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2.
Day 10. 방콕 - 인천
여행 마지막 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체크아웃했다.
호텔에 미리 얘기해둔 덕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 타고 돈므엉 공항으로 갔다. 카오산로드에서 공항까지 막히면 40분 이상 한 시간 걸린다는데 새벽에 가서인지 길이 하나도 안 막혀서 30분만에 도착했다. (체크인 게이트가 안 열려서 열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번 캄보디아 여행은 걱정과 불안, 저울질의 연속이었다.
국경 못 넘으면 어쩌지? 늦으면 어쩌지? 자전거 못 찾으면 어쩌지?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어쩌지? 달러가 모자라면 어쩌지? 보조 배터리가 고장났는데 어쩌지? 핸드폰 충전이 안되면 어쩌지? ATM에서 돈이 안 뽑히면 어쩌지? 등등등... 열거하자면 끝도 없는 쓸데 없는 걱정과 긴장 속에 얼마나 나를 많이 함몰시키고 에너지를 낭비했던가? 더 가벼워지고 싶고, 더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떠난 거였는데.
걱정하고 긴장하고 경계하는 것이 정말 지긋지긋하다. 지금 손에 꽉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손에 힘을 풀고 그저 흘러가고 싶다. 나는 원래 신나고 기쁘고 즐기기 위해 온 것이 아닌가?
예전에 세계 여행 할 때 부모님 걱정과 돈 걱정에 마음 한 켠이 불편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쓸데 없는 걱정이랑 집어치우고 더 더! 신나도 되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지금의 나를 보면 그 때 왜 나이들었다고 생각했지? 왜 이제는 더이상 예쁘지 않다고 생각했지? 왜 더이상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생각했지? 왜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시켰을까? 그러면서 낭비한 시간이 아까울 것이다. 하루하루 더 신나게 보내야하는데. 걱정 따위 집어치우고 매일 매일 더 많이 웃고 신나게 놀아야하는데.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던, 아주 깊은 곳에 묻혀 잠들어있던 무언가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바다 밖 여행 > '20 Cambo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캄보디아/방콕 #9 방콕 테웻 시장 - 짜뚜짝 주말시장 (2) | 2024.11.18 |
---|---|
캄보디아 #8 - 포이펫/야란 국경 - 방콕 카오산 로드 (2) | 2024.11.17 |
캄보디아 #7 벙 밀리어(벵 밀리아/Beng Mealia) - 꼬 께르(Ko Kher) (3) | 2024.11.16 |
캄보디아 #6 앙코르와트, 바이욘, 바푸욘 (1) | 2024.11.13 |
캄보디아 #5 재래시장 (2) | 2024.11.11 |