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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al - Trekking/'24 GHT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17 대평원 캠프사이트 - 얄라 라(5,414m) - 찬디콜라(4,83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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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2024.8.4.

대평원 캠프사이트 - 얄라 라(5,414m) - 찬디콜라(4,830m)

 

1시인가 2시 넘어 깼다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다시 잠들었는데 알람 소리를 못 들었다. 허둥지둥 짐 싸고 정리했다. 많이 익숙해진 것 같아도 짐 싸는데 아직도 45분-50분 걸린다. 

오늘은 미선 언니 생일이라 물가 따라 피어있는 노란꽃을 한 다발 꺾어왔다. 아침 식사로는 미역국과 취나물, 버섯이 나왔고 린지가 언니 생일 축하 팬케이크를 만들어줬다. 스탭들 모두 와서 다같이 생일 축하 노래 불러주고 ^^ 축하드려요~!

 

아침 식사하고 나서는 꽤 쌀쌀했다. 경량패딩에 바람막이까지 입고 있는데도 추웠다. 

 

물 건널 일이 몇 번 있었는데 펨바 다이가 업어준다고 한다. 미안해서 도저히 못 업히겠고 나름 건널 수 있는 곳을 찾아 건넜다. 

그러다 왼쪽 신발에 물이 들어가서 양말이 젖긴 했지만 ^^;

물 건너고 말도 안 된느 경사의 산을 올랐다. 이 코스는 초반부터 느낀 거지만 길이란 게 없는 것 같다. 

말도 안되게 치닫아 올라가다 중간에 마주친 직메랑 가위 바위 보하고, 빠상이 미선 언니한테 꽃 드리고, 우리도 걸어 올라오는 소남한테 꽃 꺾어 주면서 놀았다. 

 

 

소남이 와서 "백 디누스" 들어준다고 가방 달라고 하는데 아직 내가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괜찮다고 사양하고 메고 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힘들어서 결국 소남에게 가방을 맡겼다. 미선 언니, 희숙 언니는 직메, 빠상에게 맡기고 올라가는데 가방 무게가 사라졌음에도 조금도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다른 분들은 안 그런데 나만 헉헉댄다. 나만 입 벌리고 숨 쉬어서 그런가보다. 네팔리들은 원래 타고 나길 폐활량이 좋은 것 같고. 코로 숨쉬는 호흡에 맞춰서 걸어보려 하는데 숨이 너무 차서 올라가지지를 않았다. 가방도 없이 올라가는데 내 한 몸 건사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야속하다...

 

오늘은 희숙 언니도 선두로 잘 올라가신다. 내가 가장 꼴찌로 뒤쳐져서 린지, 나, 빠상 순으로 갔다. 빠상이 나 때문에 무거운 짐 지고 속도 맞추는 게 미안해서 먼저 가라고 했다. 중간에 서서 계속 숨 고르고 중간 중간에 바위에 두 번이나 앉아서 쉬다 갔다. 헥헥거리는 숨이 회복이 안 된다.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올라갔는지 모를 때쯤 간신히 타르초가 있는 정상에 올랐다 그러니까 오늘 넘은 것이 얄라 라(5,414m)이다. 내가 마지막이라 린지가 기다렸다 정상에서 사진 찍어주고, 언니들도 사진 찍고 계시는 게 보였다. 깐치(나) 왔다고 기념 사진 찍어주시고 ^^ 

소남은 컨디션이 안 좋아보였다. 아침에 설사했다고 하고. 그런 애한테 내 가방을 맡겼으니..

내려가는 길에는 다시 가바을 받아서 멨다. 자갈돌이 흘러내리는 길을 쭉쭉 미끄러지면서 가니 멀리 작은 호수도 보이고 더 멀리 초지가 보인다. 

사실 엊그제 5,000m 넘을 때의 추위에 비하면 오늘은 정상까지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날보다는 낫다. 우선 옷도 더 따뜻한 옷을 입어서 춥지 않았고, 정상 가는 길에 빗방울이 살짝 떨어지기는 했지만 우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내려올 때도 비가 오긴 했지만 우비는 아니고 바람막이 정도로 커버가 되었으니 나는 천만 다행이었다. 

위험천만한 길을 쭉쭉 내려가는데 린지가 크레바스를 보여줬다. 걸음이 빠른 원숙 언니가 저 멀리 빠상이랑 앉아 계시기에 저기까지 가면 쉴 수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갔다.

간식 타임일 줄 알았는데 식사 시간이었다. 찌우라, 옥수수, 티베탄 브레드와 꿀로 밥 먹으며 잠시 쉬었다. 

이제 또 다시 내려가는 길이다. 사실 오늘 내리막은 무릎이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미끄러지는 자갈길은 위험했지만 충격이 덜했고, 그 다음은 푹식푹신한 흙길이었다. 

 

 

텔레토비 동산같은 길을 지났고, 

분홍색 솜방망이같은 꽃이 한가득 깔려있는 꽃밭을 보았다. 이 꽃 너무 귀엽다 ^^

꽃밭 지나고, 어마어마한 너덜지대를 지났다. 오후되니까 가방이 무겁게 느껴진다. 

 

처음 시작 때 오늘 9시간 걸린다 해서 4시쯤 도착할 걸로 예상했는데 한시 안되었을 때 캠프 사이트의 노란 텐트가 보였다.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캠프 사이트에 가려면 물을 하나 건너야했다. 아침에는 손발도 시리고 가만히 있어도 추워서 어떻게든 안 벗고 건넜는데 이번에는 물길이 넓어서 신발을 안 벗을 수가 없다. 직메가 배낭이랑 신발 잡아주고 건넜음. 

미선 언니, 희숙 언니는 스탭들이 업어서 건네줬다. 

캠프 사이트에 도착해서는 텐트 치기가 무섭게 비가 쏟아진다. 빨래도 하고 젖은 옷도 말리고 싶은데 언제쯤 날이 쨍쨍해지려나.

 

아주 잠시 비가 그쳐서 꽃차 마시러 식당 텐트에 갔다. 그런데 식당 텐트에 가기가 무섭게 비가 또 쏟아졌다. 언니들이랑 차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데 몇 십년간 함께 산 타며 공유한 그분들의 추억과 유대감이 부러웠다. 

 

비가 좀처럼 안 그쳐서 각자 텐트로 돌아갔다. 나는 한 시간 정도 빗소리 듣다 깜빡 잠들었다. 

 

5시 반에 저녁 먹으러 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배는 내리고 저녁 식사 메뉴는 국수였다. 추워서 따뜻한 국물 먹고 싶었는데! 잘됐다! 지난 번에도 먹었는데 특이하게 고기 국물에 국수를 주고 양념장을 준다. 과일 통조림을 데워서 주기도 하고 (이건 추워서 그런 것 같다) 따뜻한 국물 먹으니 속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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