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다 안 여행/등산

지리산 2박 3일 산행(백무동 - 천왕봉 - 장터목 - 세석 - 연하천 - 반야봉 - 피아골)

by kai.lasa 2024. 4. 30.
728x90

 
지리산
 
일시 2024.1.2.-4.
 
코스

Day 1. 백무동 - 장터목 - 천왕봉 - 세석

 

Day 2. 세석 - 벽소령 - 연하천

 

Day 3. 연하천 - 반야봉 - 피아골 - 구례

 
 


 

◆ Day 1. 백무동 - 장터목 - 천왕봉 - 세석

 

2024년도 첫 산행을 가장 좋아하는 산에서, 좋아하는 지리산 언니들과 하게 됐다. 지난 여름 지리산에서 인연을 맺은 언니들과 다시 지리산을 가게 됐으니 더 애틋한 기분이랄까 ^^ 들머리를 노고단(성삼재)으로 할까 했는데 겨울철에는 성삼재까지 올라가는 도로가 결빙 때문에 통제된다. 결국 계획을 수정해서 들머리를 백무동으로 하고 피아골을 날머리로 하기로 했다. 

 
 

*동서울버스터미널(11:59pm) - 지리산(백무동)(51,800원/4시간 소요)

 
새벽에 달려서 그런지 4시간이 안되어 도착했다. 버스에서 잠이 안 와서 계속 못자다 막판에 간신히 잠들었는데 버스 도착했다고 일어나라고 하니까 일어나기가 싫다^^;

헤드 랜턴을 켜고 컴컴한 산길을 올라가는데 사실 이 순간도 꽤 좋아한다. 잠시 쉴 때 랜턴을 끄고 하늘을 바라보면 별빛이 보일 때도 있지만 새카만 어둠 속에 가득 잠겨 둥둥 떠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참 신비롭지.

어둠이 물러가고 동틀 무렵이 되면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하늘이 보랗게, 파랗게 물들어감에 따라 어둠 속에 가려 있던 산의 형상이 드러난다. 이제껏 숨 죽이고 있던 산이 모습을 드러낼 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과 설렘이 동시에 든다. 

구름 속에 가려져있다 살짝살짝 모습을 보여주는 반야봉 : ) 

눈꽃과 운해와 반야봉 구경하며 올라가는 사이 해가 완전히 떠올랐다. 발이 빨랐으면 천왕봉에서 일출을 맞이했겠지만 나는 한 번도 그렇게 빨리 걸음해본 적이 없다 ^^;

장터목대피소!! 열심히 올라가다 장터목대피소가 나오면 와, 이제 다 왔다.. 하는 생각에 늘 반갑다 ^^ 장터목은 대피소에서 주무신 분들, 우리처럼 무박으로 올라 도착하신 분들로 북적북적하다. 따땃하게 아침 식사 챙겨 먹고 배낭은 대피소 취사장에 던져버리고 천왕봉에 올랐다. 배낭 던지고 가니까 너무 편하고 날아갈 것 같다 ㅠ

장터목에서 천왕봉 가는 길은 너무 예뻤다. 배낭이 없어서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경치가 눈에 더 잘 들어온다. 눈꽃도 예쁘고, 구름도 예쁘고, 산도 예쁘고, 나무도 예쁘고^^

 

 

 

사진도 찍고, 신나게 기분 좋게 오르다 보니 금세 천왕봉에 도착했다. 

이 날 천왕봉에는 우리 셋과 다른 분 한 분만 계셨다. 전날인 1월 1일에는 일출 보러 온 사람들 때문에 천왕봉 정상석에서 사진 한 번 찍으려면 줄 서서 기다려야 했다고 하던데. 역시 날을 잘 잡았다! ㅎㅎ

천왕봉에서도 예쁜 구름 바다를 경치 구경하고, 한 분 계셨던 탐방객께 우리 셋 사진도 찍어달라고 부탁드리고 잘 놀다 다시 장터목으로 돌아갔다. 

 

장터목에서 세석 가는 길도 너~무 에뻤다. 마침 날도 쨍하고 맑아서 하늘색도 파랗게 예쁘고, 눈 돌리는 곳마다 눈꽃이 한가득이었다. 

