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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pal - Trekking/'24 GHT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20 타클라 콜라 - 차르고 라 - 타 주 차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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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 네팔

 

2024.8.7.

타클라 콜라 - 차르고 라(5,150m) - 타 주 차우르

 

밤에 비탈길에서 자느라 계속 흘러내렸다. 아니지, 아예 잘 수가 없었다. 비탈길에 엎드려서 일기 쓰다 결국 9시 반에 대대적으로 보수 공사를 했다. 카고를 텐트 중앙에 박고 짐들은 아무 데나 굴러다니게 내버려두고 잤다. 왼쪽으로 쏠리면 왼쪽 어깨가 아파서 방향 바꾸고 오른쪽으로 쏠아서 자고. 별 짓을 다 했다 ㅎㅎ

오늘은 몸이 가벼울 것이라고 예상했건만 이게 웬 걸...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처음 올라가는 길이 이제껏에 비하면 그렇게 경사가 심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몸이 축축 쳐지고 무거웠다. 오늘은 5,000m 넘어야 하는 날인데...

앞서 걷는 희숙 언니와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무슨 짓을 해도 몸에 힘이 안 난다. 희숙 언니는 고산증 때문 아니냐고 하셨지만 나는 물 먹은 솜마냥 몸이 무겁소 나중에는 허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내가 너무 뒤쳐지고 못 올라가니까 소남이 와서 가방을 달라고 했다. 염치 불구하고 냉큼 줬다. 오늘은 힘겨운 하루가 될 것 같다. 소남은 어제 허리도 아프고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데 고맙고 미안핟. 

희숙 언니 가방도 빠상한테 가고, 미선 언니 가방은 직메한테 가고 우리는 몸만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너무 힘드니까 웃을 기운도 없다. 계속 숨차고 힘들고 몸이 너무 무겁다. 

네팔 평지를 지나고 나니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진짜 장난 아니었다. 여기를 무슨 정신으로 무슨 힘으로 올라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 다리는 더 무겁고. 

내가 자꾸 쳐지니까 희숙 언니가 나를 앞에서 걷게 했다. 아니었으면 계속 하염없이 쉬고 싶었을 것 같다. 어제도 내리막 때 계속 뒤돌아보며 챙겨주셨는데 희숙 언니한테 너무 고마웠다. 

막판의 바위를 기어올라가니 드디어 타르초가 있는 정상이다. 

정상에서 다시 가방 받아들고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자갈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고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8시간 정도 걸어야 해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왔는데 야크 버터로 구운 빵이다. 빵 먹고 또 한없이 내려갔다. 

 

 

 

 

 

무지막지한 내리막을 내려가는 동안 (그래도 어제의 내리막에 비하면 낫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발톱이 쏠리는 게 느껴진다. 내 무릎이 얼마나 더 버텨줄까? 무릎이 더 안 좋아지기 전에 빨리 가고 싶은 산들을 다 가고 싶다.

 

바위가 부서져 모래가 되어 흘러내리는 산은 늘 화성같기도 하고 달나라같기도 하다. 

 

지루한 내리막길이지만 산은 장엄했고 꽃들은 예뻤다. 한쪽에는 키 큰, 길쭉길쭉한 꽃들이 한가득 있다. 색도 다양하고 모양도 다양하고 꽃들의 향연. 꽃밭 천국이다. 

꽃구경하며 지루한 내리막을 내려가는데 희숙 언니가 손짓한다. 보이는 곳에 캠프 사이트가 있나보다. 오예!!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에서 녹색 식당 텐트와 노란ㄹ 텐트가 반긴다. 이제부터는 마음 편히 감상하며 갈 수 있다. 그래도 텐트까지 상당히 길었다. 역시 눈에 보이는 거에 속으면 안돼. 히말라야에서는 보이고 나서 30분이 족히 넘게 걸어야 한다. 

희숙 언니와 우리가 도착했을 땐 막 텐트가 다 쳐졌을 때였다. 웰컴티로 달달한 커피 우유를 카시고 (커피에 들어간 벌레, 먼지 다 같이 마신 것 같다) 텐트에 들어갔다. 

오늘은 경사가 없으니 집이 만족스럽게 잘 정돈됐다. 정리하고 일기 쓰려는 찰나 직메가 외치는 소리에 나갔다. 진하지는 않지만 큼지막한 무지개가 떴다. 

 

직메랑 깐차가 피운 모닥불 옆에 서 있다 저녁 식사를 했다. 

 

오늘은 몸이 너무 무겁고 힘들었는데 내일은 좀 더 나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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