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2
계룡산 : 천정탐방지원센터 - 남매탑 - 삼불봉 - 동학사
8:15 등산 시작
9:30 남매탑 + 상원암
10:00 삼불봉
하산
11:30 동학사 도착
관음봉까지 못 갔지만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서 더 좋았던,
부모님을 뵈러 갈 때 근처에 있는 속리산이나 계룡산에 가려고 생각했다. 원래는 속리산 문장대(화북코스)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네비를 찍어보니 부모님댁부터의 거리가 계룡산보다 멀 뿐만 아니라 서울까지의 거리도 속리산이 계룡산보다 훨씬 멀었다. (안 막힐 때 기준으로 서울 - 계룡산이 1시간 40분이라면 서울 - 속리산은 2시간 20분이 걸린다.) 행선지를 계룡산으로 바꾸게 한 큰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주차장. 공간 지각 능력이 1도 없는 나는 주차가 여전히 어렵다. 속리산 주차장이 좁다는 정보가 입수되어 자리가 많은 동학사 주차장이 훨씬 마음이 놓였다. (주차장에 따라 코스도 자연히 동학사 코스로 정해졌다. ㅋ)
청주에서 계룡산까지는 드라이브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갔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산이 우뚝! 나타난다. 잔구(기복이 낮은 준평원에서 고립된 언덕)라 높이가 높지 않아도 오르는 게 만만치 않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중에 이 말을 완전 실감했다;;
동학사주차장만 찾아보고 왔지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기에 부랴부랴 검색해보고 동학식당 옆편, 천정탐방지원센터로 향했다. 계획성 없는 것 어쩔 거야 >_< 가장 높은 봉우리는 천황봉(天皇峰, 해발 847m)이지만 출입통제구역이라 보통 탐방객들은 '동학사 - 남매탑 - 삼불봉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코스로 가게 된다고 한다.
산의 이름인 '계룡(鷄龍)'은 능선의 모양이 닭 벼슬을 쓴 용의 모습과 닮아서 붙여졌다고 한다. (풍수지리상) 우리나라 4대 명산이라고 하기도 하고 무속인, 도 닦는 분들이 많기로 유명한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인가? 산이 참 축축한 느낌이다. 물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는데 비 온 뒤 안개 때문에 물기 먹은 게 아니라 좌락좌락 비 내리던, 물 많은 지리산과 비교해보아도 계룡산은 신기하게 음습한 느낌이 든다.
날이 습해서 그런가 조금만 걸어도 땀이 주룩주룩 쏟아진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온 데 비해 물이랑 간식을 너무 많이 가지고 왔나 싶었는데 엄마가 싸주신 얼린 생수, 수박 쥬스 다 너무 요긴하게 잘 마셨다 :)
드디어 남매탑 도착! 남매탑에 관한 전설은 다음과 같다. 상원 대사의 도움을 받은 호랑이가 은혜를 갚을 요량으로 처녀를 물어다놓고 갔는데 대사와 처녀가 의남매의 연을 맺고 수행에 정진해 함께 서방정토로 떠났다는 이야기.
상원암에 와서야 탁 트인 시야에 산 얼굴이 조금 보인다. 아까 차 타고 올 때도 느꼈지만 눈 앞의 산을 보니, '그래, 내가 이래서 자꾸 산에 오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은 늘 그립고, 보고만 있어도 좋다.
상원암부터는 오르막 시작이다. 휴;; 날이 더워서 그런가 속도가 안난다. 중간중간에 간식도 먹고 쉬면서 천천히 올라갔는데 아무리 시간을 계산해봐도 관음봉까지 가는 건 절대 무리일 것 같다. 등산 시작한지 두 시간이 되어가도록 삼불봉에도 못 도착했는데 4시간 만에 관음봉까지 왕복하신 분은 대체 뭐지? 관음봉까지 2시간 10분만에 (그것도 천천히) 가셨다고 한 분도 있는데 그 분들은 날아가신 겐가;;;
산에서 내려오면 동학사에서 부모님과 만나기로 했는데 너무 늦어지면 안될 것 같아 (+ 다시 서울도 올라가야 하고 저녁에는 일산에 갈 일도 있고 이후의 일정이 너무 많이 남아있었다.) 삼불봉까지만 가기로 마음을 굳히며 올라갔다.
