(비자 넘버와 비자 만료일을 알고 있으면 복사본이 없어도 된다.)
- 팀스 카드 발급받을 때 최소한의 트레킹 루트도 기입해야 한다.
- Permit: 2,000Rs
- Tims Card: 1,515Rs
고어 쟈켓, 폴라폴리 상의, 하의, 방수 긴바지,
잘 마르는 반바지, 등산용 긴팔 남방, 잘 마르는 반팔 운동복, 편한 긴바지,
보온용 긴팔 티셔츠, 나시티, 반팔 티셔츠 2장, 레깅스,
트레킹 슈즈, 편한 슬리퍼, 52리터 배낭 + 레인커버,
손전등, 비상약(아스피린, 다이아막스, 진통제, 감기약, 밴드, 소독약, 후시딘 등), 물세정제,
일기장, 필기구, 책 한 권, 엽서, 사진기, 필름,
샴푸, 세안제, 비누, 스포츠 타올, 여행용 스킨케어 제품, 패드,
약간의 간식거리(라면, 에너지바)
속옷, 양말 3켤레,
침낭, 얇은 담요,
모자, 버프, 스틱, 물통 등
- 비가 내려서 빨래가 안 마를 경우를 대비해서 반팔 티셔츠를 한 두 장 더 챙겨왔는데 가져오길 잘했다 싶었다.
(기능성 제품 옷을 장시간 입고 있으니 땀띠가 생겨 살이 진물렀는데 면티를 받쳐입고, 면바지를 입은 이후로는 그런 일이 없었다.)
- 워낙에 추위에 약해 보온에 관계된 옷들, 물품들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잘 입고 잘 썼다.
(3,000m 이상부터는 옷도 여러겹 껴 입고, 꽁꽁 싸매기 시작했다.)
- 인스턴트 제품은 최대한 피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라면도 딱 두 번 먹을 분량만 가져가고, 초코바 대신에 곡물바를 가져갔다.
티백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가져가지 않았는데 막상 산에 올라가니 티백도 아쉬워졌다.
다음에 트레킹 할 때는 티백이든 커피든 찻잎이든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
- 라운딩 구간 중 좀 크다 싶은 마을에는 어김없이 safe drinking water station이 있다.
water sation이 있으면 물 사서 먹고(대부분 1리터에 40루피 정도 한다.),
water station이 없으면 숙소에서 filter water나 hot water를 받아다가 마셨다.
마실 수 있는 물을 구하지 못한 경우에만 몇 번 물 세정제로 세정시켜서 마셨고,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 보통 5~6시에 일어나서 아무리 늦어도 3~4시 이전에 트레킹을 끝냈다. 초반에는 피곤해서 머리만 대면 잠 들어버렸고, 중~후반에는 그냥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가져간 책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그래도 일기장은 매일, 틈 날 때마다 애용했고, 가끔씩 엽서에 그림도 그리면서 놀았다.
포카라에 왔다. 작년과는 달리 lake 끝자락이 아니라 길 초입에 묵어서 그런지 느낌이 새롭다. (약간 낯설다.)
저녁 때가 되면 비가 쏟아지는데 그칠 줄 모르고 밤새 무지막지하게 쏟아진다. 우산 없이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가 비를 쫄딱 맞으며 돌아오는데, - 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포카라 끝에서 끝은 은근히 꽤 멀다. - 이제 우기 때 트레킹을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실감이 났다. 그 어떤 기능성 제품도 100% 완벽하게 비를 차단할 수 없는데 하물며 나처럼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어떻겠는가?
작년 ABC 트레킹 때도 그랬다. 처음 하루 이틀은 우중산행이 낭만이 될 수 있지만 매일같이 비가 내리고, 공기가 눅눅하니까 옷은 마르지 않고, 쾌적함과는 날로 멀어져갔다.
이미 예상은 한 일이지만 각오를 단단히 해야할 것 같았다.
몬순 시즌임을 알면서도 산이 좋아서, 그저 걷고 싶어서 트레킹을 선택한 건 바로 나 자신이 아니던가?
모두들 우기 트레킹을 비추천할 때도 다른 사람의 조언보다는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서 선택했던 것 아닌가?
(내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안정된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고,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고, 하던 것이나 잘 하지 이제 와서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아느냐는 말을 수없이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나의 내면의 소리를 따라,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긴 여행길에 올랐다.)
비 내리는 날씨를 내가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 안에서의 나의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다.
그래, 모든 것이 다 나에게 달려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최고의 기억으로 남을 수도, 최악의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트레킹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진정 사랑하면 그 사람의 우주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하듯이,
내가 진정 산을 사랑한다면 산의 어떤 모습이라도 사랑하고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설사 그것이 덜 예뻐 보이고, 나를 불편하게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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