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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al - Trekking/'24 GHT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11 셰이 곤파 - 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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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2024.7.29.

셰이 곤파 - 타로

 

 


 

 

 

캠프 사이트가 물 있는 폭 쌓인 곳에 있다 보니 아침에 제일 먼저 오르는 길은 고바위 치고 올라가는 길이다. 그래도 나는 아침 첫 산행 2시간은 괜찮은 것 같다. 올라가면서 보이는 풍경도 아름답고 가다가 빠상한테 네팔어도 배우고 :)

네팔은 희한한 게 경사가 높아보이지 않는데도 조금만 오르막이면 너무 힘들다. 평지가 가장 좋고 얕은 내리막도 괜찮은데 계속해서 이어지는 내리막은 또 무릎에 부담이 간다.

 

그러다보니 앞서 가는 사람들을 볼 때 조금이라도 오르막이 있으면 또는 앞사람이랑 격차가 너무 벌어진 걸 보면 보기만 해도 힘이 쭉쭉 빠진다. 원숙 언니한테 배운대로 호흡과 발걸음을 맞춰 걸으려고는 하지만 어느 순간 호흡이 흐트러지면 미치게 숨차고 죽을 것 같다. 

그래도 풍경은 기가 막힌다. 내가 좋아하는 삭막하고 황량한 산 풍경. 그리고 날씨가 너무 좋았다. 밤새 떠내려갈 것처럼 비가 왔는데 아침에는 싹 개서 해가 났다. 트레킹 시작한 이래 오늘처럼 해 나고 날씨 좋은 날은 처음인 것 같다. 어제 셰이 곤파 가서 기도드려서 그런가? ^^

그림같은 풍경을 보면서 간식 먹으며 쉬기도 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무릎이 시큰거릴만큼 엄청난 내리막을 내려가서 계곡가에 스탭들이 마련한 자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늘이라고는 한 점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라면을 먹는데 지글지글 살이 타들어간다. 

 

 

 

 

점심 먹고 나서 금방 당이 떨어지고 지쳤다. 배가 고픈 게 아닌데도 얼른 쉬면서 간식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왔던 곳, 그러니까 셰이 곤파쪽으로 가는 사람들을 몇 번 마주쳤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여행 다니며 본 티베탄들처럼 표정이 너무 좋다. 다들 해맑다. 

저 멀리 우사가 보였다. 그거 말고는 쉴 수 있는 장소가 전혀 없어 보였는데 계곡 옆에 있는 게 아니라 물이 없어 보였다. 거기까지만 가도 좋을텐데 아니라면 산을 또 얼마나 넘어가야 하는 걸까? 

물(바닷물)을 보고 있으면 뛰어들고 싶어진다는데 나는 옆쪽으로 보이는 낭떠러지같은 가파른 비탈길을 보니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대로 뛰어내리면 다시 올라올 수도 없고 어딘가 부러져서 죽으려나? 

 

캠프 사이트는 한참을 더 가야하는 줄 알았는데 아까 멀리서 보이던 우사 있는 부근이 맞았다. 멀리서 노란 텐트 같은 게 하나 보였는데 그게 우리 야영장이었던 것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텐트가 보이는 순간부터는 목적지를 확인해서 그런지 오히려 더 천천히 유랑하며 가게 된다. 

오늘 묵는 곳에서 양을 사서 내일 가는 비제르에서 잡기로 했는데 양이 하나도 없어서 희숙 언니가 아쉬워하셨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검고 하얀 양떼가 바글바글했다. 이 중 운 없는 녀석이 우리 식사가 되겠구나. 

도착하니 우리 텐트가 모두 펴져 있었다. 해가 지글지글하다. 높은 지대에 있어서 그런가 지형 때문인가 계속 사이에 있을 때보다 해가 늦게까지 떠 있다. 

짐 넣고 정리하는 것도 너무 피곤해서 자리 펴고 우선 누웠다. 패딩도 빼야 하고 에어 매트 바람도 넣어야 하고 이것저것 할 게 많은데 누워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잠시 누워있는 사이 깜빡 잠이 들었다가 원숙 언니가 소설책 빌려주셔서 깼다. 왜 이렇게 피곤한가 싶었는데 오늘 걸은 양이 상당했다. 8시간이었나? 

운 나쁜 양 한 마리가 깐차와 빠상한테 잡혀서 운명을 달리했다. 저녁으로는 네팔식으로 요리한 커리 양고기 수프가 나왔다.

 

저녁 먹고 나서는 7시에 바로 들어가서 누웠다. 한 번 누우니까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어찌나 귀찮은지 그대로 잠들어서 4시간 정도 안 깨고 잤다.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 40일 동안 체력이 버텨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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