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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하이(青海) 여행] #4 칭하이후(青海湖)

kai.lasa 2018. 12. 2.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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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7 

칭하이후(青海湖)1일 여행( 一日游) 

11월 중순의 시닝은 7시 반까지도 깜깜하고 점차 밝아오기 시작해서 8시 즈음이면 밝아진다. 오늘은 날씨 괜찮다고 칭하이후 갈 수 있다고는 했는데 8시 반쯤 나가서 다시 확인해보니, 9시에 기사님이 온다고 한다. 남은 시간 동안 나가서 油条 먹고. (정말 저렴하고 아무 것도 아닌데 이거 먹을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좋다.) 

엊그제 짐 찾으러 공항 갈 때 데려다 준 기사 동생이 왔고, 칭하이후로 출발!! 

가는 길에 (CNG 차라) 가스 한 번 넣어주고 - 여기는 가스 넣을 때 시동도 끄고, 사람도 차에서 다 내려야하고, 핸드폰도 사용하면 안된다. -,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가는데 눈 쌓인 마을들을 지나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설산만 보인다! 너무 너무 황홀하고 좋았다!!!

중간 중간 길이 미끄러운 곳도 있고 눈이 많이 쌓인 곳도 있는데 얘는 체인도 안 걸고;;; 

고개만 돌리면 절벽 아래로 떨어져버릴 것 같은 험한 길 갈 때도 한 번도 안 불안했었는데 얘는 왜 이렇게 불안하지? 18년을 운전했다니까 잘 하겠지?^^;;

마 동생은 친구들이랑 계속 영상 통화하고, 동영상 찍어서 보내고 하다가, 길이 좀 위험해지니까 집중해서 운전하겠다고 전화기를 집어넣었다. 그러더니 '빕니다, 빕니다, 빕니다, 서지 마라, 서지 마라, 서지 마라' 계속 중얼중얼 기도하면서 올라갔다. 

 

눈 쌓인 산 오르막길에서 차가 멈추면 움직일 수가 없다고, 차가 멈추면 나는 기다리고 자기는 걸어서 도움 청하러 갔다 오겠다고, 하루나 이틀 걸으면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 건지.. 그런데 예전에 정말로 손님 태우고 가다가 차가 멈춰서 손님이랑 몇 시간씩 걸어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덜덜덜;;

오르막이 지나고 평평한 길이 나오니까 차 세우고, 여기에서 사진 찍으면 예쁘다고 사진 찍고 가라고 한다.

 

 

라지샨(拉脊山, 3820m)에 도착했다! 

이렇게 큰 산에 사람이라고는 나랑 마 동생 둘 뿐이다! (여름 성수기 때는 차가 너무 많아서 산을 올라오지를 못한다고 한다.) 

 

라지샨 올라가는 길이랑 그 부근이 가장 예뻤다. 한참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고속도로로 칭하이후 가는 길이 있지만 그리로 가면 하나도 안 예뻐서 일부러 이 쪽 길로 온 거라고 한다. (1일 코스는 칭하이후만 가는 거고, 2일 코스나 되어야 라지샨, 일월산도 가는 건데 일부러 이 쪽 코스로 와 준 거였다.) 원래 이틀을 가기로 했다 폭설 때문에 못 간 내가 안돼 보였는지, 아니면 말 한 마디 없이 내내 운전만 하고 갈 뻔 했는데 나랑 얘기하면서 가서 놀러가는 기분으로 가서 그랬는지, 보통 때 같았으면 이렇게 눈 쌓인 산길을 700-800, 아니 1,000위안을 줘도 안 갔을 거라고 한다. 

너무 너무 너무 고마웠다. ㅜ 나중에 시닝 돌아갈 때 보니 고속도로 길은 어찌나 멋이 없던지;;; 그러고보니 초반에 고속도로 진입할 때 기사 동생이 갑자기 후진해서 옆 쪽 길로 간 적이 있다. 도로에서 후진이라니 위험하다 싶었는데 그게 고속도로로 안 가고 라지샨 쪽으로 오려고 옆 길로 가 준 건가 보다. 고마워라 ㅠ_ㅜ

실은 나는 이 때 라지샨 가는 길에서, 그리고 눈 앞에 끝없이 펼쳐진 설산들을 보면서, 내가 이걸 보려고 여기에 왔구나 싶었다. 

보고 싶었던 것을 다 보고, 받을 것을 다 받았다. 설산 보며 오는 길 내내 눈물 날 정도로 좋았고, 감사했다. 

 

 

일월산은 문성공주가 토번 왕한테 시집 가는 길에 쉬어간 곳인데, 입장료가 40위안인데 별로 볼 것도 없다고 비추라고 한다.  따오탕허(倒淌河)도 그렇고. 이미 라지샨 오는 길에 받을 걸 다 받아서인지 흥미가 생기지 않아 곧장 칭하이후로 가기로 했다. 

 

고속도로 길은 이랬다지;;;;

 

따오탕허에서는 점심 식사 대신에 슈퍼에서 대충 음료랑 간식을 샀다. 이름이 샤마치였나? 예전에도 많이 먹어봤던, 은근히 포만감 있던 과자를 밥 대신 먹고, 라면도 뿌개 먹고,, 기사 동생이랑 수다도 떨면서 고원을 한참을 달렸다. 

 

눈 쌓인 산길, 황량한 고원을 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너무 가슴이 벅차고 행복했다.

드디어 문성공주의 눈물 칭하이후에 도착했다!

