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지난 실크로드 여행기
20070702
신강 여행 총정리
아침 일찍 돌아가는 친구를 배웅하고, 갑자기 여행을 연장시킴으로 인해서 처리해야 할 일들, 이를테면, 여행 정보 검색이라든가 등등을 하느라 왕빠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 연장시킨 2주간 어디를 갈까? 버스 시간이 안 맞아서 포기한 사막공로를 탈까 아니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다 좋다고 하는 카나스에 갈까.. 아니다. 신강성은 충분하다. 이제 또 다시 새로운 곳으로 떠날 때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티베트로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나와서 기차역에 가서 기차표를 사고 -당연히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돈황가는 기차표(워푸)를 살 수 있었다. (下: 257위안, 上: 240위안)- 서점에 들러 티베트 여행책을 사고, 마지막으로 내 사랑 拌面을 먹고
계속 시간이 안 맞아서 못 갔던 우루무치 박물관에 갔다.
# 우루무치 박물관 (입장료 30위안)
1층은 소수민족 전시실, 2층에는 그 유명한 누란미녀가 있었다. 만약 우루무치에 온 첫 날 박물관에 갔다면 오늘만큼 의미가 없었을 것 같은데, 신쟝을 다 돌고 나서 오니까 마치 신쟝 여행을 총정리해주는 것처럼 참 좋았다. 특히, 내가 가 본 곳이 나오면 무척 반갑기까지 했다. : )
불과 며칠 전의 일인데 어렴풋하면서도 한 컷 한 컷 이미지로 다가왔다. 기억 속에 묻힌 거리와 풍경,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음 속 깊은 속에서 떠오르는 것처럼 내가 가 본 곳들, 그 때의 기억과 느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반갑고 잊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기억을 함께 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참 소중한 기억들이다.
* KFC에서
기차 탈 때까지 남는 시간 동안 여행 루트 짤 겸 해서 들어가 쉬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우루무치 처음 온 날 '보거다 빈관'에서 유스호스텔 가르쳐줬던 아이를 KFC에서 또 만난 것이다. 너무 신기했다. 원래대로라면 우린 이미 북경에 가 있을 시간인데...^^
그러고 보니 우루무치는 온갖 신기한 인연이 가득한 곳이었다. 제일 먼저 투르판에서 헤어지고 우루무치 길 한복판에서 다시 만난 David, 그 다음에 Ray, 그 다음에 안리.더 신기한 건 이 모두가 그 유스호스텔 때문에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보거다에 못 묵어서 안리가 호스텔을 알려주고, 찾다 못찾아서 David 만나는 바람에 론리 책 보고 다시 찾아가게 됐고, 밤에는 Ray를 다시 만났다.
만약 시간이 조금만 어그러졌다면, 숙소가 잘 풀려서 헤매지 않았다면, 아래층에 내려가서 일기쓰고 있지 않았다면...수많은 변수를 뚫고 만난 것이다. 신기하고 묘했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이제껏 내가 흘려버린 인연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물 흐르듯 내버려 둔다면서 상대 쪽에서 먼저 다가와 주는 건 바라면서 내가 먼저 노력하고 다가가려고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이 소중한 인연들을 잘 이어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감사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새로운 곳에 가서 낯선 공기를 마실 수 있다는 것.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마음이 맞는 친구와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 좋은 인연을 맺었다는 것. 앞으로도 가 보고 싶은 곳이 너무 너무 많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너무 너무 많다는 것.
모든 것이 다 감사하고 행복했다. 권태나 우울 따위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까웠다. 살아있음이 행복했다. 이제껏 소망하지 않던 것을 소망해서 행복이 금세라도 깨져버릴까 두려운 기분이다.
떠나기 전 마지막 우루무치 역에서 좋아하는 난 잔뜩 사들고!
T218 우루무치 20: 44 -> 돈황 (257위안) 10: 45 도착
다시 새로운 곳에 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절로 신나고 기분 좋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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