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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밖 여행/'22 Pamir, Silk Road

<파미르/실크로드 #3> 2. 칼라이쿰 - 클룩(호로그)

by kai.lasa 202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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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2.11.19.

일정 칼라이쿰 - 클룩(호로그)

 

12시경 잠든 것 같은데 두 시 좀 넘어 방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깼다. 비몽사몽간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남자 두 명이 뭐라뭐라 말 하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무릎까지 푹푹 빠져서 잘 곳이 없다 -> 이런 의미로 이해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또 와서 그 둘을 데리고 갔다. 

 

동쪽으로 한참 더 가야 날씨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시작인가? 이번 여행은 하루도 빠짐 없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흔들어놓고 내가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지켜보고 관찰하라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바로 옆에서 강이 콸콸 흘러서 그 소리 때문에 비가 많이 온다고 생각했지 비가 온 게 아니었다. 사방이 눈 쌓인 설산이다. 높다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걸 보니 내가 높은 곳에 와 있다는 실감이 들어 감사하고 행복했다. 

동네 자체는 작지만 큼직큼직한 건물도 많고 큰 마켓도 있다. I love Tajikistan 마켓 구경하러 들어가서 과자와 콜라 사고 식사하러 들어갔다.

어제 인사한 로마의 아들 마흐드가 먹을 걸 계속 나르고 집안일을 도왔다. 아이도 가족의 구성원으로 같이 일하는구나. 너무 귀여웠다.

식사면서 로마네 가족 사진 찍고 셀피로 프린트해서 선물로 줬다. 마흐드가 좋아하니까 우리도 기뻤다. 그랬더니 갑자기 애기 둘이 더 나타났다. 로마 동생의 아이들이었다. 로마와 동생이 같이 홈스테이를 운영하는가보다. 

 

아이들 사진 찍어주고 드라이버인 알리도 찍어서 프린트해주었다.

애기들이 어쩜 그렇게 예쁘게 웃는지 로마도 포티마도 알라힘도 다 너무 예쁘고 귀엽다. 특히 마흐드^^

 

 

9:30-10:00경 출발

 

아침에 산책했던 길, 큰 도로 따라 올라가면 칼라이쿰 마을의 끝이다. 어제 맵스미 지도를 찾아봤을 때, 숙소 옆에 흐르는 강 옆만 보려고 하면 아프가니스탄 지도를 다운 받으라고 나왔다. 가는 길 내내 맞은편에 보이는 게 아프가니스탄이다. 예전에는 아프가니스탄이랑 교류도 활발히 하고 마켓도 열렸는데 국경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다 코로나 때문에 닫혔다고 한다. 강은 헤엄쳐서도 건널 수 있을 정도이던데 이 정도면 완전 옆동네 마을이다.

블로그에서 판쥬(5라는 뜻이다) 강 따라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아프가니스탄 뷰가 좋다 정말 너무 예쁘다. 날씨 때문에 많이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노란색, 주황(주로 노란색이 많다)색 단풍 나무가 주르륵 있어 아직 가을인가 싶다. 큼지막한 산에 색색 나무가 줄지어 서 있으니 동화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하다. 그런 풍경이 한참 이어지다 갑자기 우뚝 설산이 보이기도 하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나오기도 한다. 거대한 산 규모에 비해 맞은편에서 달리고 있는 자동차는 엄청 작게 보여서 장난감같이 보인다.

친절하게도 알리는 뷰 포인트마다 운전을 천천히 해 준다거나 정차해서 사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창에 김이 서리거나 흙탕물이 튀어 창문이 더러워지면 쉴 때마다 깨끗하게 닦아주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동화같은 풍경에 취해 환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단풍 나무 사이 길을 지났다. 저 멀리 보이던 설산이 가까워져 올 때마다, 눈길 가는 모든 곳이 산인 걸 확인할 때마다 몹시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9일 동안 이 곳 파미르에 머무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렀으면 좋겠다.

슬슬 잠이 왔지만 아까운 풍광을 놓치기 싫어 졸린 눈을 부릅떴다.

 

오늘 230-250킬로 가량 달렸다. 오프로드라서 불편하다 했지만 인도나 옛날 중국에 비하면 길도 넓고 범피도 귀여운 수준이다. 차가 좋아서 충격 흡수가 잘 되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 정도 오프로드 쯤이야.. 오프로드는 여행의 로망이기도 한데 사실 더 심해도 괜찮을 것 같다 ㅎ

 

초입 길은  아주 잘 닦여있었고 도로 공사하는 차량이 많이 보였다. 중국 자본으로 길을 내고 있어 5년 후면 완성된다고 한다. 지금은 오프로드 바이크 여행객도 많고 자전거 여행객도 많은데 길이 뚫리면 여행 상품 내지는 렌트카로 여행하는 게 훨씬 더 보편화되지 않을까?

 

 

클룩 도착 18:00 - Like Home Guest House

클룩. 알리의 고향이라고 한다. 클룩에 도착해 홈스테이 숙소에 갔다. 숙소가 너무 좋다! 카펫이 깔려있는 포근한 느낌에 라지에이터가 있으니 훈훈하다. 숙소 주인인 이브라힘도 드라이버라고 한다. 저녁 식사 내내 차가 떨어지면 더 부어주고 필요한 것 없나 챙겨주었다. 이 곳의 문화는 손님이 식사할 때 옆에서 챙겨주는 문화인가보다.

 

안에서 커피 내려마시고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영상 찍다 9시쯤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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