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30.
Day 7. 벙 밀리어(벵 밀리아/Beng Mealia) - 꼬 께르(Ko Kher)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8시까지 가기로 약속한 Hangtep Hostel로 갔다. 숙소 앞에는 배낭 멘 서양 여행자들이 많이 있었는데 쪼그만한 애기들도 다 자기 배낭 메고 있는 게 귀엽고 좋아보인다.

오늘 하루 나와 함께 할 뚝뚝 기사와 인사를 나눴다. 이름은 Lion이라고 하는데 진짜 이름은 Vuthy다.
우선 앙코르 패스부터 사기.

이제 벙 밀리어를 향해 떠났다. 마을을 지나고 복잡한 거리를 지나고. 내가 좋아하는 캄보디아 풍경이 나온다. 길 가다 부띠에게 말해서 대통밥 하나 사 먹었고 :)

8시에 시엠립에서 출발해서 티켓 사고 한 시간 반쯤 달렸나?

벙 밀리어에 도착했다.
벙 밀리어
안 왔으면 많이 후회했을 것 같다. 폐허가 된 사원이라고 해서 따 프롬이랑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사원 크기는 더 큰 느낌이었고, 더 많이 무너져내렸다.
*예전에는 벙밀리어 입장료가 5불이었는데 이제는 앙코르 패스로 입장료가 통합됐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내가 아침 일찍 출발해서인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가이드와 함께 온 소수의 여행자들만 있었는데 그래서 더 좋았다. 특히 입구 쪽에서 들어가자마자 있는, 데크 안 깔린 쪽에 혼자 있을 때는 너무 황홀했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황홀함인지..혼자 있다는 자유로움이 날 황홀케한다.


차근차근 사원을 둘러보았다. 안쪽 데크 깔려있는 길에는 단체 관람객이 많았다. 중국인이 많았고 시간이 지나니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많아졌다.

사원 구석구석 살펴보다 마지막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소에 한 번 더 갔다.

바람이 불어와 볼에 와 닿는 것도 좋고, 햇살도 좋고, 표표히 떨어져 내리는 낙엽도 좋고. 무엇보다 혼자 있는 고요함이 좋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마치 내가 그 안의 모든 것과 하나가 되는 것 같았다.
사원을 나와서 출발 전에 부띠에게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자고 했다.

커피숍 안에는 차 마시고 있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3명 정도 있었다. 커피 마시는데 앞에 있던 캄보디아 청년 두 명이 이것저것 엄청 물어본다. 한 아저씨는 자기 나이 맞추면 내 커피 사준다고 세 번이나 기회를 줬는데 다 틀렸다. 답은 51살이었다.
커피 마시고 옆의 청년들이 차도 한 잔 줘서 마셨다. 부띠는 계속 어딘가 더 안 갈 거냐고 나를 꼬셨다. 일을 더 해서 돈을 더 벌고 싶은 모야이다. 오늘은 돈도 넉넉히 안 가지고 온 데다 그나마 있던 20불도 버려서;; 돈이 넉넉치 않았다. 지금 시엠립으로 돌아가면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할 것도 없고 자전거 빌려서 앙코르와트나 한 번 더 갈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커피를 사주겠다 했던 아저씨는 피라미드라며 계속 어딘가를 추천했는데 발음이 달라서 그게 ‘꼬 께르’인 줄 한참 후에야 알았다. 꼬 께르까지 다녀오는데 25불 추가인데 수중에 돈이 없어서 호텔에 돌아가서 주기로 하고 꼬 께이/꺼 께이로 출발! 내가 계획 잡고 간 게 아니라 그렇지 나중에 와서 보니 벙밀리어랑 롤로오스 유적군을 같이 묶어서 많이 가는 것 같다. (꼬 께이보다 더 가깝다.)
막상 가보니 꼬 께이는 유적군이 상당히 방대하고 매력적이어서 나처럼 잠깐 가는 것보다는 아예 이쪽에서 묵으면서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는 길에 본 시골 풍경.

