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hina/‘07 China-新疆, 西藏

실크로드 여행기 #1 떠남

by kai.lasa 2018. 11. 20.
728x90

10년도 더 지난 실크로드 여행 이야기


2007/06/19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뭐든지 버리기 좋아하는 나한테 있어서 그래도 아끼는 꼽으라면여행 다니며 끄적거린 낡은 수첩들과  타서 군데군데 황동이 벗겨진,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카메라를 들겠다매일  쏟아지는 피곤함을 참아내며보잘 없는 기억력을 조금이라도 연장시키고자 부던히도 글자 속에기억들을 용해시켰었다

 

이제와서야 일기장을 뒤적이는 까닭은알고 싶은 것이다기억을  더듬어 올라가 보면지금 하고 있는 퍼즐찾기 놀이가 조금은 쉽고 빨리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떠남 - 기분 좋은 설레임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 세상에 여행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 누구나 것이다사진만 봐도, 글만 읽어도, 혹은 바람을 타고 낯선 내음만 맡아도 울컥거리는 마음을 갈증과 울컥거림은 시도 때도 없이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데 방법은 하나다즉각! 떠나야 한다!!  다른 방식으로 어르고 달래보아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으며, 울컥거림은 곪아서 병이 된다때도 그랬다. 그랬듯이 목말랐고 떠날 밖에 없었다.

 

이틀간 밤을 새고, 도망치듯 떠나왔다. 잠이 부족한 탓에 여행 시작부터 체력은 바닥났다다른 같았으면 낯선 곳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에 발걸음도 가볍고, 콧노래가 절로 나왔겠지만이번에는 피곤했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독히도 졸렸고, 정체모를 부담감과 해방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어딘가에서 읽은 같다여행 가방(배낭) 크기( 무게) 자신의 욕망을 대변한다고그렇다면 욕심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있다일신의 안락을 보장해주는 물질적 요소들에 대한 욕망을 남들보다는 쉽게 버릴 있다고 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의 배낭은 무거웠다.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의 배낭은 어깨뼈를 짓눌러 내렸고, 다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수면부족이 정신과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라니,,

 

그래도 떠나서 새로운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기에 그저 행복하고 즐거웠다



서울/인천 → 북경북경서역 → 란주

 



T75 북경 18: 38 (31,500-한국에서 예약비 + 305위안) → 란주 13 : 58

       

예전에 친구들과 유럽여행을 때의 일이다너무 너무 가고 싶어서 방학 미친듯이 아르바이트를 했고 온전히  힘으로 여행자금을 마련했다. 뿌듯했다물론 신나게 떠났고, 신나게 여행했다. 여행은 20 예정이었다그런데 언제였더라?? 2주가 넘어가고 며칠이 지나자 살짝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그것이 나한테는 충격이었다나는 절대로 집에 돌아가고 싶기는 커녕 생각도 나지 않을 거라 호언장담했었는데 고작 3주일도 되어 익숙함이 그리워지는 자신이 실망스러웠다여행은 떠날 곳이 있고, 돌아올 곳이 있기에 즐겁다는 뻔한 말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나는  어떤 곳에도 정착하지 않고, 마음주지 않고 둥둥 떠다니며 살고 싶었으니깐 말이다.

어찌 됐든  또 떠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르면  때처럼 익숙함과 편안함이 그리워질 때가 올지도 모르지만 해소되지 않는 갈증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어디론가 떠날 것 같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