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지난 실크로드 여행 이야기
2007/06/19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뭐든지 버리기 좋아하는 나한테 있어서 그래도 아끼는 걸 꼽으라면, 여행 다니며 끄적거린 낡은 수첩들과 손 때 타서 군데군데 황동이 벗겨진, 나보다도 나이가 더 많은 카메라를 들겠다. 매일 밤 쏟아지는 피곤함을 참아내며, 보잘 것 없는 기억력을 조금이라도 연장시키고자 부던히도 글자 속에기억들을 용해시켰었다.
이제와서야 그 일기장을 뒤적이는 까닭은, 알고 싶은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 보면, 지금 하고 있는 퍼즐찾기 놀이가 조금은 더 쉽고 빨리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떠남 - 그 기분 좋은 설레임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 세상에 여행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사진만 봐도, 글만 읽어도, 혹은 바람을 타고 온 낯선 내음만 맡아도 울컥거리는 마음을. 그 갈증과 울컥거림은 시도 때도 없이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데 방법은 단 하나다. 즉각! 떠나야 한다!! 혹 다른 방식으로 어르고 달래보아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으며, 울컥거림은 곪아서 병이 된다. 그때도 그랬다. 늘 그랬듯이 난 목말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이틀간 밤을 새고, 도망치듯 떠나왔다. 잠이 부족한 탓에 여행 시작부터 체력은 바닥났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낯선 곳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에 발걸음도 가볍고, 콧노래가 절로 나왔겠지만, 이번에는 피곤했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독히도 졸렸고, 정체모를 부담감과 해방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어딘가에서 읽은 것 같다. 여행 가방(배낭)의 크기(와 무게)는 자신의 욕망을 대변한다고. 그렇다면 난 참 욕심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일신의 안락을 보장해주는 물질적 요소들에 대한 욕망을 남들보다는 쉽게 버릴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의 배낭은 무거웠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의 배낭은 어깨뼈를 짓눌러 내렸고, 다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수면부족이 정신과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라니,,
그래도 떠나서 새로운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기에 그저 행복하고 즐거웠다.
서울/인천 → 북경- 북경서역 → 란주
T75 북경 18: 38 (31,500원-한국에서 예약비 + 305위안) → 란주 13 : 58
예전에 친구들과 유럽여행을 할 때의 일이다. 너무 너무 가고 싶어서 그 전 방학 때 미친듯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온전히 내 힘으로 여행자금을 마련했다. 뿌듯했다. 물론 신나게 떠났고, 신나게 여행했다. 여행은 20일 예정이었다. 그런데 언제였더라?? 2주가 넘어가고 며칠이 더 지나자 살짝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것이 나한테는 충격이었다. 나는 절대로 집에 돌아가고 싶기는 커녕 집 생각도 나지 않을 거라 호언장담했었는데 고작 3주일도 안 되어 익숙함이 그리워지는 자신이 실망스러웠다. 여행은 떠날 곳이 있고, 돌아올 곳이 있기에 두 번 즐겁다는 그 뻔한 말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나는 그 어떤 곳에도 정착하지 않고, 마음주지 않고 둥둥 떠다니며 살고 싶었으니깐 말이다.
어찌 됐든 난 또 떠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르면 그 때처럼 익숙함과 편안함이 그리워질 때가 올지도 모르지만 해소되지 않는 갈증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어디론가 떠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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