 

 

세석대피소

오늘의 목적지인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세석대피소는 리모델링 한 이후로는 처음 묵는다. 대피소 입실은 15시부터 가능한데 일찍 도착해서 입실 전에 점심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세석 평전
세석대피소 식수장

 

세석대피소는 리모델링 해서 외관도 깨끗하고, 취사장을 통유리로 해 놓은 게 좋아보였다. 보통 대피소 취사장은 창도 작고, 답답한 느낌이 드는데 세석대피소는 전면이 다 통유리라 바깥 풍경 보면서 준비하고 식사할 수 있었다. 

이 날 대피소 이용객이 우리 포함 4-5명밖에 안 되어서 한 명이 두 자리씩 넓게 쓸 수 있게 자리를 배치해주셨다. 찍은 사진 구경하다, 이야기 나누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해 지면 잠 들고, 해 뜨면 일어나는 대피소 라이프. 아주 마음에 든다 ㅎㅎ

 
 


 

◆ Day 2. 세석 - 벽소령 - 연하천

 
밤 사이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 챙겨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눈 때문에 통제라고 한다. 이런,,,, 작년 여름에도 비 때문에 통제돼서 벽소령에서 세석으로 못 넘어갔는데 이번에도 못 가는건가??? 대피소 직원분이 9시경 기상 상황 보고 결정난다고 말씀하셔서 식사하면서 기다렸는데 다행히 통제 풀려서 산행 계속할 수 있었다 ^^ 이번에도 통제돼서 내려가야 됐으면 진짜,, 세석 - 벽소령 사이에 마가 꼈다고 생각할 뻔했다; ㅋㅋ

 

오늘은 어제와는 달리 날이 안개가 잔뜩 끼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눈이나 더 왕창 내려라! 

 

 

 

흑흑.. 천왕봉이 잘 보이는 포인트인가본데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이번 겨울에 겨울산을 처음 탔고, 아이젠은 지난 달 마니산에서 처음 써 봤고(그 때는 눈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눈 있는 데서 아이젠 차다 금방 벗었다.) 이번에 눈 쌓인 산을 처음 타는 거다. 눈이 있으면 길도 잘 안 보이고 산 타기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눈길이 더 편한 점이 있었다. 예컨대, 나는 하산에 약한데 눈이 폭신폭신하니까 무릎에 무리가 덜 가서 속도를 더 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밟는 느낌이 재미있다 ^^

추억의 벽소령 대피소! 작년 여름에 언니들과 산 타면서 벽소령대피소에서 묵고 여기에서 발이 묶여서 세석으로 못 넘어가고 결국 의신으로 내려갔다지. 작년 여름의 지리산은 언니들과 만난 것도 그렇고 나한테는 몹시 몹시 소중한 추억이 많이 서려 있다. 벽소령이랑 장터목이 특히 그렇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점심으로 어묵 넣은 라면 따끈하게 먹고 다시 출발!! 

뷰 포인트에 멋있게 서 계시는 언니님들 ^^

눈 도화지에 그린 하트, 룽룽, 그리고 언니가 그려주신 나 ^^

연하천 대피소 들어가는 길부터 연하천 대피소는 눈꽃 대잔치라 너~~무 예뻤다. 

 

 

연하천 대피소는 예쁘고 아담하고 다 좋은데 바닥 난방이 안 들어온다. 나는 국내 산행에 적합한 침낭이 없기도 하고, 요즘에는 대피소에 바닥 난방 잘 들어오길래 침낭을 아예 안 가지고 갔는데… 세석에서는 다운 쟈켓을 이불처럼 덮고 잤는데 이 곳에서는 다운 쟈켓을 침낭 대신 바닥에 깔고 자니까 덮을 게 없다. 언니가 경량 패딩 빌려주시고, 바닥에 바람막이 더 깔고, 미드레이어 챙겨 입고 자는데 밤에 자는사이 추울까봐 언니가 바람막이를 더 덮어주셨다. 감사해요 ㅠ

아침 일찍, 화장실 가면서 본 하늘. 고요하고 예쁘다 : )

 


 

◆ Day 3. 연하천 - 반야봉 - 피아골 - 구례

 

셋째날. 지리산에서의 마지막날이다. 그제도 좋았고, 어제도 좋았는데 오늘이면 내려가야된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대피소에서 아침 든든히 챙겨먹고 길을 나서는데 오늘은 또 엊그제, 어제와는 다른 날씨, 다른 풍광이다. 