남초나 판공초처럼 새파란 하늘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하늘이 파랗지 않아보였다. 그런데 정말 엄청나게 컸다!! 바다 같은 칭하이후. 바다가 없는 청해성에 '파란 바다'라는 예쁜 이름이 붙게 해 준 곳. 지금도 면적이 무척 줄어든 거고,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칭하이후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마음이 아프다. ㅠ

칭하이후 성수기 입장료는 100위안이고, 비수기 입장료는 50위안이라는데 나는 기사 동생이 친구라고 해줘서 무료로 입장했다. ^^; 

 

성수기 때는 화장실도 5위안, 유채꽃밭에서 사진 찍는 것도 5위안. 사람도 버글버글하고 다 돈이다. 나는 비수기에 온 덕에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사람 몇 없는 칭하이후를 만났고, 라지샨에서는 정말로 우리 차밖에 없었다. 정말 복이었다. 비수기라 갈 수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다. 너무 감사해서, 설산 보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언니가 내 옷 보더니 칭하이후 가는데 옷 색깔이 다 칙칙하다고 빨간 머플러를 빌려주셨다. 에이 뭐 저런 걸,,, 하면서도 호의가 고마워서 그냥 들고 왔는데 막상 칭하이후 와서 둘르고 찍으니 색깔이 훨씬 튄다!!! 이래서 여름에 칭하이후랑 차카옌후 갈 때 그렇게 사람들이 총천연색 옷을 입고 가고, 빨간 드레스를 입고 가나 보다. ㅎ 암튼 언니, 머플러 잘 썼어요 ^^

 

내가 가만 서서 사진 찍으니까 포즈 좀 취해보라고, 점프 뛰어보라고 시킨다. 날이 좀 춥기는 했지만 엄청 즐거웠지. ^^

칭하이후에서 잘 놀고 돌아가는데, 호수 주변에 시커먼 구름이 끼는 것이 날씨가 심상치가 않다. 아까 올라갈 때도 길 엄청 위험해 보였는데 거기로 어떻게 내려가지? 내려가는 길은 더 위험할텐데. (이 때만 해도 돌아가는 고속도로 길이 있는 줄 모를 때였다.) 

조금씩 내리던 눈발이 거세져서 아까 과자랑 음료수 샀던 마을 지날 때는 한 치 앞도 안 보였다. ㅠ 기사 동생이 계속 산길 위험해서 못 갈 수도 있다, 눈 오면 진짜로 못 가는데 어쩔 거냐고 묻는다. 아,, 정말 이게 진담인 건지, 장난인 건지.. 

 

펑펑 내리는 눈은 사람이 어찌할 수가 없는 거니까 이러다 진짜 시닝으로 못 돌아갈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다음 날 한국 돌아가는 비행기 타야 하는데,,,

옛날 학생 때나 그 이후에 세계 여행 할 때 같았으면 "그럼 가지 말고 하루 더 묵고 가지 뭐. 잘됐다!"하면서, 흔쾌히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 버리고 더 놀다 갔을텐데, 당장 월요일에 올 손님들이랑 그 다음 날 있는 중요한 면접(실사) 생각이 났다. 이런 것들이 마음에 걸리는 걸 보면 이제는 일을 해서 그런가? 어제만 해도 빨리 칭하이후 갔다가 집에 돌아가도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시닝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당장 한국 가서 해야할 일들이 생각나서 유쾌하지가 않았다. 
 
 
마 기사님이 실토하기를, 양치기 소년처럼 장난친 거라고, 라지샨 가는 길은 진작에 지났고 고속도로로 가면 된다고 한다. 아무튼 하도 속이고 놀리고 장난을 쳐서 나중에는 한 대 때려주고 싶더만 -_-+

시닝 거의 도착했는데 고속도로가 막혀서 우회해서 가다 한 번 더 가스 충전했다. 5시가 사촌 동생이랑 택시 교대하는 시간인데 6시 넘어 도착해서, 사촌 동생이 중간에 차에 타고 저녁 먹을 데까지 데려다줬다. 

원래 牛肉面  먹으려다 내가 대접하고 싶기도 해서 火锅를 먹으러 갔다. (그런데 결국 저녁도 마동생이 사줬다.) 나중에 다시 시닝 오면 그 때는 내가 밥을 사라고 한다. 다시 오면 돈 안 받을테니 개인 차 타고 그냥 놀러가자는데 그렇게 말해주는 게 넘 고마웠다. 얘도 오늘 하루는 그냥 친구랑 놀러갔다 온 기분이었나 보다. ^^

저녁 식사한 곳은 회전식 초밥집처럼, 꼬치가 회전하면 골라서 집어넣고 먹는 데였는데, 내가 많이 먹지를 못해서 그렇지 엄청 맛있게 잘 먹었다. : )

고개 숙이고 밥 먹는 모습에서 두 아이와 아내, 어머니가 있는 가장의 책임이랄까, 마 동생이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느껴져서 고생 많다고, 잘 하고 있다고 머리 한 번 쓰담쓰담 해주고 싶었다. 

저녁 먹고 나서는 택시 탈까 어쩔까 하다 시닝에서의 마지막 밤 거리를 좀 더 걷고 싶어서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동네 아주머니들 틈바구니에서 춤도 한 번 따라추고. (다 틀리긴 했지만;;)

시닝 떠나기 전날 밤, 깊고 큰 감정들을 너무 많이 느껴서인지 잠이 안 온다. 여행 오면서 돌아갈 때 쯤이면, 잃어버린 감사와 사랑을 느끼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도록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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