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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안 여행/등산

지리산 1박 2일 산행(화엄사 - 노고단대피소 / 화개재 - 뱀사골)

by kai.lasa 2025.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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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Day 1. 구례 - 화엄사 - 코재 - 노고단대피소

 

날짜 2025.01.06.

거리 6.1km

소요 시간 3시간 45분(휴식 25분 포함)

 

 

새해의 시작, 2025년 첫 산행은 상서롭게 지리산에서 하기로 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리산 언니들과 함께 지리산에 올랐다. 지난해 중산리에서 시작해서 피아골 - 구례로 내려왔다면, 올해는 구례 - 화엄사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새로 단장한 노고단 대피소에 한 번도 안 묵어본 언니들을 위해 첫째날은 노고단에서 묵고, 둘째날은 세석에서 묵기로 했다. (이 때만해도 눈 때문에 세석 근처에도 못 가고 이틀만에 탈출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남부터미널에서 구례행 첫차를 탔다. 버스에서 신나게 자다보니 어느새 구례다. 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아점을 먹고, 택시를 잡아 타고 화엄사로 향했다. 

화엄사에서 산행 시작하려는데 택시 기사님이 화엄사 옆 찻집 대추자가 맛있다고 하시기에 한 잔씩 마시고 출발했다. 여유롭게 ^^

이제 산행 시작이다. 산 아래쪽에서는 아주 살짝 비가 내렸고, 날이 춥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겨울산 느낌이 아니라 겨울 끝자락? 초봄에 산 타는 느낌이기도 했다.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조금씩 눈이 보인다. 

올라갈수록 기온이 떨어져서 춥기도 하고. 추워서 많이 쉬지 않고 계속 쭉쭉 올라갔다. 

 

오랜만에 산 타는 거라 엄청 힘들 줄 알았는데 이 날은 의외로 별로 힘들지 않았다. (다음날 샥신이 쑤시고 고관절이 아팠던 것과는 별개로 오를만 했다.) 코재 힘들 걸 각오했는데 세 명 다 언제 코재 지났는지도 모르게 지났다. ㅎㅎ 

무넹기까지 올라오니 완전 하얗다. 눈도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고. 여기부터는 진짜 마음 편하게 여유롭게 올라갔다. 



노고단 대피소 도착! 

평일이기도 하고 노고단 대피소라 우리 말고 묵는 분이 없을 줄 알았는데 꽤 많이 계셨다. 호텔 같은 1인실 노고단 대피소. 바닥이 뜨끈뜨끈해서(개인이 조절 가능) 젖은 옷이랑 양말 말리고, 짐 늘어놓고, 잠시 쉬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보는 풍경. 온 세상이 새하얗다. 바람이 쌩쌩 불어 화장실 갈 때마다 춥긴 했지만 너무 예쁘다 ^^ 

 

 

 

저녁 식사 시간! 취사장 옆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밥 해서 그 쪽으로 나르는 게 귀찮아서 취사장에서 서서 먹었다 :)

취사장에서 보이는 풍경이 커다란 액자를 걸어놓은 듯 너무 예쁘다. '밥 짓고 나누어 먹는 곳' ^^

 

 

 


 

 

Day 2. 노고단 - 삼도봉 - 화개재 - 뱀사골/반선

 

날짜 2025.01.07.

거리 13.2km

소요 시간 8시간 50분(휴식 약 2시간 포함)

 

 

 

거의 매시간 잠에서 깨고 중간중간 희한한 꿈을 꿨다. 5시쯤 일어났나? 일어나서 밥 먹고 커피 마시려는데 물이 모자랐다. (매점 문 열기 전에 우리는 출발할테고 가지고 있는 물은 임걸령 전까지 마셔야 한다.) 언니가 코펠에 눈을 퍼 오셨다. 눈 녹여서 끓여서 커피 한 잔 마시는데 낭만적이다 ^^ 

오늘 갈 길이 멀어 노고단 고개는 오르지 않기로 했다. 

 

 

눈이 많다;; 눈이 많이 오기도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눈을 몰아다 쌓아놓았다. 

아,, 아름답다. 하늘색도 예쁘고, 산그리메는 언제 봐도 콩닥콩닥하게 한다. 

 

 

 

처음에는 눈이 많아서 그저 좋았는데 생각보다 눈이 아주 많았다.. 언니들이 러셀하며 가셨는데 허벅지까지 푹푹 빠진다. 

날씨도 전날보다 추워서 아우터를 벗을 일이 없었다. 그나마 낮에 해가 나서 하늘도 새파랗고 이제 좀 따뜻해지나 싶었는데 금방 또 해 들어가고 추워졌다. 그래도 파란 하늘과 눈꽃은 정말 아름다웠지.

 

 

삼도봉까지 가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눈 때문에 길이 다 사라지고 표지판?도 다 묻혔다. 언니들이 워낙에 전문가셔서 길을 아셔서 망정이지 나 혼자였다면 100% 조난 당했을 거다. 

 

초반에만 러셀 하면 뒤쪽은 좀 괜찮을 줄 아는데 뒤로 갈수록 눈이 더 장난이 아니다. 푹푹 빠지면서 가니 도저히 속도가 안 나고 체력도 쭉쭉  떨어진다. 진짜로 언니들 안 계셨으면 무섭기도 했을텐데 언니들 덕에 안전하게 즐겁게 갔지..

세석 대피소 예약해두었는데 오늘 아침에 상황 보니까 아무래도 세석까지 못 갈 것 같아서 벽소령까지 가기로 했다. 그런데 벽소령은 커녕 연하천까지 가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다. 

보통 새벽에 노고단에서 출발하면 점심을 연하천에서 먹었는데 11시반에 겨우 화개재에 도착했다... 눈 속에 파묻힌 없는 길을 찾아 헤치며 오느라 정말 오래 걸렸다. 날씨도 더 추워지고 체력도 떨어진 상태에서 이대로라면 연하천까지 가는 게 무리일 것 같아 화개재에서 탈출하기로 했다. 2박 3일 일정으로 왔는데 하루 먼저 내려가는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최선의 결정이었다!

화개재에서 언니가 만들어오신 약식 먹고 이것 저것 먹으며 내려갈 힘을 보충했다. 이제 하산이다. 계단도 눈에 묻혀 다 사라졌다. 이 길을 내려갔기 망정이지 눈 치고 올라갔으면 진짜 힘들었을 거다. 

 

 

 

뱀사골/반선으로 내려오니 지난해 둘레길+노고단 여행했을 때 지나간 길이다. 딱 여기에서 스무 가지도 넘는 나물밥 먹었었는데! 뭔가 반갑다! (비수기라 그런지 식당들은 거의 안 열었다. 슈퍼같은 경우에는 문 두드리면 열어주신다.) 

뱀사골/반선에서 동서울 올라가는 버스가 있는 것 같았지만 이 날 안 올라가고 하루 묵고 다음날 올라가기로 했다. 지리산 칸 호텔에 3인실 온돌방을 잡았다. 언니 후배분이 인월에서 지리산 고기랑 맛난 것들 잔뜩 들고 오셔서 진짜 맛나게 먹었음!!^^

 


 

다음 날 아침, 하늘도 새파랗고 날이 좋다. 


인월에 가서 아점으로 보리밥 먹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버스 시간을 기다렸다. (커피숍도 반가웠다 ^^)

이제 서울로! 

동서울 도착해서는 언니들이랑 저녁으로 자장면 먹고 들어갔다. 다음에 언제 또 가지? 이제 막 내려왔는데도 얼른 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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