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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안 여행/등산

해남 달마산, 달마고도, 서해랑길, 땅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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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달마산+땅끝

 

날짜 2025.08.30.

코스 미황사 주차장 - 달마산(정상) - 달마고도 - 마봉리 갈림길 - 마봉리 주차장 - 서해랑길 1코스 - 황토나라 테마촌 - 송호 해수욕장 -  - 땅끝탑, 땅끝전망대 - 땅끝마을 입구 

거리 21.2km

소요 시간 9시간 6분(휴식 1시간 55분 포함)

 

 

 

이미지 출처: 알레 버스

 

 

 

 

 

 


 

 

 

예전에 지리산 갔을 때 뵌 어르신이 산 몇 군데를 추천해주셨는데 그 중에 해남 달마산이 있었다.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다 쉬게 된 날 알레버스 일정이랑 맞아서 가게 됐다.

 

그런데 하필 이 때 잘 들고 다니던 배낭을 바꾸는 바람에 늘 배낭에 두던 것들을 다 못 챙기고 왔다. 일례로 랜턴. 아... 무박 산행인데 도대체 그걸 왜 안 챙겼을까. 아니 애초에 가방은 왜 바꿨을까;; 다행히 짝꿍이 하나 챙겨와서 그걸로 샥샥 밝히며 올라갔다.

 

출발 때 꾸물럭거리는 사이 같이 버스 타고 온 분들이 다 올라갔다. 앞서 가던 여자분 두 분을 따라갔는데 그분들이 앞에서 헤매신다. 알고 봤더니 미황사에서 달마산 정상에 오를려면 왼편으로 갔어야 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그분들만 따라가서 미황사 오른편으로 간 것이다. (알고 보니 그분들은 달마산 정상에 가실 생각이 없었다.)

 

돌아갈까 말까...일출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되돌아 가려면 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자니 너무 싫고. 고민하다가 결국은 미황사로 되돌아가서 달마산 정상쪽으로 향했다. 그래도 왔으니 정상에는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동 틀 무렵 보인 광경. 일찍 올라가신 분들은 40분에서 60분 가량 일출을 기다리셔야 했을텐데 내가 올라가니 막 동이 트고 있었다. 

운해가 운해가... 그렇게나 아름다울 수 없었다. 이렇게 예쁜 운해 만난 건 예전에 지리산 천왕봉 이후로 처음인가? 

같이 일출 기다리던 분들도 사진으로 담기 바빴다. 한 어르신이 말씀하시길, 그분은 달마산에 자주 오시는데 이런 운해는 보기 정말 힘들다고 오늘 다들 운이 좋은 거라고 하셨다. 

운이 좋아서 예쁜 운해에 일출까지 볼 수 있었다. 하늘색이 핑크빛과 붉은빛으로 물드는 게 너무 아름다웠다. 예쁜 물감을 솨아 뿌려놓은 듯.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 미황사로 하산하고 달마고도쪽으로 향했다. 아까 올라올 때는 해가 안 떠서 보지를 못해서 왔던 길인데도 마치 새로운 길처럼 걸을 수 있었다. 

 

달마산도 매력있고 달마고도도 무척 매력있었다. 왜 그렇게 다른 분들이 추천하셨는지 알겠다. 

제주도에서도 봤을 법한 원시림이 나오고(숲이 깊고 오래된 느낌인데 또 습하고 음하지는 않았다.)

너덜지대도 나오고

편백나무 숲길도 나왔다. 달마산과 달마고도만 걸어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았는데 알레버스 코스는 달마산+달마고도+서해랑길+땅끝마을이기 때문에 중간에 빠져야 한다. 

마봉리 주차장부터는 시멘트,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시골길이 나온다. 

길가다 만난 사회성 있고 적극적인 강아지는 물이랑 육포를 얻어먹었다. 역시 이런 적극성이 있어야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건가!

이 길을 하염없이 걷는데 뜨겁다. 그늘이 하나도 없다. 

여름이랑 더운 날씨를 좋아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날 해남에 폭염 경보가 떨어졌었다. 어쩐지 덥더라니..

계속 이런 도로가 나오면 걷는 재미가 덜할 것 같아서 버스를 탈까, 택시를 탈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우선 편의점에서 시원한 걸 먹고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도로가 나오는 순간부터 시골 마을 어딘가에 편의점이 있을 거니까 편의점 가서 빠삐코 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걸었다. 

전방에 편의점 있다는 알림판이 어찌나 반갑던지! 내 평생 이렇게 간절히 편의점을 찾고 기다리며 걸은 건 처음이었다 ㅋ

땅끝 황토나라 테마파크를 지나 

드디어 편의점에 도착했다!!! 안에는 취식 공간이 없어서 밖에 앉아서 먹었지만 그래도 빠삐코 너무 시원하고 맛있었다 ㅠ 평생 먹은 것 중 두번째로 맛있었던 빠삐코!!! 빠삐코로 모자라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한 손에 들고 다시 걸어보기로 했다. 

얼마지 않아 송호해수욕장이 나왔다. 아직도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때만 해도 좀 걷다가 힘들어지면 나와서 택시 부르거나 하려고 했는데(버스는 시간이 안 맞았다) 한 번 길에 발을 들인 이상 빠져나가지 못할 줄은 몰랐지.. 

이런 임도길에 들어선 순간 빠져나갈 곳이 전혀 없다. 

땅끝탑까지 가고 빠지는 길이 있나 보려 했지만 없었기에 열심히 열심히 길을 걸어 

땅끝마을 입구까지! 적당한 곳에서 빠지려던 내 의지와 다르게 완주를 해냈다 ^^ 하하

지난 번에 오대산 갔을 때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이번에는 막판 서두른다고 서두른 덕에 버스 출발 5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서두른 이유는 전라도 식당은 어딜 가든 맛있으니까 여기에서 식사하고 가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기사님이 추천해주신 식당에 들어가서 가장 빨리 나오는 육개장으로 시키고 별 기대 없이 먹었는데 반찬들이 다 너무 맛있었다 ^^ 

 

땅 덩어리가 작으니까 이렇게 하루만에 땅끝까지 와서 산 타고 올라가는 게 가능하지. 예쁜 운해를 선물 받았던 달마산, 지글지글한 태양 속에 걸었던 서해랑길. 다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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