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지난 실크로드 여행기
20070630
간밤에 너무 너무 추웠다. 밤새 난로는 꺼져버렸고, 아무리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도 유르트 천장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바깥의 찬 공기가 그대로 뚫고 들어왔다.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일어났다가 태양이 안 보이기에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먹고, 호수물에 고양이 세수를 했다.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보이는 것보다 나이가 훨씬 어리다. 높은 지대에서 센 바람과 태양을 맞으며 살기 때문에 세수하고 그대로 바람을 쐴 경우 얼굴이 빨갛게 되어버린다고 한다. 나중에 티벳에서 들은 얘긴데 피부 망가지고 싶지 않으면 아예 세수를 하지 말라던,, ^^;;
'타슈쿠얼칸에 갈까??'
"오토바이 탈래? 낙타탈래??" 유르트 주인이자 나보다 나이가 세 살 어린 청년이 물어봤다. "낙타 타고 북경까지 갈래? 아니면 낙타 타고 세계 일주??" 그러면서 낙타가 시속 얼만큼 가니까 몇 일이면 북경에 도착하고, 몇 일이면 세계를 돌고 이런 얘기를 정말 진지하게 했다. 얘가 지금 농담하는 건지, 진담하는 건지,, ㅡㅡ; 멀쩡히 여행하던 한국인 여자 셋이 갑자기 낙타타고 -꼭 낙타여야 한다. 다른 현대적인 교통 수단이면 안 된다.- 세계 일주를 하면 해외토픽에 실릴 거라면서 깔깔대고 웃었다.
그런데 나 갈래.
낙타 타고 세계일주 할래.
정말로 가고 싶었다. 지금 맺고 있는 관계, 가지고 있는 것들, 속해 있는 곳. 다 없어져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정처없이 떠돌다가, 원하는 곳에 머물다가 마음이 동하면 떠나고, 머물고, 그러다 또 떠나고. 그렇게 살아도 좋을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위해 저장하고 모을 동안 지금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나서 후회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카스로 돌아왔다.
# 향비묘
향비묘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만약 카스에 온 첫 날 이곳에 왔다면 느낌이 또 달랐을 것 같다. 여행의 막바지 이르러 카스를 다 둘러보고 난 뒤 마지막에 온 곳이라 그런지 답답했다. 더 가 볼만한 곳, 자극을 주는 새로움이 없으니 일상과 똑같이 느껴져서 그 진부함이 나를 내리눌렀다. 또 다시 떠날 때가 되었나보다.
# 故城
카스에 온 첫 날 갔던 구시가지와 비슷한 곳인데 처음 갔던 곳보다 훨씬 더 예뻤다.
→ 동문시장 → 짝퉁 맥도날드에서의 맛 없는 카푸치노 → 여행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맥주 한 잔
맥주 마시면서 Ray의 생각을 들은 건 큰 소득이었다. Ray는 지극히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바라보고 중국의 발전을 꾀한다. 사회나 문화 전반에 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 아마도 지금의 젊은 중국인들 (부유하고, 사회적 명성과 지위가 있는)의 생각을 대변하는 거겠지? 대학 3학년 때부터 중국의 여러 곳을 가기 시작했는데 역시 중원보다는 서쪽, 북쪽, 남쪽 지방이 매력 있고, 소수민족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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