삼불봉 도착! 마음씨 좋은 선배님이 커피 한 잔 들라며 믹스 커피를 타주셨다. 산 인심 훈훈해 ^^ 나도 싸가지고 온 사과를 나눠 먹고 커피 마시면서 휴식을 취했다. 능선길 경관이 멋있다고 하는데 다음에 좀 더 길게 시간을 잡고 다시 와야겠다.
아까 올라온 가파른 계단을 다시 내려가 남매탑+상원암에 다시 도착했다.
상원암 앞에 앉아 산자락에 안개 구름이 너울대는 것을 한참 바라보았다.
올라올 때보다도 등산객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 일요일이기도 했고 근교에서 단체로도 많이 오시나보다. 들머리인 천정탐방지원센터로 가는 길이 더 편하고 걷기 좋다고 하셨는데 왔던 길로 또 가는 것보다는 새로운 길로 가고 싶어서 분기점에서 동학사쪽으로 내려갔다. 돌이 많이 미끄러울까봐 말씀하신 거였는데 생각보다 미끄럽지도 않고 길이 조용하니 좋았다.
동학사 도착! 예전에 갑사에 간 적은 있는데 동학사는 갔는지 안 갔는지 기억이 안 났는데 와서 보니 처음 보는 생김새이다. (이렇게 물 가까이에 절이 있는데 기억 못할 리가 없지.) 절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가 있어 동학사라 하는데 대표적인 비구니 강원(승가대학)이기도 하다.
부모님께서 주차장 쪽에서 올라 오시는 동안 땀에 흠뻑 젖은 옷도 갈아입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께서 도착하셨는데 두 분은 동학사에 정말 오랜만에 오신 거라고 했다. 국사 선생님이셨던 아빠가 절을 둘러보며 이것 저것 설명해주셨다. 어렸을 때도 부모님과 함께 사찰이나 유적지에 가면 아빠가 관련 역사나 이야기를 설명해주셔서 너무 좋았는데 이렇게 아빠 설명 듣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어릴 때 생각도 나고 참 좋네 ^^
절에서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산책로처럼 편해서 중간에 앉아서 쉬기도 하고 부모님과 이야기하며 걸었다. 원래 계획대로 속리산에 갔으면 산 타고 내려와 바로 서울 올라가기 바빴을텐데 좀 더 여유가 있는 계룡산에 온 덕에 부모님도 오랜만에 동학사에 오셔서 옛날 이야기도 하시고, 나도 부모님이랑 좀 더 시간 보내고. 여기로 오기를 참 잘했다 : )
식사하고 주차장 가는 길에 있는 빵집에서 (팥빙수 대신) 빵을 먹었는데 먹을 생각도 없던 빵이 너무 맛있었다!! 밤빵!! 역시 밤으로 유명한 동네라 그런가!! 빵이 의외로 맛있어서 두 손 무겁게 빵 사들고 (아빠가 사주신 거지만 ^^)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서울로 올라왔다.
아침에 내가 댈 때만 해도 차가 몇 대 없었는데 산에서 내려와보니 만차가 된 동학사 제2주차장. 계곡으로 물놀이하러 오신 분들이 무척 많았다.
서울 올라가는 길에 차는 엄청 막히고 산 탄 피로도 있어서 졸려 죽을 것 같고.. 운전 중에는 음악 크게 듣고, 따라하고, 껌 씹고, 먹고 별 짓을 다 해도 잠이 안 깨는데 잠깐 눈 붙이고 가려고 휴게소만 들어가면 잠이 싹 깨는 건 도대체 왜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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