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코프라단다(Nepal Khopra danda)
날짜 2024.04.08.
코스 시스티방(Chistibang 2,750m) - 코프라단다(Khopara danda 3,640m)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4시인가? 눈은 떴지만 일어나지 않고 그냥 누워있다 5시 반쯤 다른 분들이 다 일어나서 정리하는 소리 듣고 일어났다. 아직도 짐 한 번 빼려면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넣었다 뺐다 한참을 찾는다. 집에 갈때쯤 되면 짐들이 가방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될 것 같다 ㅎ
아침 식사는 밀죽과 계란 두 개. 입맛 없는 아침에 쑥쑥 잘 넘어가는 죽이 입에 맞는다.
시스티방에서 잘 묵고 이제 코프라 단다로 떠난다. 떠나기 전에 포터분들이 짐 싸는 것 구경하다 빠상한테 네팔말 가르쳐달라고 했더니 1-20까지 알려줬다. 네팔어는 1-20까지 세는데 규칙이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1-100까지도 특정한 규칙이 없다 다 외워야 한다고 한다 ㅎ)
오늘은 오르막이 많다 했는데 밥 먹고 오르막을 오르려니 조금 힘에 부친다. 힘든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보다. 사실 한국산이랑 비교하면 더 힘든 게 아닌데 고도가 높으니까 좀 지치나보다. 중간중간 자주 쉬어가며 올라갔다.
어제 비가 내려서 산에 눈이 소복히 쌓였다. 그 덕에 계속해서 설산 보며 올라갈 수 있었다.
능선길에서 만난, 산이랑 사람이 어우러진 풍경은 참 멋있다.
처음 오를 때는 힘들었는데 자리 깔고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망고 젤리 먹고 나니까 기운이 난다. 카페인 힘으로 그 다음부터는 별로 힘들지 않게 올라간 것 같다. 린지가 사람들의 상태 보면서 자주자주 쉬어준 덕에기도 하다.
다음 번 쉴 때는 삶은 감자를 먹었는데 귀엽게 생긴 감자가 너무 맛있다! 소금 안 찍고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어서 두 개나 먹었음.
쉬엄쉬엄 올라 능선을 돌아나오니 롯지가 보인다. 매번 롯지에 도착할 때마다 너무 반갑다 :)
설산은 내일 아침에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롯지에 도착하니까 선명한 설산이 반긴다. 눈 앞에 장대한 설산이 펼쳐져있는데 너무나 아름답다.
롯지 방 안에 들어가 옷 갈아입고 정리하는 갤루 다이가 레몬티를 가져다주셨다. 롯지에 도착하자마자 갈아입을 수 있도록 꺼낼 짐을 같이 모아놓았는데도 아직도 짐 꺼내서 옷 갈아입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카메라랑 레몬티 챙겨들고 나가서 설산을 바라봤다. 이 시간이 너무나 평화롭고 고요하고 좋았다. 그래, 난 정말로 이걸 보러 온 거지.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에 한참을 바라보다 들어왔다.
가지고 간 진한 생강차에 꿀 타서 한 잔씩 마시고 점심으로는 파스타와 감자 튀김을 먹었다. 커피 마시며 쉬고 있는데 다른 트레커들도 많이 오기 시작했다.
J 오라버니와 B 언니가 위쪽으로 올라가보신다기에 같이 길을 나섰다.
여기 올라가는 길은 오히려 롯지까지 올라오는 길보다 힘들지 않았다. 손이 살짝 시렸지만 J 오라버니가 빌려주신 장갑 덕에 손도 따뜻했고, 바람골만 아니면 춥지도 않았다.
시스티방에 있던 멍멍이가 가는 길 내내 가이드해줬다. 시스티방에서 우리를 배웅해주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사라졌다 했더니 여기 롯지에 와 있었다. 이번에도 우리를 가이드해줬는데 자유롭고 늠름하고 신나보였다 ^^
조금씩 조금씩 오르다보니 3,800m 지점까지 올랐다. J 오라버니는 워낙에 산을 잘 타시고, 빠른 걸음으로 가셔서 4,000m까지 올랐다 오셨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어두워지고 우박이 내렸다. 후두두둑 우박 맞는 소리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롯지에 있는 일행이 걱정할 수도 있고 날씨가 점점 궂어져서 걸음을 빨리해서 내려갔다.
롯지에 도착할 때쯤 되니 눈발이 거세어져서 서둘러 들어갔다. 타이밍이 절묘한 게 우리가 롯지에 들어가니까 눈이 미친듯이 내리고, 천둥 번개가 쳤다. 마치 추리 소설 배경처럼 눈 내리는 고립된 산장같다.
난로가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트레커들.
저녁은 뢰스티. 감자도 치즈도 맛있어서 맛나게 먹고 따뜻한 물 한 잔 마시며 언니들과 이야기 나눴다.
시스티방부터 가이드해줬던 멍멍이 가이드 :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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