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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안 여행/등산

지리산 1박 2일 산행 - 첫째날(성삼재 - 노고단 - 연하천 - 벽소령)

by kai.lasa 2023.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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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7-28
 
지리산 (강제) 1박 2일 산행 : 성삼재 - 노고단 - 연하천 - 벽소령 


 
Day1. 
 
11:00 pm 동서울 버스터미널 - 2:40am 성삼재 휴게소 (3시간 40분 소요, 버스비 39,800원)
3:30 산행 시작 
4:20 노고단 대피소
8:10 삼도봉 (휴식) 
9:10 뱀사골 (가는 길) 
10:05 토끼봉 (휴식) 
12:07 연하천 대피소 (점심 식사) 
14:54 형제봉
15:55 벽소령 대피소 도착 
17:00 저녁 식사 
 
 

 


 

신의 인도

 


원래 2박 3일 출장 계획이 잡혀있어서 일정 조정을 해 놓았는데 며칠 전에 갑자기 출장이 취소되었다. 어차피 날은 비워두었겠다, 7월 초에 가려던 지리산을 이때 가기로 하고 대피소 예약하고, 버스 티켓도 예매했다. 그런데.. 일기 예보에 따르면 중간중간에 비가 계속 와서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산을 오래 타신 산 멤버가 말씀하시길, 통제만 안되면 갈 사람은 다 간다고 하셔서 그 말에 용기를 얻고 비가 오거나 말거나 가기로 했다. 제발 통제만 안되길!! 
 
버스 타러 동서울터미널에 갈 때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붓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터미널에 도착하니까 싹 그쳐서 역시 난 날씨 운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 버스에 타려는데 버스 기사님이 오늘 지리산 통제됐었다고, 가봤자 산 못 탄다고 가지 말라고 하신다. 노고단 대피소에 전화 연락해 보라 하셔서 버스에 타지도 못하고 한참을 실랑이하는데 버스 안에서 구세주가 나타났다. 비 오면 가서 우리랑 놀면 된다고. 먹을 것 많다고. 얼른 타라고 하셨다. ^^ 그렇게 나는 이번 지리산에서 너무 멋지고 감사한 분들을 만났다.
 
성삼재까지 가는 길도 그렇고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해서도 비가 엄청나게 내렸다. 아.. 망할.. 집에 돌아가야 하는 건가.. 가기 싫은데… 산 선배님들은 역시 경험이 많으셔서 그런지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각종 방수 용품을 꺼내 준비하시고는 "아침 먹으면서 비 좀 그치면 출발하자."라고 하셨다. 어리바리 경험 없는 나는 눈치 보며 선배님들을 따라 움직였다. 
 

 

우비는 떠나기 전에 다이소에서 간신히 하나 사 왔고, 스패츠도 없고, 방수되는 옷도 없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갈아입을 옷을 챙겨 와서 홀딱 젖더라도 대피소 가서 갈아입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나저나 선배님이 싸 오신 김치주먹밥! 너무 맛있었다 ㅠ 이번 지리산에서는 너무 감사하게, 산행 내내 넘치도록 받았다. 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천둥 번개 치고 세상 무너질 것처럼 비가 왔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마치 산 가라고 하늘이 도와주는 것처럼 ㅎㅎ
 

 

 

어벤저스 용사들처럼 길 떠나시는 선배님들^^ 미국 로드 무비 같기도 하고 분위기가 몽환적이다 ㅋㅋ
 

 

 

 

지금은 공사 중인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다. 이제는 비가 오지 않았기에 우비도 넣고, 짐 정리하고 다시 길을 떠나는데.. 길이 없다,,, 아직 해가 안 떠서 컴컴한데 안개는 자욱해서 랜턴으로 비춰도 잘 보이지도 않고 같은 자리를 맴돌다 결국 길을 찾아서 떠났다.
 
여기가 나한테는 세 번째 고비였다.