사실 나는 지리산에 올 때마다, 산이 겹겹이 펼쳐지는 이 풍경이 너무 좋다. 다른 산들도 다 좋긴 하지만 산에 올라가서 보이는 도시뷰나 오션뷰에는 솔직히 별 감흥이 없다. 오늘 너무나 아름다운 산그리메를 봐서 그냥 다 신났음!!

반야봉에 오르기 전, 반야봉 삼거리에 배낭을 던져놓고 올랐다. 날씨도 좋고, 몸도 가볍고, 산 그리메는 아름답고. 최고다!! 마치 2024년 새해를 지리산이 마구마구 축복해주는 듯! ^__^

 

노고단(성삼재)에서부터 종주하면 갈 길이 멀어서 반야봉까지 올라갔다 오는 건 버겁게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피아골로 내려갈 예정이라 반야봉에 올랐다. 나는 반야봉이 처음이고 언니들은 아주아주 오랜만에 오른 거라고 하셨다. 반야봉은 늘 멀리서 보기만 했는데 올라와보니 또 좋네 ^^

 

던져 놓은 배낭 회수해서 피아골로 내려갔다. 

 

피아골 대피소

피아골 대피소는 운영을 안 하시는 건가? 얼핏 예전에는 개인이 운영하셨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고, 국립공원 에약시스템에도 피아골은 안 뜨던데.

아아..하산길... 역시.. 눈이 없으니까 무릎에 무리도 오고, 속력이 나지 않는다. 언니들은 날아가시는데 자꾸만 뒤쳐지는 것 같아 열심히 열심히 따라가보았지만 하산은 정말 안되겠다. 슬프다 ㅠ

피아골은 가을철 단풍이 유명하지만 이 곳을 들머리나 날머리로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수기여서 그런지 가게들이 거의 다 문을 닫았다. 찻집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구례 나가는 버스 시간이랑, 어디에서 버스 타야 하는지 알아보려고 했는데 연 가게가 없어서 한참 찾다 한 식당에 들어갔다. 
 
다음 버스까지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는데 사장님이 감사하게도 가게 안에 들어와서 기다리게 해주셨다. 커피도 주시고, 갓 뽑은 가래떡도 주시고, 간식도 주시고.. 너무 너무 감사했다. 여기에서 식사하고 가면 좋았을텐데 우리는 구례에서 서울 올라가는 버스 시간 보고 구례에서 저녁 식사할 예정이었다. 간단히 맥주만 마시고 언니는 사장님한테 지리산 꿀을 구입하셨다. 지나가는 탐방객한테 베풀어주신 친절이 너무 감사해서 나도 나중에 꿀 살 일 있거나 선물할 일 있을 때 사장님한테 주문해야겠다. 사장님 너무 감사했습니다. 번창하세요!!  ^___^ 

버스 타러 가는데 멍멍이가 컹컹 짖었는데 버스 놓칠지도 모르니 빨리 타라고 재촉한 건가? :)

구례 식당 정보가 아무 것도 없었기에 버스 기사님이 알려주신 고깃집으로 갔다. 구례시장 내에 있는 고기집이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ㅠ 산에서 내려오면 삼겹살 먹는 게 국룰이라 진짜 맛나게 야무지게 잘 먹었음!! ^^

구례터미널이 엄청 가깝다고 말씀하신 현지인 분들 말만 믿고 시간을 여유롭게 생각했는데 막상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했다. 예매해놓은 버스 시간 늦을까봐 내댑다 뛰었다.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언니들이랑 지리산에서 내려와서 화개에서 버스 탈 때는, 버스 들어온 것 보고도 이 버스가 그 버스인지 몰라서 안 탈 뻔하다가 허겁지겁 탔는데 매번 소소하게 스펙타클한 일들이 생기는구나 ^^
 


 
산도, 사람도, 날씨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다 좋았던 지리산.
 
산에 있으면서도 생각했다.
'다음에 또 언제 올까?'
 
오래된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들로 채우는 신나는 한 해 되길!!♡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