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에 다녀온 사람들은 티벳에 뭐 하나 빠뜨리고 왔다고, 자기 영혼 한 조각을 두고 와서 계속해서 티벳을 그리워하게 된다는 얘기를 하는데 정말로 그렇다. 2007년의 티벳 여행 이후 수많은 곳을 누볐지만 내 마음 한 켠에 늘 자리잡고 있는 건 히말라야, 티벳, 황량한 고원에 대한 그리움이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 울고 싶어지는 황량한 산, 오색창연한 티베트 사원과 기도 깃발, 그리고 신실한 사람들. 언젠가 다시 가야지 하면서도 지금처럼 여행허가증 받고, 가이드 동반하고 통제받으며 가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카일라스는 더 좋은 때로 아끼고 있다.
내 집처럼 편안하고 마냥 좋았던 라싸.
나는 라싸에서 만난 친구와 오목을 두고 있고, 깜짝 놀랄만큼 고사성어를 많이 알고 풍부한 어휘를 구사하던 친구는 블로그에 여행 일기를 쓰고 있고, 그 모습을 친구가 사진으로 담았다. 연거푸 몇 판을 진 내가 계속해서 진다고 투덜대자 친구가 말했다.
"너는 전심을 다해서 두지 않았잖아."
그 친구는 그런 친구였다. 매사에 성실하고 진실되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 친구의 인품을 칭찬하게 되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 다같이 포도를 한 송이 사서 먹는데 맛있을 줄 알았던 포도가 영 맛이 없었다. 우리는 다 '이게 뭐야'하며 포도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 천천히 몇 개를 더 따 먹던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계속 먹다 보면 맛있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한 번에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야."
라싸를 떠날 때 소중한 기억들은 꽁꽁 묶어두고 떠났다.
6개월 쯤 후였던가? 북경에 갈 일이 있어서 그 친구를 한 번 더 만났다. 그 때 나는 하던 공부를 그만두고 사진 쪽으로 하고 싶어서 한창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그 친구는 또 한 번 진심어린 조언을 해 줬다. 뭐라고 얘기했더라? (이 친구 역시 적극 찬성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적극 응원한다고. 그리고 부모님과 가족은 너를 걱정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거라고 했다.
그 이후로 몇 번인가 메일로 소식을 주고 받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다시 만난 적은 없다. 아마 다시 연락한다면 반갑게 맞아주면서 예전처럼 진실되게 대해주리란 걸 알지만, 그냥 이대로 기억 속에 묻은 채 그 친구의 남은 인생을 축복하고 안녕을 비는 게 더 나으리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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