 

첫 번째는 동서울에서 기사님이랑 실랑이할 때,

두 번째는 성삼재휴게소 도착해서 비 억수로 쏟아졌을 때,

그리고 세 번째가 이번 노고단대피소에서 길은 막혀있고 도대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몰랐을 때.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동서울에서부터 내려오지도 못하고 이번 산행은 망했을 거다. 내가 정말 귀인들을 만났다. ㅠ
 

 

 

살짝살짝 동이 터온다. 동틀 무렵의 산은 너무 좋아서 차 타고 지나가면서 보기만 해도 좋은데 그건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선배님이 길을 걸으시면서 "이 맛에 무박산행하지~!"라고 하셨다. 말씀인지, 무슨 느낌인지 알겠다. 산에서의 안개숲도, 노을도, 밤하늘도 다 좋지만 새벽녘의 산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너무 멋지고 닮고 싶은 선배님들 ^^ 

 

 

 

돼지령을 지나고, 노고단 고개를 지나고,

 

 

 
안개 숲을 지나 삼도봉에 이르렀다.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에 걸쳐있어 삼도봉이다.) 여기에서 잠깐 커피 타임하자고 하셔서 커피 마시면서 쉬는데 이때 이야기 나누면서 선배님들이 어마어마한 분들이시라는 걸 알게 됐지.. 진짜 존경스러울 따름!
 
나는 먹는 것보다도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게 싫어서 버너랑 코펠을 아예 안 챙겨 왔다. 먹는 것도 빵(스콘), 에너지바, 칼로리밸런스, 맛밤 이런 류의 행동식/간식만 가져왔고 커피 생각은 날 수도 있으니까 그냥 찬물에 타 마실 생각이었다. 2박 3일 동안 따뜻한 커피를 마시게 될 줄은 몰랐는데 선배님들 덕에 쉬면서 따땃한 커피도 마시고 너무 감사했다. (지난번에 덕유산 갔을 때 안 쓰고 남은 나무젓가락을 그냥 들고 왔는데 산에서 자기 그릇이랑 젓가락은 있어야 된다고 얻어먹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셨다 ㅋㅋ)
 

 

 

 

작은 거인 선배님 뒷모습^^ 선배님이 20대부터 산 타신 이야기 살짝살짝 들려주셨는데 내가 다 설레고 재미있었다. 선배님 이야기 모아서 책으로 내셨으면 좋겠다. 그냥 흘려버리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다 >_<
 

 


아름다운 야생화밭을 지나고,
 

 

 

 

산책로 같은 오솔길을 지나고,
 

 

 

돌계단을 지나 점심 식사 장소인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했다!! 도착하니까 날이 완전 개었다. 하늘 너무 예뻐!!
 

 

 

부스럭부스럭 식사 준비하는데 산장지기님이 오셨다. 통제였는데 어떻게 왔냐고 물으시기에 입산 금지였는 줄을 알게 되었다^^;; 대피소에서 입산 통제/취소 연락을 못 받아서 당연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결국 지리산에 직원분들 빼고 등산객은 우리 네 명만 있는 거였는데 그래서 오는 길에 다른 사람을 한 명도 못 만났구나~! 어쨌든 우리는 올라왔으니깐 되었지 ㅎㅎ
 

 

 

산장지기님이 하산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버퉁기는 심정으로 우선 식사부터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밥을 먹었다. 라면 진짜 진짜 오랜만에 먹었는데 산에서 먹으니 맛있다 ㅠ

밥 먹는 사이 공단 직원분들이 안전 점검을 하셨다. 다행히 등산 계속해도 된다고 하셨다. 야호! 처음부터 계속계속 운이 좋다~!! ^^
 

 

 

밥도 먹었겠다, 허락도 받았겠다, 룰루랄라 신나게 다시 길을 떠났다. 지리산뷰^^ 아직 못 가본 산이 많지만 나는 지리산이 참 좋다. 지리산에 오면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충만하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대던 형제봉. 쌩쌩 바람소리 : )
 

 

 

 

드디어! 벽소령 대피소 도착에 도착했다! 이때가 오후 4시경이었다. 내가 십 년도 넘게만에 지리산에 온 거니까 그 사이 대피소가 싹 바뀌었다. 
 

 

 


한 시간 동안 쉬면서 옷도 갈아입고, 정리하고, 충전도 하고 5시에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곡소리가 절로 난다 ㅋㅋㅋ
 

 

 

삼겹살!! 나물!! 김치! 명란젓!! 완전 진수성찬!! 선배님들 이것들 다 어떻게 들고 오셨지? 정말 대단하시다,, 평소에도 절대 이렇게 못 먹고 다니는데 선배님들 덕에 산에서 너무 맛나게 잘 먹는다 ^___^

 

 

 
날이 흐려서 노을이나 밤하늘이 보일 거라는 기대가 없었기에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산에 와서 너무 좋아서 그런가 몸은 피곤한데 금방 잠에 들지는 않았다. 자다가 잠깐잠깐 깼을 때 엄청나게 퍼붓는 빗소리를 들으며 두려워하며 잤다. 비는 좋지만 내일 산은 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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