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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30
지난 주말부터 꼬박 일주일 동안, 오래 전 여행 일기를 꺼내 들춰보고 옛 사진을 꺼내 보며 여행 일기를 옮겼다.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이 마음이나, 그리움이나, 사그라진 것, 변하여 없어져버린 것들에 대한 슬픔 때문에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을 때, 예전의 나를 다시 보았다. 참 무던히도 떠나고 싶어했고 틈만 나면 떠났다. (긴 여행의 끝에 원하던 것을 찾았다 생각했지만 세상 속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건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보면 오글거리고 부끄러운 10년 전 여행 이야기, 다시 봐도 마음 한 쪽이 따뜻해지는 사람들 이야기,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져 숨고 싶던 이야기나, 후회되던 순간들 할 것 없이 그 모든 소중한 시간들이 일기장 안에 가득 가득 들어있었다. 잘 잊고 잘 버리는 내게 남은 귀하디 귀한 보물이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예전 일기를 고치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 더 있어보이게 고쳐쓰고 싶었지만 그 또한 진짜가 아니기에 그 시절의 부끄러운 나를 그대로 내버려두어주고 싶었다.
실크로드와 티벳을 지나 윈난, 쓰촨까지 이어지는 동안 - 중간의 세계 여행까지 - 터질 것 같은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는 게 느껴졌다. 거칠게나마 옮겨쓰는 과정에서, 마음 속에 응어리진 무언가가 조금씩 녹아 없어졌다. (어쩌면 그건 내가 놓지 못하고 있던 어린 아이 같은 젊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얼마나 많은 따뜻한 마음들을 받고 고마워했는지, 내가 얼마나 그 때를 그리워하고 있는지 맞닥뜨리고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남은 한 꼭지만 더 토해내고 나면 퍼즐 조각이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것처럼 일상에서 내 자리를 찾아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길건 짧건 떠났다 제 자리를 찾는 과정은 늘 이렇게 삐그덕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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