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5

[칭하이(青海) 여행] #0-1 마침

201801130 지난 주말부터 꼬박 일주일 동안, 오래 전 여행 일기를 꺼내 들춰보고 옛 사진을 꺼내 보며 여행 일기를 옮겼다.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이 마음이나, 그리움이나, 사그라진 것, 변하여 없어져버린 것들에 대한 슬픔 때문에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을 때, 예전의 나를 다시 보았다. 참 무던히도 떠나고 싶어했고 틈만 나면 떠났다. (긴 여행의 끝에 원하던 것을 찾았다 생각했지만 세상 속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건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보면 오글거리고 부끄러운 10년 전 여행 이야기, 다시 봐도 마음 한 쪽이 따뜻해지는 사람들 이야기, 스스로가 부족하게 느껴져 숨고 싶던 이야기나, 후회되던 순간들 할 것 없이 그 모든 소중한 시간들이 일기장 안..

타브리즈(Tabriz)를 떠나며 '10

타브리즈를 떠날 때 짐을 빼서 숙소에 맡기고 나가려는데 방 문을 나서자마자 아이와 아빠를 만났다. 내가 묵었던 숙소는 열악하기는 하지만 가장 저렴해서 나같은 여행자도 묵고, 형편이 넉넉치 않은 현지인들도 장기 투숙하는 그런 곳이었는데 부녀는 그 곳에 사는 모양이었다.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아빠는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었으면 하는 것 같았다. 미얀마에서도 그랬다. 갓난쟁이 아이를 안고 있던 젊은 엄마는 카메라를 보더니 아이를 번쩍 들어보이며 찍어달라고 했다. 매일 보고, 옆에 있어도 또 보고 싶고, 남기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가 싶었다. 나는 후다닥 달려나가서 사진관을 찾고 아이 사진을 인화했다. 빈 방 문 틈으로 사진을 집어넣으며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도시를 떠났다. Tabriz, Ir..

<안나푸르나 라운딩> 2. 나디(Ngadi) - 자갓(Jagat)

2010.7.13 Ngadi - Ngadi Bazar(930m) - Lampata - Bahundanda(1,310m) - Badalbisaura - Ghermu(1,310m) - Syange(1,100m) - Jagat(1,300m)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숙소에서 아침까지 챙겨먹고 6시 반부터 길을 걷기 시작했다. 쫄쫄쫄 흐르는 개울물을 넘는 건 다반사이고, 길도 무척 질척거린다. 작년에 트레킹 할 때처럼 방수가 되지 않는 신발을 신었으면 초장부터 발이 다 젖어서 힘들었겠다. 20일 가량 나와 함께하면서 매순간 같이 걸어줄 나의 새 신발에게 감사를! 산사태가 나서 유실된 길을 걷는 게 신날 정도로 처음에는 걸을만했는데, 오르막이 연달아 나오니 힘이 부친다. 자꾸만 걸음이 느려지고 가방도 더 무겁게 느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