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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al - Trekking/'24 GHT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22 쉴렌 차우라 카르카 - 캠프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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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2024.8.9.

쉴렌 차우라 카르카 - (띠야르 너머) 캠프 사이트

 

아침에 5시 반에 일어났다. 아무리 늦어도 5시면 일어나서 준비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일어났을까? 언니들보다 늦을까봐 30분만에 후딱후딱 준비하고, 짐싸고, 아침으로 아욱 된장국을 먹었다. 

펨바 다이 따라서 출발! 어제 밤에 하늘에 구멍 난 것처럼 비가 많이 와서 아침에도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비는 밤에만 많이 온 거고, 계곡물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했나보다. 다행이다. 

갈수록 해가 나서, 우리가 그리워 마지 않던 쨍쨍한 날이었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 나무 많은 물기 머금은 숲, 안개같은 구름, 딱 안나푸르나 써킷 때 보았던 것과 비슷한 풍경이 이어졌다. 

걷기 편한 길이 이어져서 솔직히 걷는 건 아주 편했다. 계속해서 물 따라 걷고 중간중간 마을을 만났다. 그런데 역시 나는 4,000m 아래로 내려오면 별로다. 7일간 대자연 속에 있던 때가 벌써 그리워지다니. 길은 편하고, 기암괴석이 펼쳐진 그림같은 풍경도, 간간히 아니지. 자주 지나는 마을 풍경도 정겹고 나쁠 건 없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길이 편해서 쉽게 온 편이었는데 오전이 지나고 해가 쨍쨍해지는 낮 시간이 되자 너무너무 덥다. 뜨겁고, 덥고, 습했다. 물가 옆의 물기 먹은 공기가 너무 습했다. 며칠 전만 해도 비 오는 축축함과 꿉꿉함이 싫어서 해 좀 쨍하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가 나니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땀과 땀냄새, 더위가 장난 아니다..

더욱이 높은 곳에 있을 때만큼 간식이 땡기지도 않는다. 그냥 시원한 물만 마시고 싶을뿐. 

점심은 마을 지나 공터에서 야크 버터에 비빈 나물밥을 먹었다. 간만의 쨍한 햇빛이라 다들 신발이랑 양말 말리고 손수건도 빨아 말렸다. 

밥 먹기 전에 원숙 언니 따라 비릅 나물을 땄는데 빠상이 보더니 절반은 잘못 땄다고 절반 다 버렸다;;;

요건 빠상이 따다 준 꽃. 다들 귀에 꼽고 사진 한 장씩 찍었다 ^^ 

지난 번에 트레킹 초반 때 부추 뜯을 때만해도 꽃이 안 피었는데 그새 꽃이 하얗게 피었다.

 

여름 트레킹은 부추, 비릅나물 - 현지에서 식량 조달해 먹는 즐거움이 있구나 ㅎㅎ 언니들이랑 와서 이런 경험도 하지 나 혼자였으면 풀 뜯어먹을 생각은 못했을 것 같다 ㅋㅋ

길이 편한데도 더우니까 도대체 언제 캠프 사이트 나오지? 마음속으로 한참을 기다렸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계획상 3일동안 걸을 것을 이틀 에 걸으려다보니 하루에 걷는 양이 늘어났다. 아고 되다.. 고산에서 한 발짝 내딛기도 힘든 거랑 이거랑 어느 게 더 힘들까? 매일 다른 종류의 힘듦이다 ㅋㅋ

그래도 걷는 종안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걸으며 신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감사가 피어올랐다. 내가 이 길과 여정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지 벌써부터 알겠다. 

스탭들이 따다 준 새콤달콤한 미니 복숭아. 

캠프 사이트는 아담했는데 오늘은 신기하게도 비가 오지 않았다. 비 안오는 호사를 누리며 웰컴티 마시고 정리하고 쉬는데 언니들이 머리감으라고 부르셨다. 쫄쫄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데 나는 머리카락이 길어서 원숙 언니가 날진병에 물을 넣어서 부어주셨다. 찬물로 벅벅 머리 감았는데 정말 너무 시원하다! 날짜 보니까 8일만에 감는 거다. 지난 번은 열흘만에 감았고. 여름이라 그런가? 이 정도면 그래도 생각보다 자주 감는 것 같다. 나는 20일 동안 못 감을 줄 알았는데 ㅎ

여기는 날씨가 하나도 안추워서 반팔 입고 있어도 춥지 않았다. 비도 안 오는 날 일찍 잠들기가 아까워서 이제까지 찍은 사진을 처음으로 봤다.  배터리가 아까워서 다는 아니고 조금 봤는데 지나온 길이 벌써부터 그립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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