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여행기 #13-14 라싸(拉萨）→ 북경(北京）

10년도 더 지난 티벳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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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5

 

라싸拉萨） T28 8: 30 -> 북경서（北京西） (813위안， 48시간 소요)

 

아침 일찍 준비하고 나오는 바람에 그 동안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과 제대로 작별인사를 하지 못하고 나왔다. 특히나 빈관 주인 언니는 한 번 꼭 안으면서 인사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래도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떠들썩하지 않게 쓰윽 나가버리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으리으리한 라싸역에 다시 와서 기차를 타고 카드 놀이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일기 쓰기도 하고, 음악 듣기도 하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냈다. 풍경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변한다. 날씨가 화창하고 밝다가 갑자기 구름이 잔뜩 끼기도 하고, 그러다 비가 내리기도 하고,, 저 멀리 설산이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가고 있는 철로 옆으로는 公路가 있었는데 차 타고 그 길을 달리면 정말 신났을 것 같다. 다음에 다시 티벳에 오게 되면 그 땐 꼭 공로를 타고..!!

 

멀리 보이는 산 위에 떠 있는 새하얀 구름이 손만 뻗으면 닿을 것처럼 낮게 떠 있다. 한국에서는 고개를 높이 쳐들어야 볼 수 있는 구름이여기에서는 그리 높이 눈을 들지 않아도 시선이 미치는 곳에 두둥실 떠 있다. 매일같이 파란 하늘과 함께 하는 곳. 일기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길 위를 달리면서 오른편 차창 밖으로는 하늘과 구름이 보이고, 음악 들으며 일기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정말로 소중한 순간이다.

 

매번 여행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여행 오면 내가 살고(알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좁은지를 절감한다. 자그마한 고민에 묻혀 있을 동안에도 세계는 돌아가고, 수많은 사람과 세상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내가 틀어 박혀 있는 세계의 껍질을 깨고 더 넓은 곳으로 나가고 싶다. 아직은 더 경험하고 배우고 싶다. 내 안으로 세계가 들어오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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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6

2주 전에는 정말 돌아가기 싫어서 도피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연장했는데 이번에는 충분히 잘 놀아서 아쉬움이 없는 기분이다. 참 잘 놀았다. 물론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 건 똑같지만 뭐랄까...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이제 일상으로 잘 들어갈 수 있겠다.

이번 여행에서 또 크게 느낀 것이 한 가지 있는데 언어나 문화 국적이 달라도 마음/진심은 통한다는 것이었다. 여행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더 오래 만나면서 가까워진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 간의 정이라는 게 있어서 그게 그대로, 온전히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즐겁게 다닐 수 있었던 것. 모두 다 하느님께 감사한다.

티벳, 청해성에서 나와 감숙성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느낀 것은 낯설음이었다. 하늘과 구름이 더 이상 가깝지 않았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던 하늘이 저 멀리. 아주 높은 곳으로 달아나 버려서, 예전처럼 아무리 하늘을 원해도 너무 멀어서 닿을 수 없는, 그런 상태로 변했다. 파랗고 하얗고 아름다운 하늘이 뿌옇게 흐려지고 멀어졌다는 것. 그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슬펐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한 기차의 덜컹거림도 금세 잊혀질 것이다. 그러다 또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 뛰쳐나오겠지. 도대체 얼만큼 돌면, 얼만큼 을 헤매면 목마름이 채워질 수 있을까? 스쳐지난 모든 사람들에게 영원한 평안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