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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al - Trekking/'24 GHT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21 타 주 차우르 - 쉴렌 차우라 카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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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2024.8.8.

타 주 차우르 - 쉴렌 차우라 카르카

 

 

어제 밤중에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말들 발 붂어놓은 줄이 끊어져서(혹은 풀려서) 말이 도망가버린 줄 알았다. 스텝들도 다 일어나서 불 켜고 한바탕 난리가 났는데 알고보니 짐승(개떼? 삵? 설표))이 나타났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말을 공격하거나 하지 않았다. 

짐 싸고 나오니 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매일 비가 오고 옷과 텐트가 축축해지고 꿉꿉해지니 괴롭다.. 햇빛 쨍한 날이 이렇게 그리워질 줄이야.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숲이라 더 습하고 더 꿉꿉하고 비가 많이 올텐데...

 

펨바 다이 따라서 물 건너다 돌에서 쭉쭉 미끄러져서 오른쪽 발이 물에 빠졌다. 신발도 젖고, 양말도 젖고 더 꿉꿉해졌다. 이건 아침에 신발 축축한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네팔 스탭들이 신발 젖을 생각하고 물 웅덩이 그냥 밟고 지나가는 것 많이 봤는데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경험했음.)

풀숲을 지나 통나무 다리를 건넜다. 이번에도 말이 문제다. 이 다리를 말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나뭇가지, 이끼, 풀, 돌 등을 잔뜩 가져다 실었다. 좀 더 평탄하게 하기 위한 보수 공사랄까. 말들이 오기까지 한참 기다리다 무사히 건너는 것을 보고 우리도 출발했다. 

고도가 낮아지니까 물기 머금은 숲, 정글, 풀밭의 연속이다. 한국에서는 안개 끼고 나무나 바위에 이끼 잔뜩 낀, 요정 나올 것 같은 숲을 무척 좋아하는데 여기에서는 매일이 그렇다 ㅎㅎ 숲도 좋지만 4,000m-4,500m 이상 되는 곳에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지고, 고도가 내려갈수록 조금씩 울적해진다. 

또 풀숲을 지났나? 내리막을 갔나?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통나무 다리를 한 번 더 건넜다. 우리도 신발 벗고 물을 두 번 건넜다. 슬리퍼(크록스)를 안 신고 맨발로 건너니 발바닥이 엄청나게 아프구나! 왜 신어야 되는지 알았음. 

풀숲을 헤치며 거의 길이 아닌 길을 갔기 때문에 마땅히 쉴 곳이 없었다. 펨바 다이가 오더니 바로 앞에서 점심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물가 바로 옆에 식사할 곳이 있었다. 폭샥 젖은 신발을 너무 벗고 싶어서 마르지는 않겠지만 우선 더 벗어놓았다. 

점심 식사로 라면 먹고, 믹스 커피 마시고, 간식 먹고 다시 길을 떠났다. 

 

 

 

11시 전에 점심 식사를 끝냈으니까 또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걸었나?

 

 

마을이 보였다. 7일만에 만나는 마을이다. 희숙 언니는 마을 만나서 반갑다고 했는데 나는 전혀 반갑지 않았다. 대자연 속에 있는 게 더 좋다. 

철제 다리를 건너 '나마스떼'하고 표정 좋게 인사해주는 마을 사람들을 지났다. 캠프 사이트에서 자는 줄 알앗는데 린지가 롯지에서 자는 게 어떠냐고 했다. 

 

 

흙과 나무로 지어진 집이라 고슬고슬 너무 좋다. 습하지 않고, 허리도 펼 수 있고 무엇보다 스텝들이 텐트 치고 철수하는 걸 안해도 되니 좋다. 

 

 

그리고 언니들이랑 네 명이서 다같이 자는 것도 처음이다. 별 것도 아닌 이야기로 신나게 웃고 떠들고 정리하는 사이 빠상이 복숭아를 들고 왔다. 

복숭아 크기는 작은데 너무 맛있다! 

 

 

저녁은 2층에서 우리가 비빔밥을 해 먹었다. 현지 조달 공수된 비릅나물을 린지가 데쳐주었고, 참기름, 들기름 넣고 원숙 언니가 손으로 싹싹 비비셔서 만드셨다. 히말라야 유기농 산나물! 이제까지 밥 다 맛있었지만 이건 정말 맛있었다!! 어디에서도 먹을 수 없는 히말라야 산채나물비빔밥!! 너무 맛있어서 밥 한솥을 뚝딱 먹었다. (린지가 누룽지 끓일 밥도 안 남았다고 ㅋㅋ)

밥 먹고 미선 언니가 어쩌는지 보려고 침낭 속에 들어가셨다. 다들 어쩌는지 보려고 들어갔는데 너무 안락하고 편안하고 좋았다! 누워서 깔깔대며 이야기 나누다 1층으로 내려가 다같이 창 한 잔 했다.

 

저녁에 비가 그쳐서 원숙 언니랑 동네 한 바퀴 산책했다. 북쪽 맞나? 아무튼 위쪽으로 올라가면 티벳이라고 한다. 코로나 이후로 국경이 폐쇄되었다가 티벳과 이곳 주민들과의 국경만 열렸다고 한다. 

간만에 지붕 있는 집에서 포근하게 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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