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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라오스로 떠나기 전 시리아 소식을 접했다.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다.
내가 만난 무슬림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손짓하며 들어와서 차 한 잔 마시고 가라 하고,
큰 배낭을 짊어지고 가고 있으면 먼저 차에 태워주고,
성인 남자 둘이 과일 쥬스를 시켜놓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터키나 네팔에 지진이 났을 때도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그건 자연재해니까 인간이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리아의 경우는 다르다.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인간의 욕심 때문에 무고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고 다쳤다.
나는 마음이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타인의 고통보다는 내 손가락 살짝 베인 게 훨씬 더 신경 쓰이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나와 눈을 마주치고,
같은 공기 안에 있었던 사람들의 불행에 대해서는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수줍게 웃으며 사진 찍히는 걸 좋아했던 알레포의 아이들도,
집으로 초대해 머리에 장미꽃을 꽂아주던 아저씨네 가족도,
계단을 두 세 칸씩 뛰어올라가던 다마스커스의 잘생긴 청년도 지금은 어찌되었는지 모른다.
인간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시리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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