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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안 여행/등산

설악산 1박 2일 산행 - 첫째날(한계령 - 한계령 삼거리 - 중청대피소)

by kai.lasa 2018.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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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2-23 

설악산 1박 2일 산행: 한계령 - 한계령 삼거리 - 중청대피소

 

산님이 부르시기에 부름에 응하러 다녀왔다. 땅이랑 좀 더 친해지라고 그리 불렀나 보다.

 


 

Day 1. 

동서울 버스터미널 6:30 
한계령 휴게소 8:40 (2시간 10분 소요, 요금 16,500원)
등산 시작 9:00 
아침 식사(도시락) 9:40 
다시 등산 10:00 
한계령삼거리 11:15
중청대피소 3:45
 
 
산이 불렀다고 할 수 밖에 없게 갑자기 너무 너무 산에 가고 싶어졌다. 
산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날이 마침 국립공원 대피소 예약 개시일이었고, 
설악산 중청 대피소를 예약해두고 등산갈 채비를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북한산도 가고 자주 등산했는데
 최근 3-4년 동안에는 동네 뒷산 한 번 오른 적이 없는데다 
운동이라고는 손톱만큼도 하지를 않아서 체력에 자신이 없었다. 
너무 오랜만의 등산이라 죽을 수도 있기에 코스 짤 때에도 난이도가 있는 곳은 피했다. 
그래서 정한 것이 한계령에서 시작해서 서북능선 타고 중청까지 가고,
 대피소에서 1박 한 뒤 다음 날 아침 대청봉에 올랐다 하산하는 것이다.
 하산 코스는 그 날 컨디션 봐서 정하기로 했다.

 

 
 
 
 
<짐싸기>
 
산에서 먹는 고기가 그렇게 맛있다고들 하지만 
 먹는 것에는 그닥 비중을 두지 않는지라 (나한테는 무게가 더 중요하다)
버너, 코펠은 과감히 패스!
배낭도 27리터짜리에 먹을 건 빵, 에너지바처럼 
마른 음식 종류로만 챙겼다.
2박 3일 이상 걸리는 지리산 종주도 아닌데 
대충 먹고 내려오지 뭐. 이런 생각으로..
 
자~ 이제 등산 시작이다.
한계령부터 한계령 삼거리까지는 단조로운 돌계단이 이어진다.
나는 발이 빠른 편이 아니어서 쉬엄쉬엄 갔다.
 
쉬다가 등산화를 봤는데 오 마이 갓!
신발장에 있던 것 자세히 안 살펴보고 고대로 신고 왔더니
밑창이 떨어져가고 있었다;;;
 
 
 
 
 
 
바위 밟을 때마다 밑창이 더 벌어져가서 
오늘 내일 이틀만 버텨라! 이런 마음으로 올랐던 것 같다.
 
8년 전에 안나푸르나 서킷 전에 샀던 신발이고,
이거 신고 참 많은 산을 올라서 오랜 친구 같은데 아쉽긴 하다;;
 
 
 

 

 
 
한계령부터 한계령 삼거리까지는 힘든 구간도 있었는데 
서북 능선 따라 올라가는 길은
 눈 돌리는 곳마다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산이 아름답게,
그리고 무겁고 진중하게 그 곳에 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장만한 내 스틱!

무릎이 약한 나는 스틱이 없으면 절대 안되기에

이 녀석 덕을 톡톡히 봤다. 기특한 녀석 ^^

 

 

 

 

오늘의 목적지 중청대피소가 보인다.

마침 헬리콥터가 물을 나르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건 바다.

바다랑 하늘이랑 구분이 안 된다. : )

 

 

 

 

시설이 낙후돼 내년이면 유지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는 중청대피소에 4시쯤 도착했다.

하절기 대피소 입실 시간은 18:00라 입실까지 두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그림도 그리고, 평소에는 줘도 안 먹을 레쓰비도 달게 마시면서 쉬었다. 

 

하늘과 산은 바라만 보아도 마냥 좋다.

 

 

 

 

 

 

저기 보이는 게 대청봉이다.

지리산 천왕봉 일출처럼 설악산 대청봉 일출도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던데 

사실 나는 일출 보면 좋은 거고 안 봐도 그만이기는 하다.

 

 

 

 

올라오신 분들이 사방에서 고기 굽고 식사를 하는 새 대피소 입실이 시작됐다. 

그런데,,, 예약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다고 한다.

분명히 예약하고 결제까지 했는데 뭔 일인가 싶어서 확인해봤더니

마지막에 카드 결제 승인이 제대로 안 되었나 보다.

 

당일 예약도 오후 4시까지인데 예약 안 하고 올라왔다고

 설마 이 시간에 산에서 나 쫓아내지는 않겠지 불안해하며 기다렸다 여쭤보니 

나 말고도 결제가 안되어서 예약이 취소된 분이 한 분 더 계셨다.

 

다행히 평일이고 자리가 남아있어서 현장 예약 + 결제하고 

무사히 자리 배정 받아서 들어갔다. ㅠ

 

 

 

 

 

 

중청에서 바라본 노을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가없는 아름다움이란 게 이런 걸까?
하늘색이 붉게, 파랗게, 노랗게 물드는 게 예뻐서 
한참을 보다 들어왔다.

 

 

 

 

 

 

밤에 별바다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날도 흐렸고,

산 아래 동네 불빛이 밝아서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대피소에는 잠을 잘 못 잔다.

잠깐 잠들었다 9시에 전화벨 소리에 깨고, 11시, 2시, 3시.. 계속 잠 깨다

서둘러 대청봉 오르려는 사람들이 다 오르고, 심지어 내려올 때쯤 준비해서 올라갔다. 

(해는 당연히 이미 떠 있었는데 그 전날 일기예보 보았을 때 
날씨가 흐리다 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ㅎㅎ)

 


 

#땅이 불렀나, 자연이 불렀나. 정말 오랜만이다.
 #나 혼자서 해낸다는 성취감 때문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타요가처럼 몸은 너무 힘들지만 그보다 더 큰 좋은 게 있어서 몸이 힘든 걸 잊을 수 있고, 잡념은 사라지고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가나보다.
 
산에 다녀오니 한 달 동안 나를 괴롭혔던 목감기가 나아있었다. 부었던 편도도 가라앉았고 이제 기침만 아주 조금 한다. 산에서 침묵하고 말을 하지 않아서 그랬을까? 얼마 전 신륵사 템플스테이도 참 좋았지만 역시 산에 다녀오고 나니 무언가 바뀐 것 같은 기분이다. 두 발로 걸어서 해냈다는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산의 깊고 맑은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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