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pal - Trekking/'10 Annapurna circuit

산이 좋아서

kai.lasa 2018. 7. 10.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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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8

 

산이 좋아서, 산이 그리워서 네팔로 날아갔다.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그렇게 산의 품에 안기고 싶었다.

 

어떤 작은 마을에서 영국인 청년을 만났다. 

마디 인사밖에 나누지 않았지만 청년은 산행에 부적합해 보이는 

큼지막하고 우스꽝스러운 밀집 모자를 배낭에 달고

마찬가지로 불편해보이는 무지개색 장우산을 가방에 꼽고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었으며

얇지만 편안해보이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청년 주위를 감싸고 있던 공기는 누구보다 가볍고 자유로웠다.

 

갑자기 스스로가 웃기게 느껴졌다.

우기에 대비한 고어텍스 쟈켓과 등산화

흡수와 배출을 도와주는 기능성 티셔츠와 바지 

그리고 스틱.

자연을 닮고 싶어서 뛰쳐나왔으면서 

산에서조차 나는 온갖 가식과 인위로 무장한 아닌 하고 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턱 차오르는 높다란 돌계단을 

싸구려 쪼리 신고 깔깔대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고산병에 걸릴까봐 꽁꽁 싸매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웃통 벗고 머리 감는 청년들.

 

나는 아직도 벗겨내고 던져버릴 것이 많다.

 

201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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