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6
시닝(西宁) - 타얼쓰(塔尔寺)
칭하이후, 차카옌후(茶卡盐湖)1박 2일 다녀오기로 한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 밖을 보니 눈이 내렸다. 어제보다 더 많이 내린 것 같은데 12월에도 간다니까 괜찮겠지 뭐,, 하고 짐 다 싸고 기사 기다렸다가 나가려는데 기사 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눈 때문에 고속도로가 끊겨서 갈 수가 없다고...-_-++
이제 화도 안 난다. 오늘은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고, 혹시 퉁런(同仁)에 갈까해서 물어보니 거기 가는 고속도로도 다 끊겼다 한다. 결국 내일 날이 좋으면 차카옌후는 빼고 (하루 안에 두 군데를 다 가는 건 무리인가보다.) 칭하이후만 가기로 했다. 물론 이것도 내일 날이 좋아야 가능한 일이겠지만,,ㅠ
오늘은 어쩔 수 없이 '타얼쓰(塔尔寺)'에 가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번에 버스 타고 가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909번 버스를 타고 (4위안) 한 시간 정도 가면 된다고 한다. 근처 만두집에서 만두 하나 사 먹고 타얼쓰 가는 버스 타러 출발.
타얼쓰(塔尔寺)
칭하이성에서 제일 큰 티베트 불교 사원인 타얼쓰(塔尔寺). 시닝에서 26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겔룩파의 6대 사원 중 하나이며, - 겔룩파의 창시자인 '총카파‘가 이 곳에서 탄생했다. -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다 돌아보려면 반나절이 걸린다고 한다.
*타얼쓰 가는 법
나는 숙소에서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그거 타고 갔는데, 신닝루터미널(新宁路汽车站)에서 타얼쓰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눈이 와서 천천히 가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도착한 것 같다. 다행히 의자에 앉았기에 망정이지 못 앉고 한참 동안 서서 간 사람들도 많았다.
타얼쓰가 종점이라 내려서 쭉 길 따라 올라가면 그 주변이 다 상점들인데 비수기라 그런지 거의 다 문을 닫았다. 바닥에는 눈이 한 가득 쌓여있고 부슬부슬 눈이 내리는데 마치 꿈처럼 아름다웠다.
눈 내리는 겨울. 여행지. 이 비슷한 상황과 느낌이 있었는데 언제가 이랬었지?
쓰촨 샹그리라의 티베트 사원에서도 그랬고, 따오청(稻城)에서도 그랬다. 부슬부슬 처연한 느낌.
살짝 외로우면서도, 슬프도록 아름다워서 사람이 거의 없는 눈 오는 사원을 걷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표지판을 본 건 아니지만 사원 내에서는 촬영할 수 없다 한다. 그런데 대 놓고 사진 찍는 아저씨를 만났다. 다짜고짜 나한테 카메라 SD에 문제가 있다고 뜬다고 얘기를 했다. 우선, 무슨 문제인지도 몰랐거니와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중국어로 그게 뭘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었다. ㅠ_ㅜ
이 아저씨는 장족(藏族)이고 퇴직한 공무원인데 취미로 사진 찍은지 2년이 됐다고 한다. 한창 사진이 재미있을 때라 진짜 열성적으로 찍으셨다. 나는 소심하고 쭈뼛거리면서 찍는데 아저씨의 열정과 뻔뻔함이 존경스럽다. ㅎ
아저씨도 나도 시닝(西宁)에서 온 거라 같이 돌아가기로 했다. 버스가 불편하니까 같이 차 빌려서 가자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아저씨 차가 있었다. 랜드로버에 카메라. 경제력이 있는 분인가보다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저씨는 공산당원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티벳 독립에 대해 티베탄들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볼라 했었는데 안 물어보길 잘 한 건가? 아님, 다른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더 물어봤었어야 했나..
차 안에서 아저씨는 자기가 찍은 사진을 자랑하는데 "좋다"고 "멋있다!"고 말씀드리면 신나서 웃으신다. 사실 아저씨가 사진 찍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이야기가 잘 통하진 않았지만) 웃는 얼굴이 소년같지 않았으면 따라가지 않았을 것이다. 시닝 거의 다 도착해서 자기가 날 속인 거면 어쩔거냐고 묻기에, 그냥 느낌이 그렇지 않았다고, 아저씨 표정이 좋지 않았으면 안 따라왔을 거라고 하니, 자기는 괜찮았지만 앞으로는 누가 태워준다 그래도 타지 말라고 한다.
사람을 잘 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오랫 동안 여행 다니면서 큰 위험 없이 다닐 수 있었던 건, 보이지 않는 존재가 위험의 순간마다 도와줬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이 사람이랑은 같이 있어도 되겠구나.', '이 사람이랑은 빨리 헤어져야겠다.' 이런 느낌들이,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가버리는 표정, 순간적인 느낌에서 느껴졌던 것 같다.
아저씨는 나를 시내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주면서 자기 집 방 하나를 준비해줄테니 원한다면 숙소에 지불한 값 환불하고 와서 묵으라고 한다. 같이 어디 식당도 가고, 어디 놀러가자고도 했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완곡히 거절했다. 예전에 이란에서나 또우디네 집에선,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흔쾌히 초대에 응해서 갔는데, 아무래도 여자 혼자 있어서 그런지, 이 장족 아저씨가 좋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더 공통된 관심사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예전에 맘무 때처럼 한 사람을 오래 알게 되는 게 두려워서인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인 듯 싶었다. 아니면 내일은 정말로 칭하이후(青海湖)에 가고 싶어서인지도 모르지.
어제 시내 한 번 돌아다녔다고 지리가 좀 익는다. 시먼(西门)의 왕푸징백화점(王府井百货)과 KFC, 다스즈(大十字) -여기에서 숙소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지. ㅎ- 의 신화서점, 좀 더 가면 모쟈제(莫家街).
오랜만에 온 중국 KFC. 에전엔 이런 데 오는 거 싫었는데 지금은 지금대로 또 반갑다.
요즘 중국 백화점은 어떤지 궁금해서 왕푸징백화점에 한 번 들어가봤다.
좀 더 걸어서 신화서점에 도착해서 책 구경하다 애기들이 티베트어/영어/중국어 공부하는 동화책 두 권이랑 『庄子』랑 『我们仨』를 샀다. 중국은 책값도 싸구나. 『活着』나 『骆驼箱子』, 『我们仨』 같은 책은 청소년 필독서로 되어 있다.
그 다음에는 버스 타고 기차역으로 갔다. 혹시 다음에 다시 여행왔을 때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여행사는 무슨.. 한 개도 없다. (오기 전에 다른 블로그에서는 기차역 근처에 여행사나 투어 상품 파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는데 ㅠ) 넓다란 역 앞 광장을 왔다 갔다 하는데 기차역 보니까 또 다른 데로 떠나고 싶다. 이동하려고 온 게 아니라 그냥 기차역이 보고 싶어서 오다니, 여행이 짧으니까 별 짓을 다 하는구나..
버스 탈 때 번호도 잘 보고, 방향도 잘 보고 탔다고 생각했는데 또! 반대 방향으로 탔나보다. ㅜㅜ 완전 종점에 가서 내리는 바람에 택시 잡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ㅠ
엊그제는 짐도 못찾고 시닝 시내로 들어오느라 정신 없었고, 어제 하루 돌아다니고 나니 오늘은 시닝이 한결 익숙해졌다. 사람이 없는 공간이나 환경에 익숙해지는 건 금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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