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시 2024.06.09-11.
코스
◆ Day 1. 구례구역 - 화엄사 - 코재 - 노고단
◆ Day 2. 노고단 - 연하천 - 벽소령 - 세석
◆ Day 3. 세석 - 촛대봉 - 세석 - 한신계곡 - 백무동
둘째날
지리산 2박 3일 산행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11시, 1시, 2시, 3시...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깨서 잠을 잘 못 잤는데 새벽 2시부터 준비해서 이동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준비하고 새벽 4시 반쯤 나와서 하늘을 봤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오늘은 세석까지 가야해서 일정이 길어서 아침 노고단은 패스하려 했는데 이런 하늘을 봤는데 노고단에 안 올라갈 수가 없지. 배낭은 아래 던져두고 황급히 올라갔다.
어쩜 이렇게 색도 아름답고 산그리메는 그림 같을까? 그 동안 그렇게나 많이 지리산을 들락거렸지만 이 시간에 노고단에 올라간 건 처음이다. 지리10경 중 하나인 노고운해. 그리고 노고단 일출을 처음으로 봤다.
어떤 분이 "수묵화다. 수묵화!" 하시는 것 들었는데 수묵화가 이것 보고 그린 것일텐데 ㅎㅎ 그만큼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거겠지만 ^^
노고단에서는 색색이 물드는 하늘과 산, 봉우리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는데 해가 빼꼼 얼굴을 보여줬다. 그 때 노고단에 있던 사람들은 신나서 사진 찍기 바빴다 ^^
이제 길을 떠나보자. 노고단에서 세석까지 10시간은 걸린다니까 쉬는 시간 감안해서 10시간 넘게 걸릴 거고, 세석대피소 도착하면 저녁이 될 것이다. 바지런히 걸어야지!
돼지령
노루목
노루목에서 위로 올라가면 반야봉이다. 지난 번에 지리산 언니들과 왔을 때는 여기에 배낭 던져두고 반야봉에 올라갔다 왔는데 오늘은 갈 길이 머니 반야봉은 패스했다.
어떤 분이 반야봉에 오르고 계신지 던져진 배낭이 보인다. 나중에 이 배낭 주인과 일행분들을 만나게 될 줄이야. 뿐만 아니라 그 분들이랑 식사도 함께 하고 이야기 나누게 될 줄이야! 정말 사람 일을 모를 일이고 이런 인연들이 참 즐겁다 :)
삼도봉을 지났다! 원래는 삼도봉까지 와서 커피 한 잔 마시려고 했는데 그 전부터 이미 힘들어서 임걸령 샘터에서 진작 카페인 때려넣으며 쉬었다;;
계단도 내려가고
화개재
토끼봉을 지나
드디어 연하천에 도착했다. 노고단에서 연하천까지 5시간인데 이 길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새벽부터 출발해서 노고단 올라갔다 내려와서 그런가? 아님 7-8시가 지나면서부터 쨍쨍 쬐는 햇빛 때문에 더워서 그랬나?
오는 길에 찹쌀떡 먹으라고 권하신 분들이 계셨다. 마침 힘들기도 하고 쉬고 싶기도 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같이 쉬면서 찹쌀떡 먹었는데 그 분들이 반야봉에 배낭 던져 놓으신 분들이었다! 산을 너무 잘 타셔서 반야봉 갔다 벌써 내 앞에 가 계셨던 거다. 선배님들도 오늘 목적지가 세석이었고, 쉬면서 계속 마주쳤다. 서로 사탕 나눠먹기도 하고 ^^
연하천 대피소에 먼저 도착해서 계란도 까 먹고 스콘도 먹고 커피 마시고 있는데 찹쌀떡 선배님들이 도착하셔서 뚝딱뚝딱 라면을 끓이셨다. 라면 한 젓갈 하라고 하셨는데 이미 배가 불렀지만 감사히 먹으며 이야기 나눴다.
알고 보니 세 분(남자분 한 분, 여자분 두 분) 다 등산 고수였고, 특히 남자분은 이제까지 지리산 다니면서 대피소에서 주무신 적이 없다고 한다. 산을 워낙 잘 타셔서 늘 무박으로 다니셨다고. 대박.. 나머지 두 분은 지리산을 너무 좋아하시는 분들 ^^
나는 무게 때문에 버너, 코펠, 침낭 안 가지고 다니고 먹는 건 빵, 김밥, 에너지바 같은 것들로만 챙겨오는데 선배님들 덕에 따땃한 라면 먹었다. 감사합니다 ^^
또 열심히 걸어서
벽소령 대피소. 오늘은 바람이 하나도 안 불어서 더 덥게 느껴진다. 벽소령대피소에서 물통에 물도 채우고 잠시 앉아 쉬는데 먼저 와서 쉬시던 분들이 말린 망고와 귤을 주셨다. 나도 보답으로 에너지바를 드리려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벽소령에서 탈출하셔야 한다고 한다.
으..덥다. 그나마 여기에서 잔바람이 불기에 경치 보면서 조금 쉬고
맛 좋은 선비샘 물도 마시고.
선비샘 유래
옛날 덕평골에 화전민 이씨라는 노인이 살았는데 생전에 무시와 천대를 받아 죽어서라도 존경을 받고 싶었다. 자식들은 노인이 죽은 후 상덕평의 샘터 위에 묻었고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샘터의 물을 마시고자 하면 자연스럽게 허리를 구부려서 무덤 쪽을 향해 절을 하는 형상이 되었다.
이 다음 세석까지 가는 길은 어찌나 길던지...노고단부터 세석까지 일정으로는 처음 가봤는데 지금 내 체력으로는 조금 버거웠다.. 어제의 피로+밤에 잠을 잘 못자서 오전에도 피곤했는데 오후에는 체력이 떨어지는 게 너무 느껴졌다.
특히 이 뒷부분의 계단 오르막과 영신봉 전까지는 힘듦이 최고조에 달해서 멍때리며 쉬다 가고..
그래도 눈에 보이는 산그리메는 언제 봐도 늘 설레고 좋지 : D
'세석대피소 50m' 이 푯말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ㅠ 대피소에 도착하니 찹쌀떡 선배님들은 이미 도착해서 식사 준비 중이셨다. 입실하고 나오니 김치찌개 끓일테니까 햇반 하나만 사와서 같이 먹자고 하셨다. 선배님들 덕분에 저녁도 깍뚜기, 계란 들어간 퓨전 김치찌개를 맛나게 먹었다 ^^
내일은 촛대봉에서 일출을 보기로 했다. 선배님들처럼 장터목, 천왕봉 갔다 백무동으로 내려갈까?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한신계곡으로 내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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