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2.11.18.
일정 우즈베키스탄 타슈켄드 - 타지키스탄 두샨베 - 칼라이쿰
아침에 눈이 너무 빨리 떠진다 했더니 한국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밖이 아직 깜깜해서 눈 떴는데도 빈둥대다 아침 식사 전까지 동네를 한 바퀴 둘러봤다. 어제보다 좀 쌀쌀하다. 숙소가 위치한 동네는 부촌이었나보다. 건물도 큼지막하고 담벼락도 높고! 타슈켄트가 러시아 점령 후 + 지진 후 옛 건물들이 다 파괴된 뒤지어진 신도시라더니 현대적 느낌과 이국적인 느낌이 풍겼다.
삼십분 이상 여유롭게 산책하다 들어가서 좋아하는 논과 과일, 쿠키까지 배불리 먹고 9시 40-50분쯤 방을 나섰다. 어제 유심 번호 알아낸 덕에 얀덱스 번호 인증도 해 놓았다. 공항까지 가는 택시 잡으려면 비자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해외결제비번이 뭔지 모르겠어서 살짝 멘붕이 왔지만 새로 산 카드였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으로 등록하고 얀덱스까지 무사 등록했다!)
택시를 불렀는데 12,000숨. 진짜 싸다. 어제 공식 공항 택시가 45,500숨이었는데 어제야 유심 등록을 못해서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한 최고의 선택이었지만 얀덱스 좋다 ㅠ 예전에는 일일이 다 흥정하고, 싸우고, 빈정 상해야 됐는데 이리 편하게 택시 부르고 결제까지 되는 시스템이라니! 기술문명 발달이 이럴 때는 좋구나~
타슈켄트 국제공항 1번 터미널에 내려 택시 드라이버 아저씨와 기념 사진도 찍고 기분 좋게 공항으로 들어가려는데 아뿔싸! J가 캐리어를 숙소에 두고 왔다고 했다. 셋이 무거운 짐 들고 왔다 갔다 하기 힘드니까 나와 L만 후다닥 갔다 오기로 했다. 천만다행으로 공항과 시내가 10-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까워서 망정이지 서울에서 인천공항이었으면 캐리어 버리고 가야 됐을 수도 있다.
기사 청년에게 갔다가 다시 공항으로 돌아올 거라고 얘기하고, 후다닥 숙소에 들어가서 두고 온 캐리어를 가지고 왔다. 가고 오는데 20분. 스펙타클하다 덜덜덜;; 아무 일 없이 단조롭게 흘러갈 수도 있었는데 오늘 또 캐리어 덕에 쫄깃쫄깃 스릴 넘쳤다 ㅋㅋㅋㅋ
공항에서도 저 멀리 설산이 보인다. 설산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니까 신기하다.
비행기 연착과 결항이 잦다 해서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히 정시 출발해서 예정된 시간에 도착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마음이 분산?되어 여행에 집중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여행지에 도착해서 이동하고, 길 묻고, 사람 만나고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일들이 조금씩 마음을 써야 하는 일들이 되었다.
타지키스탄 두샨베 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하고 짐 찾고 나오니(두샨베 공항도 무척 작다) 여행사 직원분이 내 이름이 적힌 카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웃는 인상이 참 좋다. 우리와 9일간의 여정을 함께 할 드라이버 알리와 만나 인사 나눴다.
투어비용(995불 + GBAO 퍼밋 30불 +싱글 가격 35불)
우리가 계속 타고 다닐 차에 짐 싣고 출발! 이제 진짜 여행의 시작이다! 듀샨베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높다란 산들이 보이니 내가 정말 파미르에 와 있구나. 07년 신쟝 여행 때 처음 본 비슷한 풍경, 그 때 카쉬카르에서 마친 실크로드 여행 길을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으러 왔구나.
내가 파미르에 와 있다니 꿈만 같다. 보통 계획이나 꿈은 내가 생각했던 시기보다 늦어지면 늦어졌지 빨리 당겨진 적은 없는데 1년 빠르게 이루어지다니! 파미르 여행하며 다큐 찍기는 내년도 계획으로 생각했던 것다. 눈길 닿는 모든 곳이 산, 평야, 지평선, 척박하고 황량해 보이는 산에 설산까지. 내가 너무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풍경이라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이 곳에 와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고 꿈만 같다.
그래, 난 이 풍경을 보기 위해서 여기 왔지. 정말로 산이 불렀다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고원과 설산, 초원은 늘 영혼 한 조각 두고 온 것처럼 그립다.
블루씨(알리가 댐이라고 했다)에서 잠깐 내려 사진을 찍었다. 정말 너무 예쁘다. 어떻게 물 색깔이 저렇고 산은 저렇게 다 가짜같지? 원근감이 별로 없으니까 산들이 턱턱턱 조각조각 붙어있는게 진짜 CG 같다 ㅋㅋ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에 감탄하며 J랑 내년 여름에 카자흐스탄이랑 키르키즈스탄을 다시 와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ㅎ
높다란 곳에 있는데도 꽤 번화한 도시와 잘 닦인 도로,(중국이 길을 닦아줬다고 한다) 양떼, 소, 당나귀 타고 가는 사람들, 목동, 피스타치오 나무(나무가 엄청 작다) 윈도우 배경화면, 목화밭(원래 사막이었는데 중국이 물을 끌어다줘서 광대한 목화밭이 되었다지) 등등 풍경에 질릴 겨를 없이 봤다.
해 질 무렵이 되니 슬금슬금 잠이 온다. 거의 3시간을 내리 잤다. 자느라 주유소 들르고, 쉰 줄도 몰랐다.
저녁 8시반, 공항부터 6시간 반을 달려 파미르 여행의 첫 번째 마을인 칼라이쿰에 도착했다. 총 350킬로를 달렸다. 한참 전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는데 마을 도착 무렵 빗발이 거세어졌다. 춥다 >_<
홈스테이 주인인 로마랑 인사하고, 각자 방에 짐 넣어둔 뒤 저녁 식사를 했다. 네모난 테이블에 다같이 모여앉아 식사를 하는 형태이다. 보통 이런 경우 드라이버는 다른 곳에서 혼자 먹거나 했는데 여기는 알리도 같이 앉아서 먹는 것도 좋다. 음식 날라다 주던 로마 아들도 귀엽고 ^^
과일이 맛있고(특히 사과와 포도!) 논 찍어먹은 스프도 괜찮았다. 파프리카 안에 고기를 넣어 만두처럼 만든 요리도 있었다. 당근 샐러드도 좋았다. 나는 이런 식사면 몇 날 몇 일이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L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
비어있던 방이라 방 안이 정말 춥다. 나시티 꺼내 한겹 더 껴 입고, 옷도 바꿔입고, 경량 패딩에 머플러까지 둘렀다. 네 겹이나 껴입었네^^; 너무 추워서 차 한 잔 끓여 마시고 일기 쓰려는데 잠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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