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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al - Trekking/'24 GHT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15 포가온(4,087m) - 닝마간젠라(5,583m) - 캠프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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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2024.8.2.

포가온(4,087m) - 닝마간젠라(5,583m - 캠프사이트

 

 


 

 

오늘은 엊그제보다 긴 일정이라 4시 기상, 5시 식사, 6시 출발이다. 각오는 하고 있지만 떨린다;; 오늘은 또 얼마나 힘들려나 ㅜ

 

 

마을을 뚫고 지나가 위의? 뒤의 산을 넘어야한다. 마을 아낙네가 눈인사해주고 린지를 따라가는데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 멀리서 펨바 다이가 그쪽 길이 아니라고 소리쳤다. 사실 린지도 돌포는 초행이라 주민에게 물어물어 가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기도 한다. 어제 고기 훔쳐갔던 멍멍이는 배웅해주러 멀리까지 왔다. 기특한 것! 예의가 바르다. 

오르막에서 소남이 가방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 내 목표는 내 가방을 내가 지고 올라가는 거였기 때문에 괜찮다고, 나중에 힘들어지면 도와달라고 했다.

 

 

올라갈수록 너무 힘들었다. 지쳐보였는지 직메가 가방 달라고 해서 결국 빠상이 내 가방을 들어줬다. 오늘 컨디션이 안 좋으신 희숙 언니 가방은 직메가, 미선 언니 가방은 소남이 들었다. 가방이 없으면 더 잘 걸어야 하는데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아침부터 구름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빗방울이 떨어졌다. 바람막이 입고 가다 빗방울이 거세게 떨어지기에 우비를 꺼내 입었다. 너무 덥고 갑갑하다. 계속 내릴 비는 아니었는지 비가 좀 그쳐서 우비를 벗었다.

그랬더니 이제는 너무!! 춥다. 하필이면 오늘 여름 남방을 입고 와서 안으로 바람이 슝슝 들어온다. 바람막이 통기 지퍼까지 닫고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는데 정말 너무 추웠다. 정상이면 이제 곧 하산이니까 참아보려 했는데 린지가 아직도 좀 더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내 가방 지고 가 주던 빠상에게 얘기해서 쟈켓 걸치고 장갑도 끼우고 지퍼도 채우려고 하는데 손이 얼어서 배낭 버클도 안 열리고 지퍼도 안 채워진다 ㅠ 빠상이 건네는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올라갔다. 훨씬 낫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춥다. 5,000m의 추위를 왜 간과했을까.. 그 동안 날씨가 너무 좋았었지. (결국 너무 추워서 우비까지 꺼내 입었다.)

오늘은 초지일관 추위와의 사투였다. 저 비바람을 잠시라도 피할 데가 있다면 좋을텐데 얼만큼 가야 내리막이 나올까? 언제쯤 끝날까? 코로 숨을 잘 못 쉬어서 걸음마다 숨이 차고 어처구니 없는 건 두 번쯤인가? 그 와중에 졸리기까지 했다. (나중에 원숙 언니가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저체온증 증상이라고 한다.) 

비바람, 추위와 싸우느라 반 이상 떨얼져나간 발톱은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오르막은 정말 끝도 없는 오르막이었다. 어쩜 그리 평지 한 번 안 나오는 오르막일 수 있는지. 저기가 정상인가 싶으면 매번 아니다.

 

우리는 모두 춥고 불쌍했지만 경치가 너무 멋져서 멀리서 있는 깐차가 그림 같았다. 

 

 

 

안개가 자욱히 껴서 앞사람과의 거리가 조금만 벌어지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비도 오고 길도 안 보여서 언니들을 놓치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언니들 놓치면 끝장이다. 길 잃지 않으려고 언니들과 소남 뒤를 필사적으로 따라갔다.

 

 

점심 식사는 감자, 계란, 찌우라. 바위 안쪽으로 들어가서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 먹었다. 다들 추위에 떨고 불쌍하다 ㅎ

 

정상인 듯 싶은 타르초가 나왔다. 타르초 반대편부터는 내리막이다.

이번에는 어쩜 이렇게 치닫은 내리막일 수 있을까? 잘 따라가야겠기에 무릎이 쑤시거나 말거나 열심히 내리막을 걸었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마치 화성 같았다. 미선 언니 표현에 따르면, 이게 달나라인가 화성인가 싶다고 하셨다.

내리막은, 모래가 후두둑 떨어지고 오른편으로는 흘러내린 모래가 곱게 모래산을 만든 길이었다. 발을 잘못 디디면 스르륵 모래와 함께 미끄러져 내릴 것 같았다. 그 다음에는 자잘한 자갈, 돌멩이가 섞인 길을 내려갔다. 그래도 나는 바위나 딱딱한 땅을 내려가는 것보다는 모래에 미끄러지면서 내려가는 게 충격이 흡수돼서 무릎이 훨씬 덜 아프다.

 

지루한 내리막을 한참을 더 내려갔다. 뾰족뾰족한 자갈밭과 돌들의 향연이다. 어디를 밟든 지지가 잘 되지 않아서 기우뚱 기우뚱했다.

 

높다란 산도 이렇게 바위가 돌로, 자갈로, 암석으로, 모래로 쪼개지고 마모되어 결국에는 형체가 없어지려나? 인간의 삶에 비하면 한없이 긴 호흡으로 사는 산이지만 그 끝은 어떨까? 다시 융기되어 또 시작할까? 

 

계곡은 저만치 아래에 있는데 전혀 캠프 사이트 같지 않은 곳에서 야영을 한단다. 물이야 그렇다 치고 땅도 비스듬해서 대충 텐트 칠 자리만 땅을 좀 평평하게 만들었다. 

 

오늘 비 맞고 추위에 떨며 고생했으니까 광활한 자연에서 자고 싶었는데 도착한 곳은 정말 삭막하고 추웠다. 집이 완성되길 기다리는 동안 다들 넋이 나갔다.

밀크티 마시며 몸을 녹이는데 오늘은 참 춥다. 텐트 안으로 들어가 당장 겨울 옷으로 갈아입었다. 쪄 죽는 게 얼어 죽는 것보다 낫지... 

산을 너무도 사랑하지만 지난본 포 가온 가는 길도 그렇고 육체를 내던지고 싶을 정도로 힘듦이라니 ㅎ 오늘도 기억에 많이 남는 하루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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