그래, 캄보디아의 이게 보고 싶었지. 벙밀리어까지는 번화한 마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벙밀리어 넘어서 꼬 께이 가는 길은 보고 싶었던 시골 모습이었다. 노란 들판과 멀리 보이는 숲, 군데 군데 심겨진 나무. 파란 하늘이 아니라 뿌연 햇살이 내리쬐어 마치 밀레 그림 같았다.
꼬 께이

벙밀리어도 꼬 께이도 오길 잘했다. 택시가 아니라 뚝뚝 타고 온 것도 좋았다. 바람과 흙먼지를 그대로 맞을 수 있어서.
꼬 께이 입구에서 10불 티켓 사고 들어가는데 계속해서 숲길이 이어진다. 그 길을 큰 배낭을 메고 걸어가는 서양 얘들 세 명을 보았다. 참 멋있었다. 여자애랑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보고 환히 웃기에 나도 같이 웃으며 엄지 손가락 들어 보여줬다.

조금 더 들어가니 붉은 흙의 비포장 길이 나왔다.여기까지 가니까 걔네들이 왜 그 길을 걸었는지 알겠다. 한참동안 마냥 걷고 싶어지는 길이었다. 여기는 나처럼 반나절 동안 올 곳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너무 늦게 왔다. 모든 길들이 지금처럼 포장되기 전에, 예전에 십오년 전쯤 왔을 때 그 때 배낭 여행으로 돌았어야 했다. (뭐 그 때야 중국 가기에 바빠서 다른 데 눈 돌릴 여력이 없었지만)
곳곳에 있는 무너진 사원을 지나 꼬 께이에 도착했다. 이 근처는 아직 흙이 빨갛다. 무너져내린 돌들을 지나면 거대한 피라미드 사원이 나타난다. (바푸욘보다도 훨씬 크다)

한 바퀴 크게 돌면서 보는데 외벽 위에 링가가 무척 많이 올려져있다. 원래는 계단이 없는 사원인데 (정면에 계단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정면으로는 올라갈 수 없었다.) 니무 계단을 만들어놓았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저 멀리 광활히 펼쳐진 땅과 나무와 벌판이 눈에 들어왔다. 벅차 올랐다. 한 걸음 올라갈수록 더 잘 보이는 광활함 때문인지, 그 넓음을 다 가지는 기분이었다.

꼭대기에 올라가니 한 동양인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했다. 서양인과 결혼한 동양인이었는데 같은 동양인 여자가 혼자 다니는 걸 보니까 도와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다 보고 내려와서 가네샤상까지 둘러보고 가는데 그 여자분이 뒤쪽에서 오시기에 인사하고 가려고 기다렸다. 그 분은 홍콩 사람인데 “Everyone wants to escape.”이라고.
이 곳에 오기 전에는 4시면 시엠립에 돌아갈 수 있다고 했는데 웬걸.. 엄청 멀리 왔나보다. 한참을 갔는데 아직도 70km 남았다는 표지판 돌을 보고 핸드폰 배터리가 많지 않아서 가는 길에는 거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가는 길에 로컬 식당에 들러 부티와 샤브샤브 같은 것을 먹었다.

가게는 중국 분위기에 손님도 중국인같이 생긴 사람들이 많았다. 부티에게 물어보니 캄보디아에 중국 사람이 많다고 한다. 캄보디아인이랑 결혼한 중국 사람들이 많아서 혼혈이 많다고 한다.
호텔에 도착하니 6시 반이 좀 넘었다. 7시에 마사지 예약을 해 놓은 게 있어서 충전선, 달러를 후딱후딱 챙겨서 나오고 7시 딱 전에 Thai zen spa에 도착했다.

마사지는 엄청 시원하더거나 하지 않았는데 신기한 건 그 다음날, 뭉쳐있는 근육들이 풀려있었다.
마사지 받고 나와서는 부티와 맥주 한 잔 하러 갔다.

내가 들어가니 여기에 왜 외국인이 오지? 하는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아마 로컬들만 가는 술집이었나보다. 잘 갖춰입은 점월들이 계속해서 얼음과 물을 리필해주고, 캄보디아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무대가 펼쳐졌다. 나름 고급 식당이었다 :)

숙소 돌아와서는 얼른 씻고 짐 챙기고 취침! 내일은 6시에 일어나야 한다.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날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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